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욱씬’, ‘으악 마비까지’
근골격계·호흡기·심혈관계 질환으로 줄줄이 병원행
매일노동뉴스 구은회기자
“○○백화점 △△점은 정말 노후 됐잖아요. 바퀴벌레나 쥐가 진짜로 다녀요. 직원들은 그 안에서 먹고 생활하고…. 이비인후과에 항상 다녀요. 먼지가 많으니까. 몸이 항상 안 좋아요. 알레르기도 있고.”
“직원들 중에 방광염 걸린 사람 정말 많아요. 고객 상대하다가 화장실에 갈 수는 없잖아요. 고객들이 밀릴 때에는 못가고 참아요. 화장실이 몇 군데 없고 멀리 있다 보니, 차라리 물을 안 먹어요. 화장실 안 가려고. 그렇게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니까.”
“엄지손가락에 마비가 왔어요.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요. 손가락이 혼자서 움직이기도 하구요. 한 달 동안 볼펜을 잡지 못했어요.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렇데요. 매장 안에서 무거운 박스 나르는 건 일 축에도 못 끼거든요.”
원진노동안전건강연구소가 서울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판매직 여성노동자들을 심층면접조사 한 내용 중 일부다. 여성 밀집 사업장인 유통매장의 작업환경과 종사자들의 건강실태에 대한 점검이 미진한 가운데, 매장 안 노동자들은 이미 각종 질환에 노출돼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민간서비스연맹이 주최한 ‘서비스 비정규노동자 현실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김신범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교육실장은 “유통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고객 대면 중 ‘화가 나도 웃어야 하는’ 감정의 불일치를 경험하는 ‘감정노동’을 주요한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고, 장시간 노동과 서서 일하는 작업조건에 따른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며 “직장에서 비롯된 심리적 좌절과 신체적 고통은 가정으로까지 이어져, 가정불화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서비스유통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받는 인격적 모멸감(욕이나 인격 무시 등) △고객의 폭행이나 협박 △관리자로부터 받는 인격적 모멸감 △실적과 관련한 압박감(모니터링 제도) △동료 사이의 과도한 경쟁 체계 △가정 일과 관련한 부담 등을 직부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직접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장시간 서서 노동 △휴식시간과 휴식공간의 부족 △불규칙한 식사시간 △화장실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상황 △잘못된 계산대 디자인 △좁은 공간의 고정적 자세 △중량물 취급 △온도, 먼지, 소음 등 불결한 작업환경 등을 지적했다.
김신범 실장은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사업장에는 반드시 의자를 비치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어떻게 서비스를 앉아서 하느냐’는 식의 부정적 인식이 제도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라며 “나의 아내, 혹은 나의 딸이 열악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유통매장의 작업환경 개선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