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7 프레시안 
“헤어드라이어도 오래 작동하면 꺼진다. 하물며 사람을…” (pressian.com)

 

윤석열 정부에서 1주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Z세대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자 의견 수렴 후 근무시간을 조정한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구나 ‘주 69시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노동부가 엇박자를 내며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노동부에서 ‘주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는 과하다며 ‘주 60시간’ 아래를 언급했다. 그러다 다시 ‘주 60시간’을 넘길 수 있다고 발표했고 이후 또다시 ‘주 60시간’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락가락 발표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간’ 규정의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례로 우리 사회에서 과로사로 인정받는 노동시간은 주 평균 64시간이다. ‘주 69시간’은 이보다 더 많은 노동시간을 허용한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정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주 69시간제’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준 전문가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12명의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해 12월 ‘주 69시간제’를 윤석열 정부에 권고했고, 이를 이번에 그대로 발표했다.

정부에서는 ‘주 69시간제’가 되어도 11시간 연속 휴식이 주어진다며 과도한 노동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아무리 휴식 시간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주 69시간 일할 경우,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안전, 그리고 사회적 관계도 망가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럼에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윤석열 정부 ‘주 69시간제’의 이론적 근거와 학술적 기준이 되고 있다.

<과로자살>(한울 펴냄) 등을 번역한 예방의학전문의인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경우, ‘안전’과 ‘건강‘그리고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그렇기에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 사회도 노동시간을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주 69시간’은 황당하다 못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운영위원장은 이번 ‘주 69시간’을 노동부에 권고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두고 “학계전문가들이 그렇게 권고할 수 있었던 근거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그것을 공개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몰아서 ‘주 69시간’ 일하고 쉬면 정말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학술적 근거는 무엇인지, 연구회 전문가들이 면담했던 노동자들은 어떤 직종에서 무슨 일을 하는 이들이며, 이들의 인터뷰 자료는 어떤 식으로 분석하고 종합했는지 알고 싶다”며 ‘주 69시간’을 결정한 학술적 근거와 통계 자료의 공개를 촉구했다.

 

아래 김명희 운영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프레시안

 

“장기간 노동, 안전과 건강 그리고 관계에 악영향 미친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에서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주 40시간에 12시간을 추가해 최대 52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못 박았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나마 주40시간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시간이 약간이나마 줄어들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명희 : 실제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속해서 노동시간을 줄여왔다. 이는 건강보험이 조금씩 보장성을 확대해나가는 방향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이번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은 황당하다 못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프레시안 : 하나씩 짚어봤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주 69시간’ 시간표를 보니, 월요일만 밤 12시까지 일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새벽 1시까지 일을 하는 식이다. 월요일은 13시간, 화요일~금요일은 14시간씩 일한다. 이것이 가능한 노동시간인가.

김명희 : 건강과의 연결 관계는 노동시간의 ‘양’도 따져봐야 하지만 ‘강도’도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이 5시간 노동을 했어도 사무직과 한여름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일용직의 노동 강도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의 배치도 생각해봐야 한다. 야간노동은 주간노동보다 노동강도가 높다. 또한 잦은 교대근무도 통상적인 근무보다 밀도가 높다. 이런 것을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고강도 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우선 생각나는 게 노동자 건강이다.

김명희 : 노동시간이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 정도로 이야기해보겠다. 첫째로 ‘안전’이다. 우리가 장시간 일하면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가. 그러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이 사고는 나에게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새벽까지 일하고 퇴근길에 차를 직접 운전할 경우,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자기만 다치는 게 아니다.

병원 전공의를 예로 들면 이들의 고강도, 그리고 장기 노동은 환자의 안전사고와 연결된다. 밤을 새고 환자 처방을 하다보면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자기 뜻대로 안 된다. 쉽게 집중력이 흐려진다. 잠깐 깜박하다 잘못된 의료 투약사고가 발생한다.

두 번째로 ‘건강’이다.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에 이른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 주는 긴장 상태, 그에 따른 피로 누적은 우리 몸에 염증을 촉발하는 물질들을 과도하게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물질들이 많아진다. 심장에도 이상이 생긴다. 규칙적으로 뛰어야 하는데, ‘심방 세동’ 같은 교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혈전이 생기기 쉽다. 이것이 심장의 관상동맥으로 가면 심근경색이 되고, 머리로 가면 뇌졸중이 된다.

 

“헤어드라이어도 일정 시간 이상 사용하면 저절로 꺼진다”

 

프레시안 : 몸에 과부하가 생기면 내부에서부터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듯하다.

