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사업장 보건관리체제’ 도마 위에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한국타이어가 고혈압과 고지혈증 증상을 보이는 노동자들에 대해 보건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사업장의 ‘허술한 보건관리체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일 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해 산업보건관리자를 고용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보건관리자는 의사가 아니어도 간호사·산업위생관리기사·산업보건 또는 환경위생 관련학과 졸업자 등도 할 수 있으며,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전문기관에 위탁도 가능하다. 1997년 ‘기업활동규제완화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규제완화특별법)’ 제정으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50인 이상 사업장 2만8천930개 가운데 산업보건의를 고용하고 있는 곳은 84곳에 불과, 채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임상경험이 없는 간호사를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5천여명의 직원에 대한 건강관리를 맡겼다. 심장질환으로 숨진 15명의 노동자 가운데 3명을 제외하면 모두 고혈압과 고지혈증, 간장질환 등을 앓고 있었지만 사후관리나 업무 재배치 등의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노사자율점검의 일환으로 임시건강검진과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실시한 을지대학병원 오장균 교수는 “심장질환으로 숨진 2명의 노동자는 고혈압 등으로 언제든지 돌연사할 위험성이 있어 노동강도가 심한 작업공정에서 일 하기가 부적합했는데도 회사에서 사후관리를 받은 기록이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오 교수는 “한국타이어에서 엄격한 사후관리나 작업전환을 시행했으면 돌연사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해 회사의 소홀한 보건관리가 사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3년과 2004년 사이 50여명 이상의 노동자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자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매년 1회 실시하는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의 증상이 발견되면 집중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받도록 함으로써, 지난해부터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예방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도 이번 사태가 논란이 되자 임상경험이 풍부한 간호사를 정규직 보건관리자로 채용하고, 뇌심혈관계 질환 의심자에 대해 진료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건강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