[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 15주년 기획좌담회]

일시 : 2020년 4월 27일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청년재단 회의실

참석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실장 ·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 정기훈 기자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면서 가장 열받고 우울했을 때가 2008년이에요.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 말이에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을 줄곧 주장했는데, 한 사고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어요. 당시 벌금은 2천만원, 노동자 목숨값이 너무 어이가 없어 분노가 솟구치더라고요.”

지난달 27일 <매일노동뉴스> 주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15주년 기획좌담회에서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 직업환경연구실장이 12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2008년 1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 얘기에 좌담회 참석자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좌담회 이틀 뒤인 29일 장소와 사고 경위, 희생자 숫자까지 유사한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번에도 피해자 대다수가 일용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였다.

한익스프레스가 발주해 ㈜건우가 시공을 맡은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우레탄폼 시공시에는 가스나 전기용접 등 공정을 철저히 분리해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는 안전보건공단 지침은 있으나 마나 했다. 사업주는 사고 위험이 적은 대체재를 사용해 노동자 안전을 지키는 대신 비용절감을 택했고,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감소한 산재사망 노동자의 3분의 1이 넘는 노동자가 한 날 한 곳에서 생을 마쳤다.

지난해 산재사망 노동자는 855명으로 1년 전보다 114명이 감소했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확대하고 안전보건공단과 협력해 지난해 하반기 건설현장 순찰점검에 힘쓴 정책 덕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 순간의 사고로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또다시 드러났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산재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회의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 15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조기홍 실장·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가 참석했다. 조기홍 실장은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출신으로 제정운동 초기부터 관여했다.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선임기자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제안자들이기도 하다.

“건설노동자 산재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 바뀌어”

사회 : 교통사고 전광판은 있는데 왜 산업재해사망 전광판은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던 최악의 살인기업선정식이 15년을 맞았다. 운동을 제안했던 당시 기억을 소환해 보자.

이상윤 : 2000년대 초반 산재로 많은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었지만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이나 크기로 봤을 때 중요한 문제인 산재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그나마 관심이 있던 영역은 문송면 사망과 원진레이온 투쟁 등으로 영세사업장 내 유해물질 중독 문제, 산재보험개혁 투쟁이나 근골격계질환 투쟁에 관심이 쏠렸다.

최명선 : 노동안전운동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흐름이 있다. 1987년이나 88년에 조선업계에서는 중대재해에 대응하며 노조를 만들었고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현장 투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사고성 산재사망 운동이 근골격계질환 노동운동, 산재보험 운동으로 변화됐다. 당시 나는 건설산업연맹 소속으로 있었다. 건설업에서는 산재사망이 심각한데, 일용노동자 같은 건설노동자 사고와 사망은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건설노동자가 모든 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죽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건설노동자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죽는다. 사회, 그리고 현장의 인식을 깰 수 있을 제안이라고 생각해 매우 반가웠다.

조기홍 : 죽고 사는 문제가 심각함에도 이것을 어떻게 운동으로 끌어갈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제안이 왔고 노동건강연대, 양대 노총이 힘을 합쳐 참여했다. 그래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인식 퍼졌다”

사회 :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으로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살인기업선정식 성과는 무엇인가.

조기홍 : 기업에 의한 산재사망 책임을 공론화한 부분이 가장 큰 공이라 생각한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문구가 당시에는 무시무시한 용어였지만, 이제는 일반 국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원청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청업체의 재해를 원청 재해로 포함시켜 살인기업을 선정하면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명선 :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몇몇 건설사들이 계속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지목당하면서 자체 안전보건관리 체제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안전보건관리자를 더 임용한다든지, 기업 내 안전보검담당자 지위를 높이는 변화가 있었다. 2010년 대부분 기업은 안전에 관한 별도 팀이 없었다. 그런데 2012~2014년 10대 건설사는 안전 혹은 안전환경으로 별도 팀을 구성하고, 관리자를 상무이사 등으로 승진시키더라. 산재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니, 기업이 책임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이상윤 : 운동이 애초 의도했던 것은 산재사망 사고 프레임 전환이다. 기존에는 산재는 노동자의 부주의 혹은 책임으로 생각됐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 안타깝긴 하지만 사업을 영위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 피해 정도로 치부됐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인식은 운동의 과제가 되기 어렵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인식을 전환하고자 했다. 산재사망은 기업의 고의라는 점을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살인은 고의다.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체제 문제도 있고, 경영상 문제가 복합돼 있는 경우도 많다. 노동자가 아닌 기업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고 캠페인단의 꾸준한 활동으로 이 같은 인식이 사회적으로 알려졌다.

