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월간지 『참여사회』 7-8월호(통권 277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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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병드는 물류센터 노동자들
글.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최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인해 물류센터 상하차 업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건강 실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물류산업은 전자상거래 등의 신장세와 맞물려 날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성장세에 견줘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물류산업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적 특성상 거대 물류기업이 다양한 중소영세 하청, 도급 기업에게 위험을 분산하고 그 이윤은 독점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산업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산업이고 위험한 노동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이 분산되고 외주화 됨에 따라 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심각한 산재 사고와 사망 사고가 다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 발병 역시 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시스템에 기인한다.
‘언택트’를 지향하며 자동화, 기계화되어 감에 따라 새롭고 혁신적인 산업 영역처럼 이야기되는 물류산업의 이면에는 다수의 인간 노동이 ‘갈아 넣어지고’ 있다. 일부 거대 물류기업의 이윤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물류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돌아볼 때다.
물류산업 노동자들의 산재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상 2018년 기준으로 물류산업❶ 기업 수는 208,260개, 종사 노동자 수는 588,165명이다. 전체 기업 중 연 매출 80억 원 이하 기업이 207,346개로 전체의 99.6%에 달했고, 종사 노동자 수 면에서도 연매출 80억원 이하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398,233명으로 전체의 67.7%에 달했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중소규모 기업 소속 노동자임을 알 수 있다.❷
산업재해 통계상 육상 및 수상운수업, 창고 및 운수 관련 서비스업으로 확인되는 노동자들의 산재 재해자 수 및 산재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재해자 수는 2018년 4,714명에서 2019년 5,484명으로 늘었고, 사망자 수는 2018년 141명에서 2019년 140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산재 재해율 및 사망 만인율❸ 모두 전체 산업 평균보다 높았다. 이는 이 업종 노동자들이 다양한 건강 및 안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막장’,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
특히 물류센터 상하차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들은 주로 물류센터 집하장에서 물건을 트럭에 싣고 내리는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되어 일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고강도, 장시간, 야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하는 주된 업무는 무거운 짐을 쉴 새 없이 싣고 나르는 업무이다. 이러한 노동은 대부분 야간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현장에는 컨베이어 벨트, 지게차 등이 존재하여 사고의 위험이 높고, 전기 배선 등이 불완전하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감전 위험도 높다.
이런 업무 형태 특성상 가장 흔한 건강 문제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무거운 물건을 쉴 새 없이 들고 옮기는 업무는 노동자들의 어깨, 허리, 팔 등에 부담이 되어, 노동자들은 다양한 근육 질환, 관절 질환, 연부조직 질환, 신경 질환 등을 달고 살게 된다. 주로 야간에 이루어지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수면장애나 위장장애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면 일하면서 집중력 저하나 졸음에 빠지게 되어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냉동 창고에서 일하는 이들의 경우 온도로 인한 건강 문제도 적지 않다. 한여름에도 동상에 걸리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다. 공간이 넓은 데 견줘 화장실이나 세면실이 적어 생리 현상을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적지 않다. 바닥이 미끄럽고 장애물이 많아 미끄러지거나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흔하다. 물건이나 장비, 지게차 등에 끼여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건이 떨어져 그 밑에 깔려 다치기도 하고 충돌하여 넘어지며 다치기도 한다.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 노동자의 고용 형태가 위험을 키워
이와 같이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은 매우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에서 이 업무는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하여 기계의 부속품처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고위험,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라면 원칙적으로 회사의 관리가 더 철저히 되어도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에 힘든데, 단기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하여 일을 시키다 보니 관리는커녕 기초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일을 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 일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초반에 큰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시장이 커짐에 따라 물류센터의 운영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 경향이 물류센터 상하차 업무 노동자의 고용 상황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업체가 온라인상에서 납품업자와 고객의 중개만 담당하고, 실제 상품 배송은 택배업체가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점차 온라인 쇼핑업체도 자체 물류센터를 가지고 배송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아마존이 시행하고 있는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주문에 대한 신속, 정확한 배송을 위해 자체 운영하는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가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재고를 줄이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문과 배송량 증감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러다 보니 물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유연성 있게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커지게 되고 이러다 보면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과 안전 관리는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에서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항의도 커져 가고 있고 이에 따라 회사도 노동자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마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류센터를 자동화, 기계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시스템만 늘려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상거래의 증가, 플랫폼 산업의 발전, 유통업의 혁신이라는 말 잔치 뒤에서, 가려진 노동이 그야말로 ‘갈아 넣어지며’ 이 시스템을 굴러가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비윤리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노동력 착취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다치고 병들며 죽어가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 작업 현장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더 철저히 더 자주 물류센터 노동 현장에 대해 충실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고위험,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니만큼 위험 평가에 근거해 그에 걸맞는 작업 조건이나 노동조건 변경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지속가능하고 노동의 질을 고려하는 물류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높은 이윤을 내는 물류산업 기업이 이것을 못 할 이유가 없다.
❶ 물류산업에는 화물운송업, 물류시설운영업, 물류관련서비스업이 포함된다
❷ 통계청, 2018년 기준 운수업 조사(2019)
❸ 임금근로자 수 1만명 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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