김명희 : 우리 몸은 외부 자극에 반응했다가 그 자극이 끝나면 다시 돌아온다. 예를 들어 우리의 평소 심박수는 1분에 72번 정도다. 그런데 옆에서 호랑이가 쫓아온다든지, 불이 났다든지 하면 빨리 도망을 가야 하지 않나. 그러면 우리 몸은 저장돼 있던 글라이코겐을 분해해서 혈당을 올리고 그 에너지로 근육을 쓰고 심장을 빨리 뛰도록 한다. 그래야 싸우든가 도망치든가 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프레시안 : 만약 장기 노동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그러한 자연스러운 반응에 문제가 생기는가.

김명희 : 이항상성 부하(알로스타시스, Allostasis)란, 우리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생리적 변화를 말한다. 그런데 장시간 노동 등 외부의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문제가 생긴다. 고무줄을 자꾸 당겨서 사용하면, 어느 순간 고무줄이 탄성을 잃게 되지 않는가. 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적응하겠지만, 이러한 적응에는 대가가 따른다.

위기 상황이 끝나면 몸은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혈당도 내려가고 심장 박동도 다시 천천히 뛰어야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이것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조절이 깨졌다’는 의미에서 ‘디스 레귤레이션(Dysregulation)’이라고 한다. 심근경색 같은 병이 발생하는 셈이다.

프레시안 : 육체에 직접적 문제가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장시간 노동은 간접적으로도 신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듯하다. 무엇보다 여가 시간이 없으니 운동 같은 것을 전혀 하지 못한다.

김명희 : 밤 10시에 퇴근했다고 해보자. 그 시간에 피트니스에 가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루 종일 일하고 밤늦게 들어왔는데, 누가 운동을 하겠나. 부랴부랴 씻은 뒤 맥주 한잔 마시고 자는 식이다.

게다가 허리나 손목이 아프다고 병원에 갈 수 있을까. 못 간다.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 즉 환자의 치료가 절박하지만 마땅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상당수 발생한다는 논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는 더 큰 병으로 발전하는 요인이 된다.

프레시안 : 기계도 일정 시간 사용하면, 이후에는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부하가 걸려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김명희 : 기계를 1년 동안 2000시간 사용한다고 하자. 기계는 1000시간은 바짝 쓰고 나머지 1000시간은 쉬엄쉬엄 굴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하다못해 기계에도 과열을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있다. 헤어드라이어나 전열기를 일정 시간 이상 사용하면 저절로 꺼진다. 안전장치인 셈이다. 지금 시행되는 주 40시간은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 노동부에서 밝힌 근무표. ⓒ노동부 페이스북

 

“인간으로서 최소한 자기돌봄 시간도 없다”

 

프레시안 : ‘주 69시간’은 노동자의 안전, 건강 등에도 악영향을 끼치지만, 개인 생활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매일 같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할 경우, 개인 시간은 물론,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명희 : 장시간 노동은 ‘안전’과 ‘건강’ 그리고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69시간’이 논란이 되자 노동부에서 해명 자료로 낸 시간표를 보면 첫 주 월화수목금은 밤 9시에 퇴근하고, 토요일은 밤 8시에 퇴근하도록 돼 있다. 일요일은 쉬고 그 다음 주는 퇴근시간이 저녁 7시로 돼 있다. 이것을 가지고 이야기해보겠다. 밤 9시에 퇴근하면 직장이 집 앞에 있는 경우가 아니면 퇴근길은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면 칼퇴근을 해도 밤 10시다. 그렇게 도착해도 씻기는 해야 하지 않나. 이렇게 되면 잠만 자고 바로 출근할 수밖에 없다.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자기돌봄 시간조차도 부족한 셈이다.

프레시안 : 자기 생활도 문제지만 사회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듯하다.

김명희 : 사회적 관계는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게 사회적 관계고 존재다. 그런데 장기간 노동에 노출되면 그런 관계가 단절된다. 이는 고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자기에게 투자할 시간도 모자란 상황에서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듯하다.

김명희 : 젠더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노동부 장관은 일하고 밤 9시에 들어와도 와이프가 애들 다 재워놓고 내일 아침에 먹고 나갈 밥까지 차려주는 듯하다. 밤 9시에 퇴근하라는 건 여성 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2등 시민으로 밀려나게 만들 게 분명하다.

