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까지?’ 한국타이어 근로자 ‘감시’시스템 논란 확산
하루 목표 생산량 못 미칠 시 기록된 근로자 동선 추적 문책 받기도
[ 2008-01-24 06:00:00 ]
최근 노동자들이 잇따라 돌연사한 한국타이어가 일부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장 측은 생산지원시스템이라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생리적 현상까지 통제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신탄진 공장 자동차용 타이어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A 씨는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 동안 공장내 자신이 움직이는 모든 동선이 회사 중앙 관리 시스템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갈 때나 담배 한대를 피우러 갈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생산지원 시스템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
노동자들이 ‘다스’라고 부르는 이 모니터에는 노동자 한 명이 하루 생산해야 할 목표 타이어 갯수와 분 단위 생산량 등을 쉴새없이 체크하는 생산지원 시스템.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 모니터가 사실상 감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생산량을 체크한다면서 노동자 일거수 일투족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는 것. A 씨는 “하루 목표 생산량에 미치지 못할 때는 이 시스템에 기록된 노동자의 동선을 추적해 문책을 받기도 하고 인사위원회까지 회부된다”고 말했다.
다른 생산부서에 근무하는 B 씨는 “‘다스’라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있지만, 3분 이상 기계를 멈추고 자리를 비우면 중앙 통제실에서 ‘왜 기계가 멈췄냐’며 생산에 대한 압박까지 준다”고 전했다.
처음 도입한 취지와는 달리 노동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감시시스템’으로 자리잡으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C 씨는 “다스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일부 부서는 주임이나 반장 등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생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기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료 부족시 재료를 공급하고 전체적인 생산량을 체크하는 등 전체적인 생산 지원 시스템”이라며 “대다수 노동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제감시시스템’과 한국타이어 근로자들 잇단 돌연사의 상관관계?”
일부 노동자들은 이 같은 ‘감시 시스템 논란’과 함께 한국타이어에서 실시하고 있는 TPM활동도 고역이라고 전했다.
매주 한 차례씩 설비청소를 시키거나 페인트 도색 등을 강요 아닌 강요 속에 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각종 제안서와 홍보전시물을 제작하고 있는데 일부 노동자들은 퇴근하고 나서 가족들과 함께 매달릴 정도로 정신적 압박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자 D 씨는 “일부 동료들은 사내 자격증을 수료하기 위해 출근시간보다 4시간 일찍 회사에 나와 실습을 해야 하는데, 자발적인 실습 노동자들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게 하는 등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일 뿐, 노동강도를 압박하는 수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의 이 같은 해명에도 전문의들은 이런 작업 특성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공유정옥 산업의학과 전문의(한국노동안전 보건연구소)는 “회사 측은 생산지원시스템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통제 감시 시스템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정옥 전문의는 특히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면 위장장애나 피부질환 등이 악화될 수 있고, 심각하게는 정신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원진녹색병원 임상혁 소장은 “잇따른 노동자들의 돌연사에 이 같은 작업 특성이 원인이 됐는지를 이번 역학조사과정에서 적극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CBS 정세영 기자 lotrash@cbs.co.kr (뉴스부활 20주년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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