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조업률이 활기를 띠면서 산업재해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현장 환경안전을 위한 필수 인력까지 감원해 대형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명이 3개 공장 맡아=울산공단 내 석유화학 업체인 K사는 공장이 3개지만 환경안전 책임자는 팀장 1명 뿐이다. 최근 3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3명의 팀장 중 2명을 내 보냈기 때문이다. 팀장이 나가면서 사원들도 20여명에서 10여명으로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환경안전 요원은 다른 업무와 달리 전문성을 요구하고 자칫 대형사고가 나면 기업경영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가급적 감원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그러나 다른 부서와의 형평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을 시켰다” 고 말했다.
인근의 석유화학 업체인 B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공장이 3개여서 팀장이 3명이었지만 4년 전 2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환경안전관리 인력도 기존의 80%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 증설계획이 서 있는데 비해 회사측은 기존 인력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팀원들이 업무가중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환경기사가 응급처치=현장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했을 경우 긴급 처방을 하는 산업 간호사조차 없는 곳도 허다하다. 온산공단내 S사의 경우 2년 전 산업 간호사를 내 보내고 대기환경기사가 간호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 간호사가 없을 경우 환경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가 응급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식 직원이던 산업간호사의 계약직 전환도 잇따르고 있다. 울산석유화학단지내 H사의 경우 내년까지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기 위해 현재 공장 증설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규직 산업간호사를 명예퇴직 형식으로 내보내고 촉탁직으로 전환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울산지도원 관계자는 “최근 울산지역 사업장 44개를 대상으로 산업간호사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38.6%인 17개사가 계약직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격무로 인한 대형 사고 우려=격무에 시달린 산업안전 환경 담당자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K사 환경안전팀장은 “100여 만평이 넘는 공장 3곳을 점검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해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고 있다”며 “석유화학의 공정상 특별한 일이 없으면 휴일에도 점검을 나가야 하는 형편이어서 3년째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환경안전 담당자들의 격무가 누적되면 대형 환경 및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귀중한 근로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