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일시적.단기 노출자 문제 `더 심각’>
연합뉴스|기사입력 2007-12-05 16:08
건설일용직 등 무방비..국가차원 대책 필요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1급 발암물질’인 석면 피해에 대한 법원의 첫 손해배상 판결을 계기로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시 석면 노출자 보다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노출자가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면 생산에 직접 관여되는 근로자의 경우 그나마 정부가 기본적인 보건규칙 등을 마련, 직.간접적인 작업환경 관리를 하고 있지만 건설 일용직이나 설비 및 보수업자, 정비공 등 부정기적으로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 기본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적.단기 석면 노출자 `셀 수 없다’ = 5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를 받아 `석면에 비정형적으로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양한 직종에서 일시적으로 단기간 석면에 노출된 것이 폐암, 악성 중피종 등의 치명적 결과로 연결된 사례가 확인됐다.
업종별로는 슬레이트 제조 배합자, 지하철 유지 보수업자, 설비 및 보수업자, 전기로 용해반 작업자, 석면 배관작업 감독 업무자, 주물업의 조형공, 사문석 광산 노동자, 크레인 작업자, 발전기 엔진 운전공, 보일러 정비공 등 다양했다.
이들은 석면 생산과 직접 관련된 근로자는 아니지만 업무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경우다.
직업병연구센터 김태우, 고동희 연구위원은 이 분석자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선 인정기준에 부합하는 경우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지만 비정형적인 석면 노출 근로자의 경우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직업병 인정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석면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한 이호철 변호사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석면은 건축자재나 자동차 부품, 섬유제품 등 일상생활 속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특히 건설 일용 노동자의 경우 건물 철거 등의 과정에서 석면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자신도 모르게 석면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나 석면관련 공장 주변 주민 등도 석면에 심각하게 노출되는 대상이지만 적절한 보호장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설 때” = 환경단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석면 노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전면적인 국내 석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에 대한 법적 구제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석면특별법 등 제도적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석면 대책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단순 노무직 등의 경우도 석면을 직접 제조하거나 이를 원료로 관련 제품을 만드는 사업체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보호복과 보호 마스크 등을 착용시키고 환기시설을 강화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석면이 포함된 제품이나 물질에 대해선 `주의 문구’를 부착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석면에 의한 질환은 잠복기가 10~40년으로 장기간에 걸쳐 관련 피해가 확인되기 때문에 미래에도 석면 피해에 따른 질환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면서 “피해가 일상적이고 광범위해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tjda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