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13:35~14:00)
■ 제작 : 강민주 PD
■ 진행 : 손경식 선임기자
■ 정리 :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민희
■ 대담 : 이상윤 대표 (노동건강연대)
◇손경식> 지난 31일, 삼척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하도급 업체 직원이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5월, 같은 업체 소속인 직원이 기계에 끼어 숨진 데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인데요. 지난해 8월부터로 치면, 벌써 같은 사업장에서만 3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건지,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상윤> 네, 안녕하세요?
◇손경식> 지난 주 삼척에서 전해진 추락사고, 지난 5월 끼임 사고에 이어서 불과 석 달 만에 같은 곳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건,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이상윤> 지금 언론이나 노동조합에서 발표하는 바에 따르면 5층 높이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용접을 했었는데요, 하청노동자가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제 말씀하셨듯이 같은 공장에서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비슷한 노동자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손경식> 발생 원인이 궁금해요, 파악되고 있나요?
◆이상윤> 지금 현재는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실은 안 나오고 있고 저희도 파악 중인데요.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용접할 때, 컨베이어 벨트가 멈춰있어야 하고 혹시라도 움직이면 밑에서 안전요원이 그 부분을 수신호를 통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되지 않으면서 용접하신 분은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여서 깜짝 놀라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손경식> 그렇다면 이렇게 용접 근무나 작업을 하려면 수칙이 있지 않겠습니까? 2인 1조 근무를 한다거나 하는 거요.
◆이상윤> 이 경우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용접 시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안전요원이 배치돼서 수신호를 통해 수시로 용접하시는 분과 의사소통 하시는 것이 중요한데 그 모든 것들이 잘 안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경식> 참 안타까운데요. 앞서도 잠깐 언급이 됐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시멘트 공장에서 지난 해 8월부터 세 명의 직원이 사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들이 모두 같은 업체 직원인 상황인데 어떻습니까?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봐야 될까요?
◆이상윤>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저희가 많은 경험에서 비추어보면, 보통 이렇게 한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나면 이 기업에 보통 사고예방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경영 문제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직 문화, 흔히 경영실패라고 보는데요. 의사결정구조나 운영구조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하청 노동자가 이렇게 계속 사망한다는 것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노동자한테 전적으로 맡겨버리고 원청기업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흔히 말하는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는 부분이 기업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손경식> 대표님, 같은 곳, 같은 회사에서 세 번의 사고가 1년 내에 났으면 회사 측에서 어떤 대응책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상윤> 회사 측에서는 근로감독이후에 근본적인 대책을 내겠다고 얘기를 했고 이런저런 안전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고가 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야기나 행동이 사실은 보여주기 식이지 진정한 구조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손경식> 그렇군요. 지난 해 기사 가운데 “10대 건설사 산재사망자 중 95%가 하청노동자”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요. 하도급 업체에서 이런 산업재해 사건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느껴지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이상윤> 그렇습니다. 건설업뿐 아니라 제조업까지 포함해서 전체로 보면 공식통계상으로는 현재 사망노동자 중 하청노동자 비율이 40% 정도 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부분 제조업은 영세사업장에서 노동자분들이 많이 돌아가시거든요. 그런데 이 영세사업장은 현실적으로 원청노동자로 잡히지만 그 영세사업장이 대부분 대기업에 2차, 3차 협력 업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 이분들도 하청업체 노동자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그런 걸로 봤을 때,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 산재사고로 돌아가시는 하청노동자,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히 낮은 위치에 계시는 노동자분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손경식> 대표님께서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시기도 합니다. 노동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분들을 많이 만나 오셨을 텐데,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의 사고,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요?
◆이상윤> 한국이 숫자로 봤을 때, OECD 국가 중에 1위를 늘 다툰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855명이 사망했거든요. 매주 15명에서 20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렇게 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굉장히 안타까운 것은 흔히 사고의 유형이라고 하는데, 오늘 얘기한 것처럼 추락을 하거나 기계 끼임, 넘어지는, ‘재래형 사고’라고 해서 굉장히 조금만 노력을 기울여도 예방 가능한 사고 유형이 많아서 더욱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상윤> 아무래도 원청의 책임이죠. 주로 위험한 작업을 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그러한 부분이 제일 문제이고요. 두 번째는 떠넘겼더라고 하더라도 관리를 열심히 하면 되는데 그것도 안 하는 게 문제입니다. 두 가지 다 사실 변화가 돼야 합니다. 위험한 작업이라고 무조건 역량도 없는 하청업자에 맡길 것이 아니라 원청이 스스로 하는 부분들로 개선이 돼야 하고요.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맡긴다면 안전과 건강에 대한 부분만큼은 원청업체가 훨씬 역량이나 자원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관리하고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손경식> 지금 말씀하신 부분 중에 원청에서 작업을 하청으로 넘기는 부분에 있어서 법적으로 제약이나 그런 건 없습니까?
◆이상윤> 지금 현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위험작업의 경우 도급금지 조항이 있긴 있는데요, 그 부분에 금지되는 업종이나 직종이 굉장히 제한적이어서 사실 지금 이런 컨베이어 벨트는 아예 들어가 있지도 않고요. 그리고 그런 업종이라고 해도 노동부에 허가를 받으면 사실은 도급을 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그런 부분에 제도 개선이 많이 필요합니다.
◇손경식> 그렇군요. 앞서 이야기 나눴던 산업재해가 있을 때, 사업주는 어떤 책임을 가지나요?
◆이상윤> 그 부분들은 저희가 늘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사실 이제 원청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저희가 통계를 내보면, 사업주가 개인이 대표이사인 곳이랑 사업체가 법인인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사업주가 개인인 경우 대표가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법인에 대해서는 일부 벌금을 무는데, 한 사람 죽으면 평균을 내보면 400여만 원으로 그치는 것으로 굉장히 이것도 개선돼야 할 문제입니다.
◇손경식> 대표님 근래에는 강화되는 추세의 움직임은 없나요?
◆이상윤> 최근에 사회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공분, 그리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으면서 법원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양형기준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조금 더 양형을 현실감 있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손경식> 마지막으로 노동건강연대 대표이자 의사로서 한 말씀 전해주신 다면요?
◆이상윤> 사실 산재사망사고 문제는 사고나 안전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한 단면입니다. 현재 사망사고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취재해보면,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신 분들이 위험한 작업을 하시다가 가장이 돌아가셔서 가족까지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형태가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불평등 문제의 해결이라는 큰 측면에서 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불평등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손경식> 우리 주위의 노동현장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망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관련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