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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8년 12월 김용균의 죽음은 한국사회를 얼마만큼 바꿔놓았나?”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2,438 그리고 512”
우리는 낯선 숫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2,438은 2021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질병, 사고 등)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숫자입니다. 그리고 512는 그들 중에서 추락 등 재해사고로 사망한 분들의 숫자입니다.

‘한 해 2,000명, 매일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퇴근하지 못하는 산재공화국.’ 한국은 오래전부터 산업재해를 근절하지 못하는 노동후진국으로 불려왔습니다. 왜 우리는 똑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요. 왠지 이 질문에는 단 하나의 해답만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이 책 『2438, 512: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은 2021년 한 해 동안 재해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부고를 담은 책입니다. 책 속에서는 단 한 줄의 부고가 그저 나열됩니다. 이는 어떤 이에겐 아무 의미 없는 정보로, 또 다른 이에겐 한 편의 시(詩)로 읽힙니다.
‘왜 우리가 노동자들의 부고를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새삼스럽지만, 2018년 12월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지 2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관심을 더 가질 때에만이 이런 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첫 시행일에 맞춰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책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특히 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획 노동건강연대 / 정리 이현
*이 책의 제목은 올해가 지나고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최종적인 수가 확인되는 대로 수정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의 말 2022년 1월 27일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시행되는 날입니다. 2018년 12월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지 2년 넘도록 유가족, 노동자 동료들이 ‘이제는 더 이상 김용균의 죽음을 반복하지 말자’라고 외쳐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법이 국회에서 난도질되었음에도 그 법의 시행을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은,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하루에 6, 7명씩 노동자들이 그와 비슷한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위터에는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이라는 계정이 있습니다. 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매일같이 그 계정을 클릭하여 그날의 소식을 읽습니다. “2021년 1월 7일 인천 동구 화수동의 한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지상 13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정부의 사고 통계를 그대로 옮기는 글이므로 육하원칙을 간신히 따르는 정도이지만, 가끔 저는 이 한 문장에 꽤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합니다. 저는 상상합니다. 그가 방금 낙하한 지상 13미터 위의 풍경을. 13미터라면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라는데, 그가 일을 시작하면서 느꼈을 공포를. 그가 떨어진 뒤 그 모습을 보며 놀랐을 동료들의 표정을.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의 얼굴을…

이제 더 이상 노동자들의 죽음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겨우 단신기사로 다뤄지면 운이 좋다 싶을 정도이지요. 자극적인 뉴스만을 좇는 세태는 이처럼 무감각을 조장해왔고, 이는 노동자들을 완전한 익명성의 존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제 그 존재들에게 숫자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해줘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이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 ‘2438, 512’는 2021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로 그중 2,438은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 전체의 숫자, 512는 전체 산재사고 중 재해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숫자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