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인 심재옥 의원이 남긴 글입니다.
여러가지를 느끼게 하여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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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체구에 눈이 크고 긴 생머리가 인상적인 여인입니다.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를……’
하는 노래 기억하시나요? 그 노래의 주인공 같은 여인입니다.

이분을 처음, 서울시지부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저는 무관심하게 지나쳤습니다.
그날은 상임위 2004년 예산심의에서, 제가 제기했던 직업전문학교 5억 증액과 구로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기초자금 1억 5천만원 증액 요구가 모두 무시당했고 다수당의 횡포에 부들부들 분노하며 사무실로 막 들어왔던 참이었습니다.

이 분은 구로지구당 현승룡 동지와 먼저 와서 한참이나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국동포인 이 분은 한국국적 취득을 위해서 구로지구당을 통해서 저에게 추천서를 받으러 오신 거였습니다. 외국인의 귀화신청은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중에서 추천서를 받아 법무부에 귀화신청서를 제출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을 추천해주는 의원들이 없어서 그동안 국적을 바꾸지 못하고 내년에 학교에 갈 아이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었다는 구로지구당의 얘기를 듣고 만나기로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도 처음있는 일이라, 저는 의원이 되니 이런 일도 있구나 정도의 감상밖에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싸인한 추천서를 넘겨주려고 그 분하고 처음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려다가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서류를 건네 받는 이 분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싶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이분은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었고 곱게 한 화장이 다 지워질 정도로 울고 있었던 겁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거듭하면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 이 분과, 저는 그제서야 얘기라도 먼저 나눴어야 했다는 반성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돈벌려고 건너온 이 땅에서 한국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으나 남편은 5년 전에 죽고, 홀로 키워온 아이가 내년에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다고 합니다. 국적이 없어 주민등록도 없고 호적도 없는 이 아이의 학교 입학을 위해서 오래 전부터 귀화를 결심했으나 추천을 받을 길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우리 당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구로지구당으로부터 저를 만나러 가자고 연락을 받은 이 여성은 예쁘게 보일려고 화장도 하고 옷도 제일 좋은 옷을 골라입고 왔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사람은 처음 만납니다.’라더군요. 저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무서웠다고 하더군요….
저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고 미안했습니다.

제게는 아무것도 아닌 추천서에 싸인하는 일이, 이 여성에게는 일생의 소원이 걸려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껏 자신과 아이의 미래를 두려워하며 힘들게 살아왔을 그 여성의 세월들이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그저 간단하게 추천서에 싸인하는 사무적인 절차쯤으로만 생각했던 저의 무관심과 냉정함이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헤어지면서 우리는 서로 껴안고 한참이나 울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해도 식당 아줌마가 되거나 비정규직이 되거나 가난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여성의 평생이, 차별받고 무시당하면서 고통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평생이 너무나 가슴 아파 많이 울었습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타 예산을 관철시키지 못한 억울함까지 생각나서, 모진 세월 살아내기에 너무 마르고 연약한 이 여성의 흐느낌 때문에 우리는 한참을 부둥켜 안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랬던 그 여성, 양옥씨가 제 홈페이지에 들어와 인사를 남겼습니다.
명함을 건넬 때, 종종 홈페이지에 놀러오라고 했더니 인터넷을 모른다던 그 분이 그동안 인터넷을 배워 제게 인사를 남긴 겁니다.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이웃이 한 분 더 늘었으니 올 한해도 복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옥씨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받으세요!
저의 무심함을 눈물로 깨우쳐줬던 양옥씨의 앞날에 행운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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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룡 l 양옥씨를 만나면서 드는 생각

안녕하십니까? 구로을지구당의 현승룡입니다.

양옥씨가 구로을지구당에 처음 들어오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의원님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내심으로 민주당으로 잘못 알고 온줄 알았습니다.

천천히 사정을 들어보니 짚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민주노동당 간판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중국동포인데, 중국에서 한국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한국으로 들어와 살다가 남편과 사별하여 애랑 둘이 살고 있습니다. 시댁은 구로에 있습니다.

귀화를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 중에서 힘든게 두가지가 있답니다. 3000만원(정확한지 모르겠네요.)이 들어 있는 통장과 유명인사의 추천서 2장..

3천만원은 시댁에서 해주었으나, 유명인 추천서가 문제였습니다. 유명인사 조건을 보면, 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장, 의원, 방송국 부장급 이상, 공무원 5급이상, 변호사 등등..

조건이 이러니 추천서 2장 받기가 너무 힘듭니다. 귀화하려는 외국인이 국회의원을 어찌 알며, 5급이상 공무원을 어찌 알겠습니까? 방송국 부장급 이상을 어찌 만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대부분이 변호사에게서 추천서를 받습니다. 공짜는 아니지요. 장당 200만원을 받는답니다. 변호사 돈벌이 시키는 거지요.

양옥씨는 우유배달이나 허드렛일로 살아갑니다. 변호사비 200만원이 없어서 여기 저기 다 돌아봤답니다. 구청에도 가보고, 변호사한테도 가보고, 여러 지구당도 다 가봤답니다. 가다 가다 결국 민주노동당 간판을 보고 여기까지 온것입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올때 눈에는 금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고, 얘기하면서 한국정부와 출입국관리소에 극단적인 분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안도와주는 현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제가 두어시간 얘기를 듣기만 했는데도 저한테 고맙다고 합니다. 할 얘기가 많았나 봅니다.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 당에는 심재옥 서울시의원과 홍준호 구로구의원이 있어서 추천서 2장을 쓸 수 있었습니다. 심재옥의원과 홍준호의원님 고맙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무일도 아닌 것이 이맇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씩 양옥씨가 지구당에 찾아옵니다. 귀화신청서를 접수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눅들어 깊은 절망감이 얼굴에 묻어 있던 사람이 수다도 하고 시댁 얘기도 하고, 중국 얘기도 하고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취업하면 지구당에 돈을 내겠답니다. 아마도 후원을 한다는 뜻일겁니다. (양옥님은 의원과 위원장의 차이를 잘 모를 정도로 한국 정치에 대해서 문외한입니다.)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