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건설현장 참사에 노동계 충격
“건설노동자 희생 책임자 처벌하고 대책 마련하라” 촉구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8년01월08일 16시41분
연초부터 전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이천 화재 참사에 대해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7일 오전 10시 49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현장 지하 1층 기계실에서 우레탄 발포 작업 도중 시너 유증기가 발화해 폭발한 이 사고로, 현재까지 40명이 사망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참사는 매우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보건규정도 지키지 않은 인재”라며 “관련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 요구했다.
더우기 사고현장에 피난 계단 등 비상구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발화성 위험물질을 현장에 쌓아둔 채 용접 작업을 하는 등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회사측은 ‘안전시설 미비에 따른 인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대형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대부분이 인력시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건설노동자들의 충격도 남다르다. 건설노조는 7일 낸 성명서에서 “고인들에 대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건설노동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밝혔다.
건설산업연맹도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에 울분을 금할 수 없다”며 “화재참사 주범인 ‘코리아2000’의 대표이사를 구속하고, 유족 및 부상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연맹은 “10년 전 부산에서 똑같은 사건으로 27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안전사항을 지키지 않아 40명의 건설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침통해했다. 1998년 10월에 부산 서구 암남동 범창콜드프라자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인부 27명이 숨지고 16명이 크게 다쳤었다. 이 사건 당시에도 냉동창고 내벽에 우레탄폼 발포작업 중 건물 안에 가득찬 유증기에 불꽃이 튀면서 폭발한 것이라, 이번 이천의 사고와 거의 흡사하다.
건설연맹은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끊임없는 불법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건설업체가 안전관리를 방치하고 노동부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향후에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부와 정부를 상대로 건설현장 산재추방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