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2주기 추모문화제] 10만의 바람, 모두의 행동 동시다발 집회 참여

전국 방방곡곡에 2020년 12월 12일, ‘더 이상 누구도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한 동시다발적 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당일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문화예술자 추모문화제 참여 및 ‘고 김용균 2주기와 장애인 산재 노동자 김재순”을 추모하는 집회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노조와 함께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 등을 촉구하였습니다. (관련 발언문을 함께 첨부합니다.)

 

[노동건강연대 한지훈 활동가 발언]

 

안녕하세요. 노동건강연대 한지훈 활동가입니다.

먼저, 매일 일하다 집에 가지고 못하고 돌아가시는 노동자를 추모합니다.

 

벌써 2년이 지난 2018년 12월 11일 새벽. 김용균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하게 된지 불과 1년도 안된 저에게 있어서 매우 충격적인 죽음이었습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정부가 운영하는 발전공기업에서조차 비정규직, 하청, 협력업체 노동자는 ‘일하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고 김용균을 추모하는 자리는 여전히 ‘고 김용균 노동자와 같은 죽음’이 없도록 하기 위한 자리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발전소에서는 아직도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고, 발전소 안 노동환경은 여전히 두렵습니다. 매년 2,400명 일로 따진다면 매일 7명 이상이 노동자가 일하다 죽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왜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저에게 항상 질문을 해봅니다. 누구도 자신,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일하다가 죽었다고 듣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니까요. 매일 일어나는 산재 사망에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바뀐 게 전혀 없던 것은 아닙니다. 법은 바뀌었고 무언가는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였고 직접고용을 약속했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석탄화력발전소 특별 노동안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안전하기 위한 노동조건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고 김용균과 같은 발전소 노동자를 지키지 못하는 법이었고, 직접고용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또한 마찬가지로 권고안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 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은 자신들을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생’, ‘시한부 인생’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태도는 여전히 하는 척 하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알면서 눈치만 보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져야할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고 김용기 2주기 추모와 더불어 2020년 5월 파쇄기에 끼여 사망한 장애인 산재 노동자 김재순 씨를 추모하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조선우드 대표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고 김재순 노동자 개인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죽음에 대해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법이 기업살인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입니다. 기업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한다면 최고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입니다. 기업이 이윤추구만을 생각하고 노동자를 가볍게 여기지 않게 책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여·야 모두 동의했지만 정기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12월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임시국회에 상정시키고 통과시킬지는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자를 지키는 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노동건강연대 박상빈 활동가 발언]

안녕하세요
노동건강연대 박상빈 활동가입니다.

저희 노동건강연대는 거의 20년 전부터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라는 구호를 꾸준히 외쳐왔습니다. 우리의 구호는 점차 널리 받아들여져 이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기업살인법을 모든 국회의원들이 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민의힘당 조차 입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립서비스로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 법사위에서 단 15분간만 논의되고 그쳤습니다.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중진의원인 한정애 의원 등이 모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루 속히’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입니다. 기업들 눈치 보느라, 최고경영자들 눈치 보느라, 재벌들 눈치 보느라 노동자의 죽음을 막는 법을 계속 미루고만 있습니다. 그래서 산재 유가족들, 김용균의 어머니, 이한빛pd의 아버지가 입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기업들은 말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지면 한국에서 기업 못 한다고, 상당수 중소기업이 문을 닫게될 거라고 말합니다. 산재 사망을 막으려고 하면, 위험을 예방하려고 하면, 기업들이 운영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 얘기는 바꿔 말하면, 산업을 굴리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노동자는 죽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겁니다. 이 잔인한 저울질을 언제까지 그대로 둬야 할까요.

고대 사회에서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공동체가 풍족하게 먹고살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문화가 있었습니다. 인신공양으로, 사람의 목숨으로 그렇게 먹고살 수 있었던 그 사회를 우리는 야만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지금 한국은 기업이 영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업이 돈을 벌어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죽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문명이고 사회입니까.

한국 산업재해의 특징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망 사고가 너무나도 많다는 겁니다. 그저 안전띠 하나, 안전 발판 하나 제대로 설치했더라면, 안전 교육 한 번만 제대로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사람이 한 해에 수백 명입니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는 사업주를 위해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수많은 지원 프로그램과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사업주는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위험 예방 조치,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서 노동자가 죽었다면, 그건 사업주가 위험을 방기하고 일부러 위험한 곳에 노동자를 밀어넣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노동자를 죽여 제물로 바친 것입니다. 그런 사업주를, 그런 기업을, 살인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가, 우리 사회가, 그 죽은 노동자를 제물삼아 산업을 키우고 공동체가 풍요로워지려는 야만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김용균 노동자는 하청 노동자에게 컨베이어 벨트를 멈출 권한이, 2인1조로 안전하게 발전소를 점검할 권한이 없어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청업체는 권한이 원청에 있기 때문에, 원청 서부발전은 그가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재순 노동자는 지적장애가 있었습니다.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차이 때문에 위험의 외주화가 일반화된 우리 노동 현장에서 더 위험한 자리로 더 열악한 자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기계를 멈출 버튼도, 기계에 빨려 들어갔을 때 멈춰줄 사람도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김재순 노동자가 일했던 그 자리는 또 다른 취약한 노동자로 메워질 겁니다.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잃해야 할 겁니다.

기업주는 노동자가 죽어도 벌금 몇 푼만 내면 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죽었을 때 내야 하는 비용과 안전 조치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저울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가 죽었을 때 기업주가 물어야 할 비용을 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기업주가 나서서 안전조치를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외주화된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는 스스로 노동환경을 바꾸고 싶어도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터에 돈을 벌러 나가는 노동자가 더 이상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루빨리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수백 미터, 수 키로미터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어갔던 김용균의 한을, 집채만한 파쇄기에 빨려들어가 죽어갔던 김재순의 한을 이제는 풀어줘야 합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경영자와 기업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야만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