프레시안 : 여성 노동자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

김명희 : 현재의 구조에서는 여성이 대부분의 육아와 가정일을 책임진다. 여성들은 이것이 기본 책임이기에 야간근무, 주말근무를 하기 어렵다. 만약 밤 9시까지 근무하라고 하면,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둬야 한다. 결국, 이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을 밀어내는 효과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밤늦게 검찰청에서 먹는 자장면이 그리워 검사로 다시 컴백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나 그렇게 늦은 시간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바짝 일하고 쉬어라’ 이런 식인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 자기 대신 생활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김명희 : 어린이 돌봄도 문제다. 한국은 저출산 1위 국가다. 2022년 기준으로 출산율은 0.78명이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86개월 연속 줄고 있다. 왜 아이를 낳지 않겠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부모의 자리를 사회가 전혀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0.7명이 됐는데, 밤 9~10시까지 일 하게끔 만들면 어떻게 되겠나. 한국에서 아이들은 사라진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 통계에는 아직 잡히진 않지만, 과로로 인한 자살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과로가 자살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2019년에 <과로자살>(한울 펴냄)이라는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일본의 과로로 인한 자살 원인과 대안을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 일본 경찰청 자살통계에 ‘근무 문제’로 집계된 수 중 과로 자살은 대략 연간 2000명 내외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과로 자살 통계는 아직 없지만, 대략 추측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일본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은 세계 5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명희 : 한국에서 과로로 인한 폐해는 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아 문제다. 심근경색 등 병사로 인한 과로사는 그나마 산재 통계로 나와 있지만 자살은 그렇지 않다. 과로로 인한 자살은 신재로 인정받기 대단히 어렵다.

프레시안 : 왜 그런가.

김명희 : 순수한 피해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집 안에 빚도 없고 이혼도 안 했고 가족 관계가 매우 좋아야 한다. 그래서 이 사람이 자살할 이유는 일밖에 없어야 한다. 직장에서 너무 힘들었고 프로젝트 마감을 위해서 주야 가릴 것 없이 일을 해야 했다는 도식이 성립돼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런 조건에 있기는 쉽지 않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의 빚이 당연히 있다. 가족간 사소한 다툼도 늘 존재한다.

김명희 : 그래서 과로로 인한 자살은 중산층, 화이트칼라, 관리직에서 인정받기가 쉽다.

프레시안 : 보통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 64시간 이상 일했을 경우다. 이 시간에는 어떤 기준이나 근거가 있는가.

김명희 : 일종의 전문가들 합의인데, 이것도 사실 노동자가 처한 상황과 조건을 따져서 판단한다. 예를 들면 주 48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매우 무더운 환경에서 중량물 작업을 하면 이는 과로사로 인정될 수 있다. 64시간이 절대기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이야기를 듣다보니 ‘주 69시간’은 공장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사무직, 서비스직인 듯하다. 공장의 경우 교대제가 명확히 이뤄지는 곳이다. 기존 노동자를 연장해서 노동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

김명희 : 대공장의 경우, 건강 문제 등도 있고 해서 야간근무를 하지 않은 지 꽤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주야간 2교대에서 주간 2교대로 바꾼 지 10년이 됐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무직에서 노동시간을 늘리겠다는지 모르겠다.

과로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아까 이야기한 세 가지(안전, 건강,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그런 선택을 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효율이라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 김명희 운영위원장. ⓒ프레시안

 

“주 69시간, 학술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프레시안 : 여러 논문과 전문가들이 장기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 주목할 점은 ‘주 69시간제’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다. 12명의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주 69시간제’를 윤석열 정부에 권고했다.

김명희 :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학계전문가들이 그렇게 권고할 수 있었던 근거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을 공개해줬으면 한다. 몰아서 ‘주 69시간’ 일하고 쉬면 정말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학술적 근거는 무엇인지, 연구회 전문가들이 면담했던 노동자들은 어떤 직종에서 무슨 일을 하는 이들이며, 이들의 인터뷰 자료는 어떤 식으로 분석하고 종합했는지 알고 싶다.

프레시안 : 노동자 중에서 장기간 노동을 원하는 이가 있는가.

김명희 : 최소한 내가 현장에서 만났던 노동자들 중에는, 일거리가 부족했던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말고는 보지 못했다. 설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원한다 하더라도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에 대한 종합검토나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그래도 되는지 평가해야 한다. 며칠 전 직업환경의학회는 건강 악영향을 이유로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런 학계의 컨센서스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연구회 안에는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도 있다. 그가 이러한 권고안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편안이 노동자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