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의 묻지마 로비 실태
[종합뉴스팀 기자 / 2008-01-17 12:48]
건설강국 우리나라에서 유독 나쁜 관행이 끊이지 않는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건설시장이다. 10위권에 드는 대형 건설사는 심각한 인명피해 등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대부분 무혐의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100위권 등 상위 순위권에서 멀어질수록 무혐의 판정은 줄어든다. 각종 대형 관급공사에서 시공능력 10위권 건설사들의 독식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시공능력평가에서 사망재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무혐의 판정은 회사 생존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각종 비리와 로비로 얼룩진 대형 건설사들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통합신당 우원식 의원과 함께 사망재해 사법처리에 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건설업계 현주소를 심층 진단했다. 단속 사각지대 현장에서는 절대 권력의 중심으로 옮겨갈수록 알 수 없는 의혹이 거품처럼 일고 있다.
우원식 의원과 함께 대검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노동관계법 위반사범 처리결과는 4.8~4.3%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설업종의 사망사건에 대한 산업안전법 위반 사건의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체 사망사건 노동부 기소송치 사건의 무혐의 처분율(혐의 없음)을 조사한 결과 2005년 도급순위 1000대 업체의 무혐의 판정은 24%, 100대 업체는 33.6%, 10개 업체는 41%였다. 2006년 1000대 업체의 무혐의 판정은 25%, 100대 업체는 41%, 10대 업체는 53%였다. 2007년에는 1000대 업체 24%, 100대 업체 36%, 10대 업체 50%였다.
점점 해가 지날수록 상위 도급순위 건설사일수록 무혐의 판정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공사가 많아 자연이 산업재해가 많은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무혐의 판정을 받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자 무과실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건설사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대부분 무혐의 피해자 과실을 인정해 사용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 건설사는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급공사 독식 건설사의 비밀
노동부는 매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0대 건설사 환산재해율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정부 발주 사업에서 가점(+2)부여 또는 시공 능력 평가액 (최고 5%)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1년 간 지도감독 면제 또는 강화라는 조치를 따르게 된다. 그러나 조사방법이 문제가 된다.
1000대 건설사의 전국현장에서 2005년도 발생한 총재해자를 파악해 조사한 결과 특히 사망재해에 대해 10배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으나, 단서 조항에 의해 사업주가 무혐의 판정을 받게 되면 가중치가 취소돼 1건으로 환산되는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단순부상 재해로 산재보상 100만원이 지급된 부상재해와 1억원 이상의 보상급여가 지급된 사망재해가 동일한 1건으로 처리된다. 사망사건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감점이 초래돼 대형 건설사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안전하고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공사를 따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망재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국 무혐의 판정 여부가 심각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건강연대와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부가 집계한 ‘2006년 사업장별 산재사망자수’ 자료를 토대로 ‘2007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업체는 모두 대형 건설사였다. 1위는 현대건설로 모두 8건의 사고 중 모두 10명의 사망자 발생이 발생했다. 2위는 대림산업과 SK건설로 8건 사고에 8명의 사망, 또 삼성물산과 GS건설(7건 사고·7명 사망)이 공동 4위를 기록했다. 롯데건설, 풍림산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중공업(6건 사고·6명 사망)이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대부분 사망사고에 의한 무혐의 처분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죽느냐 사느냐 물불 안 가리는 로비
특히 이러한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006년 9월 1일 삼성물산이 주관하고 GS건설,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 인천대교 건설공사에서 외국인 산업체 노동자인 우환지아씨(베트남)가 20m 미터 상판에서 추락해 사망한 산업재해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인천지검은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고 설치한 안전방망도 사고 당일 다른 설치작업을 하기 위해 해체한 상황에서 작업자가 추락 사망했으나 회사 측에서 안전대를 지급했고, 피해자가 행동을 임의로 하다가 추락했으므로 사업주의 과실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곳곳에서 의심스런 유착 커넥션 감지
그러나 검찰이 안전난간을 설치할 수 없다는 근거로 제시한 검찰은 공사현장 주탑의 높이가 239m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추락지점은 20m로 사측은 사고당일 일시적으로 제거한 상황에서 작업 중지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의 담당지청은 인천지검이며 사측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인천지검 형사부장 출신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측이 전관예우를 의식해 고의적으로 지역출신 변호사를 기용했고 검찰 측에서도 이를 눈감아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지난 2006년 1월 16일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이 시공한 경남 마산시 마창대교 건설현장에서 타워 크레인의 높이를 올리는 작업을 하던 인천시 부평동 35살 박모 씨 등 2명이 70여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림산업이 총괄적으로 전체 공사를 관리감독하면서 공정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공사현장에 최소한의 관리인만을 배치했을 뿐이다” 며 “공사나 공정 중 일부의 피의자 회사들의 근로자들이 직접 담당해 시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피의자 회사들은 동일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도급해 의해 행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해당 한다.”고 원청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공정을 담당하는 하청회사는 당연히 자기 회사 근로자들만의 작업을 의미하는 것이며 검찰이 말하는 전부도급이라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전부도급이란 전체 공정에 대한 도급이며 이는 하도급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검찰 측 해석 문제뿐 아니라 검찰수사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지역의 검찰청에서 수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은 부산이나 판정은 인천지검이 내렸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형 건설사와 검찰의 수사에 의혹이 일고 있는 결정적인 부분도 포착됐다. 2006년 10대 건설업체 산업재해 사망 사건을 조사한 결과, 노동부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모두 53건인데 이 가운데 28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무혐의 처분 28건 중 변호사가 누구인지 확인 할 수 있는 사건 9건 중 전 근무한 소속을 알 수 있는 변호사는 7건으로 이 가운데서 6명이 건설재해 현장의 지방청 검사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 관리자 제도를 두고 있다. 안전관리자의 역할을 사용자를 대신해 재해를 예방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과실조차 사전에 예방하는 임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재해자 과실로 판정한 검찰의 판정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근본적인 취지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000대 건설사에서 10대 건설사로 올라갈수록 무혐의 처분이 늘어나는 것과 검찰청과 검찰의 전관예우에 의심이 가는 변호사들이 사건을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건설사와 검찰과의 깊은 유착관계에 의혹이 이는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무엇인가 의심쩍은 부분들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과 대형 건설사. 그리고 정부발주공사의 낙찰률. 세 개의 연결고리는 어느 것 하나도 끊어서는 안 될 거대한 사슬고리처럼 단단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에 불과한 것일까.
#최악의 건설사는?
사고, 비리… 현대건설 불명예
“현대건설은 최악의 건설사” 라는 결과가 나왔다. 단일현장 기업에선 에이스건설이 최악의 회사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전남 고흥군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총사업비 2370억원 규모의 연도교 공사를 지난 2002년 건설교통부 산하 익산국토지방관리청에서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5일 소록도 육지부 공사현장 20m 높이 상판에서 인부들이 상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상판과 철골구조물이 붕괴됐다. 모두 12명이 매몰 됐으며 이중 5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설계에서 안전관리까지 총제적인 부실시공으로 드러났고 현재 여수지청에 계류 중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은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 힐스테이트 특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슈퍼빌 편법 분양 등 불법, 특혜 등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동부 산재보험 자료에 나온 산재자망자수를 근거로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에 현대건설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외에 단일 현장 최악기업으로 에이스건설이 뽑혔다.
지난해 3월 에이스건설의 영등포 ‘에이스하이테크시티’ 신축공사에서 4명의 작업인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제휴 일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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