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저임금, OECD 국가 21개 중 17위”

‘최저임금의 국제적 동향과 한국의 최저임금’ 토론회 열려

2010-06-11

시간당 5180원 대 4110원. 지난 4월에 시작된 2011년 최저임금 논의가 오는 29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면서 26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했고 지난해 경제위기를 이유로 최저임금 삭감안을 들고 나왔던 사용자 측은 이번에도 동결안을 제출해 숫자 싸움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홍희덕·곽정숙 의원과 최저임금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연 ‘최저임금의 국제적 동향과 한국의 최저임금’ 토론회를 열고 사용자 측이 제시한 안에 대해 매서운 공격을 펼쳤다. 사회를 맡은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동부와 사용자 측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며 유감을 표했다.

사용차 측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최저임금이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유럽주요국의 평균(mean)임금과 중위(median)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 대비 48.3퍼센트(주 44시간, 2007년 기준)로 벨기에(47퍼센트)나 영국(38퍼센트), 네덜란드(38퍼센트)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질 게 없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국제 비교 시 영국의 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하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6월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 대비 53.3퍼센트, 중위임금 대비 57.6퍼센트에 달해 미국·일본·영국 등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발제에 나선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10여 개 국가의 자료에 굳이 한국을 끼워넣어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한국이 포함되어 있고 훨씬 많은 나라를 포괄하는 OECD나 국제노동기구(ILO)를 이용하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OECD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21개국 중 17위, ILO 기준으로 59개국 중 48위에 머문다.

윤 교수는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 역시 과대 산정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는 유급 주휴임금제에 따른 주당 8시간분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월액으로 환산했고, 이에 따라 시급 기준으로 중위임금 대비 43.6퍼센트, 평균임금 대비 34.2퍼센트였던 비율이 57.6퍼센트, 53.3퍼센트로 뛰어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외 수당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전체의 6퍼센트, 유급휴가나 주5일제 적용을 받는 이들은 각각 8.6퍼센트, 11.5퍼센트에 불과하다.

“생산성만 고려하면 최저임금은 2624원”…”수준을 밑바닥까지 드러내”

▲ 대부분이 최저임금 노동자인 여성연맹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토론회를 방청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사용자 측은 또 하나의 최저임금 동결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심지어 “노동생산성만을 고려한다면 적정 최저임금은 36.2퍼센트 포인트 삭감된 2624원이 적절하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토론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사용자단체 수준을 밑바닥까지 드러냈다”며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김 소장은 “지난 10년간 생산성 증가율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합친 수치는 연평균 9.3~9.6퍼센트인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은 연평균 6.2~7.0퍼센트, 최저임금 인상률은 9.1~10.0퍼센트”라며 “(사용자 측의 주장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명목 임금인상률과 실질 생산성 증가율을 단순 비교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수준을 산출하는 노동부 통계는 공공 부문 노동자 등 약 400만 명의 자료가 누락되어 있고 금액도 1000원 단위로 표시되어 시급 단위의 최저임금을 판단하기에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통계 자체의 신뢰성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미만 받는 노동자 211만 명…전체 12.7%

한편, 토론회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정 최저임금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2010년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 4110원 미만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는 211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2.7퍼센트에 이른다.

유기만 전북실업자종합지원센터 상담팀장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활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닐뿐더러 물가 상승에도 지난 2년간 자활급여는 동결돼 있었다”며 “아르바이트의 경우에도 여전히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라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봉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