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코로나19 유행과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그리고 건강]

 

지난 5월 12일 ‘공공연대기금’과 ‘직장갑질119’ 주최로 긴급 토론회 <코로나 방역! 일자리 방역? : 코로나19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와 건강·일자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의 발표한 내용을 지상으로 옮긴다.

5월 12일 <코로나 방역! 일자리 방역? : 코로나19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와 건강·일자리> 토론회에서 발표중인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코로나는 이전에 존재하던 차별이나 불평등을 굉장히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존에 존재하던 불평등과 차별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기존에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에 처해 있던 계층에게 특별히 더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연히 건강이나 생명 위기부터 시작해서, 소득이나 고용 위기, 사회보장의 위기 등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이 중에서도 건강 및 생명 위기와 관련해서 불안정 노동계층, 그들 중에서도 노동조합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계층의 건강 및 생명 위기에 대해 어떤 사회적 대처가 필요한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로나로 초래되는 위험에는 직접적인 영향과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텐데, 직접적 영향은 당연히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겠죠.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노동자는 감염이 되더라도 별 영향이 없지만, 그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불안정 노동자 계층에게도 감염으로 인한 위기, 직접적이고 1차적인 위기가 존재합니다.

코로나 위기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영어로 Lock down이라고 표현되는 그런 방역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짧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의료전문가들이 적어도 2년 정도 지속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도 괜찮아진 것 같았지만 지금 다시 확산되고 있는 걸로 봤을 때 2년 동안 괜찮아지다가 다시 발생하고 괜찮아지다가 다시 발생하고 이런 반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요. 그런데 거리두기 내지 Lock down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게 2차적이고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득 감소, 고용 위험, 사회보장의 위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재 방역 당국이 말하는 핵심적인 방역 전략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지금 이 슬라이드는 방역 당국이 말하는 핵심적인 방역 전략입니다. 이런 것들이 지켜져야만 이 위기에서 생명이나 건강을 지키고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에서 하루 빨리 대책과 제도 개선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 위기는 적어도 2년은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역에 의한 피해를 불안정 노동계층이 특히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제1원칙 “아프면 집에 머물기”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유급병가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코로나 방역의 제1 원칙이 아프면 집에 머물기잖아요. 아까 설문 결과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프면 집에 머물기’라는 제 1 방역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듯, 한국은 OECD국가 중 미국, 스위스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제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유급 병가 제도입니다. 유급 병가 제도는 조금 더 세분화하면 단기 유급 병가, 즉 한 1주일 이내로 쉬는 것과 상병수당이 있고, 좀 큰 병을 앓을 때의 장기 유급 병가, 내가 아픈 게 아니라 집안의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플 때 유급 휴가를 낼 수 있는 유급 돌봄 휴가 이런 것까지 다 포괄합니다.

제도 측면에서 보면 여러 나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급 병가를 운영합니다. 많게는 50일까지 급여의 100%를 지급하는 나라도 있고, 적게는 10일 내외로 지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OECD 거의 대부분 나라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거죠. 지금 코로나 유행 시기에 특별히 더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5일짜리 단기 유급 병가는 없는 나라가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만 없거든요. 이 부분이 굉장히 급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재원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쉽게 설계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기 유급 병가 같은 것도 빨리 도입되어야겠지만, 아프면 5일 정도 빨리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아파도 쉴 수 없는 불안정 노동계층을 위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불안정노동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사회보험 혹은 국가가 지급하는 단기 유급병가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제도 설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이건 하나의 제안입니다. 현재 불안정 노동자 유급 병가에 대해 재정적 부담을 사업주가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때문에 재난지원금처럼, 국가가 어느 정도 보장하는, 그리고 진단서나 행정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이 필요 없이 빨리빨리 지급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 대신 노동자는 5일간 100%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약간 낮아진 임금을 받습니다. 이건 일종의 타협이죠. 약간 낮아진 임금을 받더라도 진단서나 이런 거 제출 없이 아프면 그냥 5일 딱 쉴 수 있게, 아무런 절차나 그런 거 없이 쉴 수 있는 제도를 지금 급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거리두기 제도화를 위해서는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다음, 직장 내 거리 두기가 필수적인 생명안전 보호 조치입니다. 사실 콜센터 사례에서 봤을 때처럼, 직장의 노동조건이나 노동형태에서 거리를 둔 채 일하기 힘든 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밀접 접촉을 해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불안정 노동계층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빨리 실태조사를 해서 거기에 맞는 가이드라인 같은 게 나와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이런 부분을 사업주에게 그냥 맡겨두려면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사업주의 의무로, 그리고 사업주를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불안정 노동계층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의무로 해서 빨리빨리 새로운 노동환경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마스크나 이런 것들은 필수재가 되어버렸는데, 고위험 저소득 노동자 같은 경우에 매일매일 마스크 구입 비용을 지출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무상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부터 불안정 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방안들도 강구해야한다.

그 밖에도 간접적인 소득 위기, 고용 위기나 사회보장의 위기 등으로 인해서 생기는 생명과 건강 안전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IMF 시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내외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종합해 보면, 자살자가 굉장히 많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IMF 시기에 이미 실증적으로 증명되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유럽에서도 많이 증가했던 사례가 확인됩니다. 향후 코로나로 초래된 사회경제적 위기로 인해서 안 그래도 심각한 자살 문제가 한국에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아주 시급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의료장벽 해소 문제입니다. 실직이나 소득 감소가 발생하면 의료 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험료 납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병원에서 직접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이 부담되어 병원을 찾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IMF 시기에 급격하게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이용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그로 인해 병을 키운 사람들이 많이 확인되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지금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건강 위기 측면에서 주거 대책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불안정 노동계층은 소득 위기나 고용 위기가 발생하면 거의 동시에 주거 위기가 발생합니다. IMF 위기 때도 실직자와 더불어 노숙인이 굉장히 늘었습니다. 특히 일용직으로 일하던 분들이 월세를 못 내게 되면서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리고 이런 게 건강을 더 나쁘게 만든 주요 요인이 되었어요. 이에 대한 대책도 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정부도 지금 위기 상황이라는 걸 인정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빠른 대처를 위해서는 빠른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리얼타임으로요. 한 달 전 지표를 확인하고 뭐 이런 정도로는 안 되고, 리얼타임으로 확인해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저희도 그게 되게 궁금하거든요. 사회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빨리 리얼타임으로 실태를 확인해서 거기에 맞는 대처나 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런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유럽이나 한국에서 있었던 사례로 예측한 것뿐입니다. 그게 아니라 리얼타임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빨리빨리 알아서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