손익찬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꾸준히 했기에 산재사망 사건이 기업의 책임이자 관리체계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재 관련 상담을 하면 “작업자 개인의 과실”과 같은 거짓말과 싸워야 한다. 중대재해 피해 유족들과 이야기해 보면 산재사망은 일반적인 형사사건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 경찰이 볼 때 사람 한 명 죽는 것은 흔한 일이다 보니, 여전히 대응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사회적 운동이 계속되면서 확실히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법률적·제도적 단계로 나아가기 직전 단계에 있다고 본다.

“최근 두드러지는 ‘위험의 외주화’
고용·산업구조 반영한 산재대책 마련해야”

사회 :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곳이 또 선정되거나, 최근에는 위험의 외주화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여전한 것 같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기홍 : 15년 동안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했지만 15년 전 출범 당시 기자회견문과 2020년 선정식 기자회견문 내용을 보면 내용상 별 차이가 없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의한 살인이 지속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청 대기업에서는 산재사망자가 상당히 줄고 있지만 하청업체는 그렇지 않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책임을 하청에 전가하는 것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에 그에 상응하는 안전보건·산재사망 책임을 더 확실히 지워야 한다.

이상윤 : 산재사망에 대한 인식 전환은 물론 기업의 대응 자세, 노동부가 산재사망을 대하는 태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위험의 외주화, 하청의 재하청, 비정규직 사용 등은 결국 한국 사회 내 경제성장 원칙과 맞닿아 있다. 건설사 공기단축 문제 등 산재사망을 발생시키는 문제는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핵심 기업전략이자 방향이다. 원칙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참 해결이 어렵다.

최명선 : ‘고용구조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2010년 이후 민주노총이 산재사망과 관련한 기자회견문을 작성할 때마다 쓰는 서두다. 이런 변화를 조금이나마 담으려 노력한 게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생각한다. 원·하청 고용구조, 특수고용직 증가에 대한 대책 없이 산재를 줄이기 어렵다. 앞으로 산재사망 감소로 이어질지 큰 분기점에 서 있다고 본다.

손익찬 : 개별 사건에 따라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좋은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법률·법리적인 부분에서는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사법부나 검찰은 법을 있는 그대로 지지하는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결국 법률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산재 처벌수위는 국민정서와 굉장히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산재예방 위해서는 노동자 참여권 확대 필요”

사회 : 2019년 산재사망자가 895명으로 전년 대비 116명 줄었다. 산재사망 감소세를 안착할 방법은 무엇일까. 향후 산업안전보건 제도와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최명선 : 산재예방은 통제나 관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동부가 패트롤(순찰)을 통해 하는 산재예방은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 핵심은 노동자 참여를 사업장에 안착하는 것이다. 산재 제도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노동자 참여 부분에서만큼은 15년 동안 변한 게 없다. 노동부가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하지만, 노동자 참여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 근로자대표가 정기적으로 사업장 산재예방 활동에 참여하게 돼 있지만 정부는 산업안전보건위를 설치한 사업장 숫자도 모른다.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숫자도 적고, 외부 위탁이 많다. 법은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게 돼 있지만 위반해도 과태료 300만원 내면 끝이다. 연간 3천만~4천만원씩 줘야 하는데 어떤 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려 하겠나. 한 달에 한두 번 오게 위탁을 주고 말지. 조그만 사업장에서는 사외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사업장 내 법 이행 감시자 겸 예방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얘기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형재해로 사람이 죽는 일이 반복된다.

노동자의 산업안전 활동을 확대하려면 활동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노조전임자의) 산업안전 활동을 하도록 하다 보니 뽑힌 사람도 시간이 없어 활동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조기홍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산재사망이 줄어서 다행이지만 정부가 정말 노력해서 산재사망이 줄어든 것인지, 경제 등 여러 다른 요인에 의해 줄어든 것인지 분석할 필요는 있다. 패트롤카(순찰차)가 전국을 돌아다니면, 현장 경각심을 높이는 등 단기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않는다. 사업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 교육책임만으로는 인식을 바꾸기 어렵고, 사업주가 가장 싫어하는 경제상 제재를 하든지, 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든지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자가격리 등을 위반하면 구속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데도 사업주는 구속을 안 한다. 직접 사망과 연관되는데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노동자 참여도 중요하다. 노동자가 직접 참여해 위험요인이 무엇인지 안전·보건관리자 같은 전문가집단에 이야기하고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노동자가 전문가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안전·보건관리자는 사업주 입장을 대변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원하는 현장 위험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윤 :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책임져야 할 주체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됐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안전 문제에 있어서 공공 개입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아직 충분치 않다. 여전히 사업장 문제를 사인 간 계약 문제로 보고, 사업주와 노동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 분야만큼은 작은정부가 아니라, 큰정부가 돼야 한다. 기업 활동에도 충분히 개입해 산재예방을 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의 경우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다. 노동자가 바꾸려는 현장은 생산과 직접 관련된 핵심적인 부분인 경우가 많은데 “노동자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경영권 차원 문제다”라며 막는다. 노동자 안전건강과 관련한 부분, 생산과 경영에 관련한 부분이라도 노동자가 개입하고 발언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손익찬 :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사고가 나서 현장 노동자가 위험상황 신고실(1588-3088)로 전화하거나,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면 근로감독관이 나와 작업중지 명령서 딱지 붙이고, 일단 돌아간다. 이후 안전보건공단과 합동조사를 한다. 초기에는 경찰이 가서 수사를 한다. 이렇게 되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전혀 두려운 게 없다. 유족에게는 몇천 만원 혹은 몇억 원을 주고, 다른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작업중지되면 회사 큰일 난다며 입단속을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망현장에서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일을 마무리하기를 반복한다. 정부가 안전보건청을 신설하길 바란다. 안전보건청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안전보건청을 설립해 전문성을 확보했으면 한다.

