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0년 6월 15일(월) 10시 15분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

발언 : 최동범(유가족),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강은미(정의당 국회의원)

 

유가족 최동범씨의 발언 전문

 

제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의 죽음에 한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제 아내의 억울한 죽음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저는 2020년 6월 1일 충남 천안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하루 종일 청소작업을 하다가 쓰러져 세상을 떠난 조리보조원 박현경의 남편 최동범입니다.

6월 1일은 초등학교 1학년 막내딸의 등교개학 첫날이었습니다. 막내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하던 길에, 시내버스기사로 일하는 저에게 전화해서, 운전 조심하라고, 저녁에 보자고, 웃으면서 통화를 했던 게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녹녹치 않은 형편이었지만, 사랑스런 세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아내는 지난 해 6월경부터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 취직했습니다.

아내는 식당에 조리를 하러 온 건지, 청소를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청소를 많이 한다고 힘들어 했습니다. 특히, 독한 약품을 몇 개 섞어서 넓은 구내식당 바닥과 테이블 등을 하루 종일 닦는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약품의 세기가 점점 심해지고, 식수인원이 늘었는데 인원충원을 해주지 않아서 점점 힘들다고 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두통과 기침 많이 했습니다. 어떤 날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는 게 힘들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일한 곳은 쿠팡 물류센터지만, 구내식당은 동원홈푸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아람인테크라는 파견업체 소속이라는 건 사고이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조리원들에게 고무장갑, 면장갑, 장화, 토시 등 기본적인 작업도구조차 지급하지 않고 자비로 구입해서 사용하게 했다고 합니다.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개인이 자비로 구입한 마스크를 사용한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방호복 등 보호 장구도 지급바지 않고 독한 락스와 오븐크리너 등을 이용해서 바닥청소, 대청소, 후드세척을 시켰다고 합니다. 바닥이 흥건하도록 독한 약품으로 바닥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뻘 되는 60대 분들과 함께 일하는데 약품이 얼굴에 튀어 화상을 입거나 눈에 튄 적도 있어서, 아내가 자비로 비옷을 구입해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독한 약품으로 후드세척을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사고당일 작업자들은 퇴근시간인 3시가 다 돼서야 점심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오한과 가슴 답답 등 이상 증세로 식사를 하지 못했고, 함께 식사를 하러 온 점장에게, 우리 청소를 좀 줄이기로 하지 않았냐, 휴식시간도 갖기로 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웃으면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내는 약 10분 뒤 다시 청소를 하다가 쓰러졌다고 합니다.

아내가 응급실에서 끝내 숨졌지만,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경찰에 전화를 해서 경찰이 응급실로 왔고, 저와 경찰이 회사에 수십 번이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에서 제가 만난 사람은 아내의 소개로 사고 당일 첫 출근했다가 쓰러진 아내를 보고, 걱정이 돼서 구급차를 뒤따라 왔다는 동네이웃뿐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아내는 타살입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락스와 오븐크리너 등은 혼합해서 사용하면 안 되는 화학물질이었습니다. 쿠팡과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폈다면, 제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한 것을 계기로 김용균법이 제정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제대로 작동하는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용균법이 하청노동자들을 위해서 제대로 작동했다면, 제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쩜 이리도 잔인하고, 파렴치할 수 있습니까.

쿠팡과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는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하였는데도,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회사는 아무 문제 없다, 연세 많은 분도 잘만 일한다, 근거 없이 허위기사 내지 마라, 기침하고 두통 했으면 병원은 왜 안 데려갔냐, 그만두게 하지 왜 계속 출근시켰냐, 나 같아도 육아와 금전 문제로 지칠 것 같다는, 실로 억장이 무너지는 막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더는 회사에 연락할 자신이 없습니다. 또 어떤 언어폭력을 당할지 두렵습니다.

쿠팡,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왜 전화도 피하고, 만나주지도 않는 건가요? 아내 소개로 사고당일 첫 출근한 동네이웃분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문자를 해도 심지어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답도 연락도 없는 건가요?

 

천안노동부와 천안시청에 묻고 싶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식당 위생을 철저히 점검하고 감독해야 할 천안노동부와 천안시청은 아내가 일했던 현장에 출동해서 직접 조사해 보셨습니까? 사망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 전현직 동료작업자들을 조사해 보셨습니까? 쿠팡과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의 책임자들을 조사해 보셨습니까? 대기업이라고 뒤에서 구경하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까?

혹시 부검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신가요? 그러는 사이 증거는 사라지고, 작업환경은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벌써 회사는 사고 직후 도시락업체에 배달을 시켜서 급식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매일하던 청소와 소독도 주 1회만 하고 있으며, 인원도 충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때에 제대로 조사해야 제2, 제3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구내식당과 화장실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화학약품의 안전성과 사용방법 및 혼합사용 금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시고, 신속한 현장점검과 관련자 조사를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유가족의 바람을 들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박현경, 제 아내의 이름의 기억해 주십시오. 제 아내는 정부와 회사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앞장선 방역작업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방역작업을 하다가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아내의 죽음이 독한 약품, 열악한 작업환경, 고된 업무강도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쿠팡과 동원홈푸드의 하청구조, 동원홈푸드와 아람인테크의 파견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어야 되질 않겠습니까! 하청구조, 파견구조 속에서 건강과 목숨을 잃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시는 없도록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 입니다. 저희 단체는 일을 하다가 사망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사건을 접합니다.

고 박현경님의 유가족 최동범님께 그분이 겪은 부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처음 느낀건, 쿠팡이 너무하다 였습니다. 일반 기업과는 대응하는 방법이 너무 달랐고, 고인에 대해서도 유가족에 대해서도 그 어떤 예의도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회사에서 사람이 쓰러지고, 심폐소생술까지 할 정도로 위독한 상황에, 다른 누구도 아닌 첫출근한 동료를 구급차에 태워 보낸 것 하며, 그 뒤로도,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 이후에도 유가족에게 제대로 상황 설명이 없었고, 유가족이 간청해서 간신히 대화에 응하는 모습 말입니다. 어느 사업하는 사람이 그렇게 몰상식하게 직원의 죽음을 대처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쿠팡은 개인도 아닙니다. 국내 온라인 사업의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이, 인사팀, 법률팀 할것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서 일을 만들어내고 수많은 노동자를 채용하여 수익을 얻는, 이 시대에 매우 각광받는 기업 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혁신기업이라 불리는 기업의 태도는 한결같이 노동자에게 불친절하고, 때로는 너무 과감하여 위험에 빠트리고도 억울해 합니다. 기업이 해야하는 책무 중 중요한 부분인 노동자 보호, 그것을 자신들의 책무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법은 구조적 약자를 위해 정부에서 그 책임을 강제하지만, 안합니다.

그런 비상식적이고, 무식한 기업의 태도가, 95% 일용직 채용에, 한국사회의 고질병이자 최악의 기업운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고스란히 기업 내부에 만들어두고, 누군가가 죽고 다쳐도 기업으로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누군가는 인건비를 싸게 하는 것이 혁신이라 하겠으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국 위험한 약품을 써도, 위험한 시기에 그 강도가 계속해서 쎄져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까지 정말 혁신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 비인간적인 기업 운영을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눈감고 받아들일지 묻고 싶습니다.

쿠팡은 그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박현경님의 죽음의 경위를 밝히고,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일에 책임있게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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