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건설노조 사건 “노조 싹 자르기 위한 기획수사” “

원청 관리자들, 노사간 밀고 당기기 있었던 단협 체결 과정 진술

국가권력과 자본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공동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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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 천안, 경기서부 지역건설노조의 ‘공갈, 협박, 금품 갈취’등으로 현장활동가들이 무더기 수배되고 구속되었던 사건의 진상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경찰, 검찰의 기획 수사”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3년 9월 경부터 경찰과 검찰이 지역 건설 노조 활동에 대해 “건설현장의 문제점을 빌미로 노조 전임비를 요구한 것은 ‘공갈·협박’ 및 ‘금품갈취'”라고 주장하면서 지역건설노조 활동에 대한 수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20여 명의 구속자와 수배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건설노조는 이번 사건을 공안탄압이라 규정하고, 2003년 12월 9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해 두 달이 넘고 있다.

전국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다산인권센터등 7개 단체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대전지역, 천안지역, 경기서부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지역건설노동조합, 건설원청업체 현장관리자, 경찰서 등을 방문조사하고 검찰 수사기록, 재판과정에서의 증인신문기록, 공소장 등을 참고하여 2월12일 이번 사건의 진상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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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쟁점, 단협인가 금품갈취인가
노사간 밀고 당기기, 사측도 단협으로 인지 한 것 반증 대부분 현장관리자들 단협으로 인지하고 협상 진술

불안정 노동 철폐 연대 윤애림씨는 “이번 사건은 정상적인 노사관계의 단체 교섭이냐 건설현장의 비리를 고발하겠다는 금품 갈취냐라는 첫 번째 쟁점이 있는데 저희가 만난 관리자 전부가 협박이 아닌, 지역이나 다른 건설현장에서 이미 노조를 결성한 것을 알고 문의를 통해 단협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사측에서도 단협 안을 전부 받아들이기보다는 현장 상황에 맞춰 삭제 등을 하면서 교섭을 했으므로 노사간의 밀고 당기기를 통한 단체협약 체결이었다”고 밝혔다.

이미 재판이 진행중인 대전지역 진상조사에 참가했던 장애인 이동권 연대 김도경씨는 “‘공갈, 협박, 금품 갈취’ 등 전임비 관련한 현장관리자들의 이야기는 돈을 내라 해서가 아닌 협약 체결과정에서 전임비를 정당하게 주는 과정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히고 “건설현장 같은 경우 관리 감독을 못해서 생기는 안전사고가 많은 데 안전모, 안전화, 안전관리를 잘못하는 부분들을 실천을 요구하고 나서 재해율이 눈에 띠게 달라졌다. 안전 비용이 공사 진행과정에 책정되어 있어서 큰 금액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라는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안전의 미비점에 대해 노조가 고발하겠다고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고 조직가들에게 금품을 주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현장관리자들은 모두 노조로부터 협박이나 강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하였다”고 밝히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장관리자 거의 대부분이 노조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전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한 아남건설의 현장관리자는 노조측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전임비만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진술해 노조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진술한 현장관리자도 노조가 제기한 단체협약안 중 일부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여 이것이 삭제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동시에 진술한 사례도 있다. 이는 노사 교섭과정에서 단체협약안 내용 전부가 교섭대상이 되었고 내용의 부분적 조정에 대하여 교섭이 이루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 기획수사인가 아닌가?
고소 고발장 없고, 진술 유도,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

이번 사건의 두 번재 쟁점은 검·경의 기획수사 인가 피해자의 고소고발에 의한 수사인가라는 점이다. 검·경은 피해자의 의한 고소고발로 인해 수사가 이뤄 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부분 또한 기획수사로 진행되었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결론이다.

무엇보다 고소고발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었다는 경찰의 주장이지만 고소고발장이 없다는 것이 조사단의 설명이다. 경찰은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경찰이 어떤 첩보를 입수하여 노조의 계좌를 추적했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가 진행 되었다.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근로자복지 문제 및 노조가입 문제라면 일용근로자와 가입하여야 하는데 건설 현장 사무실과 체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요”, “노동조합에서 위와 같은 교육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나요”, “만일 정상적인 단체가 아닌 단체에서 진술인의 회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여 돈을 지출하였다면 법적인 처벌을 원하나요”(대전중부경찰서) 등등 경찰조사 과정에서 현장관리자의 진술을 유도하는 질문을 한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노조의 협박에 의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는 진술’을 일괄적으로 유도하고 서면에 맞추어 답변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장관리자가 진술서 내용을 부인한 사례도 있다(노은지구 우미건설 10블럭, 노은2지구 7블럭 계룡리슈빌, 현진-대전중부경찰서). 대전지역 계룡리슈빌 현장관리자의 경우 재판과정에서 “경찰이 질문뿐 아니라 답변 내용도 미리 준비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그렇다”고 진술한 것이다.

경기서부지역의 경우 노조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현장관리자들이 5시간 이상 조사를 받는 등 경찰이 진술을 유도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답변한 사례도 밝혀졌다. 천안지역에서는 8월부터 활동한 활동가를 4월부터 활동한 것으로 조서를 꾸며 구속이 취소 되어 판사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벌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노동조합에 큰 타격
서부건설노조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가 권력과 노동조합의 싹을 자르려는 자본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공동으로 진행된 탄압 시나리오이며 일관되게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을 탄압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노동조합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불안정 노동 철폐 연대 윤애림씨는 “검찰과 경찰의 이러한 비이성적 예단은 무리한 수사를 자초하여 지역건설노조 조직활동가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등의 심각한 상황을 낳았고 이 과정에서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명예가 더럽혀지고, 구속자와 수배자가 10여 명 발생하는 등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다면 서 ” 그 결과 ‘공안탄압’이라는 노조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노조 탄압의 배후에 검찰과 경찰의 무지를 넘어선 건설원청업체와의 유착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의 권익과 관련한 법제도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사용자가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통해 사용자가 노동자의 권익을 존중하도록 만드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재목적이기도 하다”면서 “이를 위한 노동조합활동을 ‘협박’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노조가 협박 않는 노조가 있겠는가?”라고 반문 하기도 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진상 조사에 대한 조치로 “검경의 수사가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현재까지 발생한 구속자와 수배자에 대한 해제가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과 건설일용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2004년02월13일 12:45:07
김용욱(batblue@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