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말, 석면을 걷어내자 ] (중) 무엇이 문제인가
공원·주거지 불특정 다수 위협
산책로 매립토 노출 석면분진 피해 우려
침출수 바다 유입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구청·일부 주민들 ‘안전 불감증’ 심각
이기대 동생말 석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이 지역에서 발견된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될 만큼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석면은 10~30년 잠복기를 거친 뒤 석면폐와 폐암, 그리고 늑막암의 일종인 중피종암을 유발한다. 특히 중피종은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대한석면관리협회 김정만(동아대 의대 교수) 회장은 “동생말 지역에서 발견된 석면포의 경우 고형 물질이 아닌 방직 제품으로서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데 인체로 유입될 시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토양과 함께 매립돼 있다면 토양에 석면 분진이 섞여 있을 것이며 침출수 형태로 바닷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기대 동생말 지역 산책로에는 옹벽 밖으로 흘러넘친 매립토가 곳곳에 노출돼 있어 비산먼지로 인한 시민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이곳이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공원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월 경성대 신현무 교수가 부산지역 내 4개 휴·폐광산 지역의 토양오염도와 관련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용호광산이 있었던 동생말 지역이 정밀조사 우선순위 1순위가 되는데 주민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매립지가 바다와 인접해 침출수 형태로 흘러들어 해양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전국 최대 규모 7천여세대 아파트 단지가 지척에 있다는 점도 이 지역 폐기물 처리의 당연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처럼 주의가 요구되는 지역임에도 관할 구청인 부산 남구청은 지난 8월 28일 이 지역에서 석면의심 물질이 처음 발견됐을 때 덮어놓고 아니라고만 하며 조사조차 거부했다. 결국 의심물질은 남구청을 제외한 다른 조사기관들에 의해 순도 90% 이상의 백석면 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석면에 대한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은 남구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랜 기간의 잠복기를 거치는 석면의 특성 탓에 석면의 위험성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5년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700명을 넘어섰고 지난 1980~90년대 일찌감치 석면 제품 사용을 금지한 유럽에서마저 앞으로 35년 동안 25만명의 중피종 환자가 나올 것으로, 일본은 2040년까지 10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도 석면을 집중적으로 사용했던 지난 70년대 연간 5만~10만t의 석면을 사용해 이로 인한 암 환자수가 매년 300명가량 생기고 있는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들어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09년 이후 석면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등 관련법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들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녹색연합 강지윤 국장은 “석면 폐기물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이 ‘석면, 별 거 아닌 걸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는 식의 논리”라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 남구 용호동 주민 최모(61)씨는 “동국제강에서 매립을 하면서 다소 석면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석면 회사도 아니고 부품 차원에서 쓴 걸 넣어봐야 얼마나 넣었겠느냐”면서 “있다 해도 땅속에 묻혀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용호동 섭자리 주민 정모(54)씨도 “묻혀 있는 석면이 소량인 데다 오랫동안 살아왔어도 석면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생말 지역 지주 Y사 관계자는 “관련 조사를 모두 해본 결과 동생말 지역에는 슬래그 외에 석면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도로공사 현장에 조금 섞여 있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정기자 yourf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