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 산재은폐 심각하다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같은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을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더 높을까? 상대적으로 위험한 작업공정을 담당하면서 노동조합의 보호수준이 낮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더 높을 것 같지만 정답은 정규직 노동자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재해율은 사내하청 노동자에 비해 무려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사내하청 노동자 재해율, 정규직 4분의 1

‘안전보건연구동향 1월호(산업안전보건연구원 발간)’에 실린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의 ‘작업장내 원하청 관계를 통한 재해위험의 전가’ 논문에는 이러한 질문에 답이 들어있다.

박종식 연구원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ㄱ사 ㄴ공장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2005년 재해율을 비교한 결과 정규직 노동자의 재해율은 2.94%인데 비해 사내하청 노동자는 0.75%로 4배에 이르는 차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근골격계질환과 같이 비사고성 산업재해를 제외하고 업무상 사고 재해율만 따져보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정규직은 1.49%, 사내하청 노동자는 0.66%로 정규직의 재해율이 2배나 높았다.
박종식 연구원은 업무상 사고성 재해율에서 격차가 줄어드는 배경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비사고성 재해에 대한 산재신청이 장벽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산재요양 신청이 240건에 달했으나 사내하청 노동자는 0건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 변화 반영못한 산업안전제도가 원인

박종식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영세하고 위험부담이 높은 작업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재해율이 더 높을 것으로 가설을 세웠으나 완전 빗나가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이처럼 사내하청 노동자의 낮은 재해율은 재해위험의 전가가 제도의 지체로 은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제도와 정책이 10여년 동안 노동시장 및 고용형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원하청관계의 종속성에서 기인한 산재은폐의 합리화

박종식 연구원은 정규직-사내하청의 직무배치 과정에서 권력관계를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전가되고 있지만 하청업체의 종속성으로 인해 산재은폐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규직들이 꺼리는 도정작업이나 보전업무 부분에서는 정규직보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재해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1990년대 말 이후 자신들의 업무량과 위험부담을 줄이는 대신 사내하청 노동자의 활용을 늘리는데 동의하면서 작업장 내 권력관계를 통한 위험의 전가현상이 일어났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산재 삼진아웃제’(1년에 산재사고가 3차례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 하청업체와 계약해지)와 같이 종속적인 원-하청계약관계로 인해 산재은폐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 요양기간을 살펴보면 41건 중 34건이 3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재해로 중대재해로 인한 장기요양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동일사업장에서 최소 3년 이상 근무했을 때 산재판정을 받을 수 있는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뿐 아니라 산재보험에서 임금보상(휴업급여)가 통상임금의 70%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은폐를 부추기고 있다. 공상처리를 할 경우 8시간 근무분에 대한 임금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