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구실 못하는 産災예방 ‘전광판’
산업안전공단 국감자료… 70%가 엉뚱한 곳 설치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
산업재해 예방 홍보를 위해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전국 40곳에 설치한 전광판 중 무려 70%가 애초 위치와 다른 곳에 들어서는가 하면 일부는 출입문이 열려 고가장비의 도난위험이 있는 등 부실 운영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홍준(한나라당·경남 마산 을)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해 전광판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단·유동인구 밀집 지역을 후보지로 골랐지만 40곳 가운데 28곳은 위치가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6개월 만에 인·허가와 설치를 마치다 보니 인천 남동구 남촌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광판이 교통 표지판에 가려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 파주시 월릉면에 설치된 전광판은 문이 열려 있어 1대당 80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가 도난당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광판 방영 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산재 사망자 수 등 직접적으로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문구는 1회 상영시간 15분31초 중 35초(5회)만 상영됐고, 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의 전광판 선전과 간단한 안전 문구가 70초(10회)로 오히려 더 많았다.
전체 콘텐츠 90개 가운데 42개는 산재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노동정책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이 중에는 ‘FTA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또하나의 기회’라는 자유무역협정(FTA) 홍보안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홍준 의원실은 “전광판을 이용한다는 전략은 참신한 아이디어지만 4개월 만에 사전조사를 끝내는 등 급하게 진행돼 애초 목적이 달성될지 미지수”라며 “노동부가 정말 이 사업에 애착이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지자체를 설득하고 실무를 맡은 산업안전공단에 힘을 실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인·허가를 받으려면 상·하수도, 가스 등 장애물을 피해야 해 어쩔 수 없이 처음 위치에서 달라진 곳이 생겼다”면서 “문이 열린 곳은 한 군데뿐이지만 다른 곳까지 점검해서 10월 초에 자물쇠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홍주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