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동자, 석면에 의한 폐 이상 일반인의 3배
환경운동연합, “지하철 이용 시민에게도 역학조사 실시”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8년01월11일 16시15분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석면건강영향 검진조사에서 27~30%가 폐흉막에 이상이 있다고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일반인의 3배나 높은 환자비율이다.

이런 결과는 노동부가 성균관대 의대 김동일 교수팀에게 의뢰해 지난 5월 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메트로에서 일하는 노동자 2천 9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나왔다.

‘소리 없는 살인도구’ 석면, 시민들에게도 그대로 노출 가능성

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도구’로 불리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9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석면으로 인해 폐암에 걸렸다는 노동자들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여수지역 건설노동자인 이재빈 씨가 17년 간 비계공으로 일하면서 석면에 노출되어 폐암에 걸린 바 있다. 그러나 산재 승인이 늦어져 여수건설노조가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에 점거농성을 들어가기 도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사망한 고 윤원만 씨는 서울메트로에서 18년을 근무했으며 ‘직업성 폐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25년을 근무한 김성배 씨는 작년 7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석면과 라돈 등 지하오염물질로 인해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라는 불치의 직업병을 진단 받기도 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지하철 노동자들이) 석면 등 오염물질에 상당기간 동안 노출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지하철에 경우 하루 400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어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석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시민들의 상당수는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어 석면과 라돈 등 오염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라며 “지하철 석면 문제는 2001년에 이어 2007년에도 환경단체와 노조 등에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석면이 지하 환경으로 노출되는 여러 형태의 공사를 허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어제(10일)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조합원 교육을 실시했으며,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석면문제 해결을 요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도 지하철 노동자들의 건강진단에 이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에 대한 건강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한편,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내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어 있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건설과정에서 청석면을 비롯한 갈석면, 트레몰라이트 등이 천장뿜질 및 사무실 벽면 등에 대량으로 사용되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