“근로감독관 정원·역량 한계 분명
안전보건청 설립으로 전문성 높이자”

사회 : 근로감독 같은 행정력을 어떻게 높여야 하나

손익찬 :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을 보면 근로감독관이 굉장히 많은 권한들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불시감독을 하는데 날짜를 사업주와 맞추거나 조사 진행·보고서 작성 과정 등 모든 업무 단계에서 집무규정을 지키지 않는다. 당장 행정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현장 노동자들이 감독관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더 많이 알아서 문제가 있는 곳에 특별근로감독 혹은 기획근로감독을 나와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실현하기 어렵다.

최명선 : 안전보건 정보의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세울 때마다 들어간 항목인데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에 기술지도·감독·재해조사를 나간다. 작업환경측정도 하는데 기본 정보 자체가 공유가 안 된다. 독일의 경우 특정 사업장이 그동안 어떤 화학물질을 취급했고, 어떤 사고전력이 있는지 등을 감독관은 물론 ‘산재보험조합’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은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다. 이 사업장에 무슨 위험이 있는지 모르고 재해조사를 나간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역량이 늘지 않고, 형식적인 조사나 감독이 반복된다. 노동부가 정기감독을 줄이고 기획감독을 늘리겠다는데 효과를 내려면 안전보건정보 데이터베이스화, 근로감독관 역량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안전보건청 설립 논의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듯하다.

조기홍 : 그 많던 타워크레인 사망사고가 줄었다. 근로감독관들이 거의 매일 현장에 배치돼 감독하니 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면 다른 데서 사고가 늘어난다. 지금의 감독관 인력으로는 산재사망과 재해를 관리하기 힘들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가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유명무실한 제도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늘리는 방식으로 유기적인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현장 문제를 노동부가 바로 알기 어려우니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바로 관할 노동지청과 연계해 소통해야 한다. 이때 명예산업안전감독관들에게 있을지 모를 사업주 압박을 막아 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여전히 필요하다”

사회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주장이 15년 동안 이어졌다. 처벌을 강화하면 산재가 은폐되거나 음성화할 수 있다거나 여러 우려가 있다.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상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려해 이전에는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입법에 관해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처벌로 어떻게 산재를 예방하냐” “처벌 효과가 얼마나 있겠나” 등의 논란도 있다. 이렇게 답하고 싶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처벌 강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제정 과정에서 행정력 확충, 노동자 참여권 확대 등 다양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손익찬 :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할 때 사업주에게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 불이익을 주는 법이 필요하다. 지금은 사람이 재해로 사망하면 위자료·일실수입 같은 가격표가 나온다. 그런데 그 가격표가 너무 싸다. 기업이 예상하는 불이익이 뻔한 거다. 그래서 산재를 예방하려면 반드시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처벌 객체에 반드시 대표이사를 집어넣어야 한다. 두 번째로 형량이 높아야 한다. 형사처벌 형량은 아니더라도 고액 과징금을 매길 수 있어야 한다.

조기홍 : 솜방망이라고 백날 떠들어 봐야 현행법 체계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꼭 인신구속이 아니더라도 산재사망이 발생했을 때 그만큼의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면 기업도 비용을 줄이기 위한 예방조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명선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처벌 강화가 능사냐는 말도 있다. 실제 하한형이 있는 법안들 중 적용사례가 없다며 비판을 하기도 한다. 법이 부족해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법원·검찰·경찰 수사라든지, 노동부 행정 등 부수적인 것들이 동반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을 담고 있다. 상당히 무거운 법안이라는 것을 안다.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 등 많은 변화도 있으니, 법안을 추가적으로 보완할 필요도 있다. 법을 보완하고 실제로 법안이 집행될 수 있도록 나머지 절차 등 후속작업을 해야 한다.

사회 :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기홍 :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특별상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비례 위성정당까지 만들어 여당이 굉장히 많은 의석을 확보한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상윤 : 우리 운동이 더 커지길 기대한다. 운동의 결과가 곧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좌담회 정리 : 매일노동뉴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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