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2003년 7월15일

“산재법! 노동자 위주로”

[앵커멘트]
울산에서 최근 산재와 관련된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주에 전해 드렸는데요.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현행 산재 인정 제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본격적인 제도 개선 운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황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작업장에서 허리를 다친 44살 이종만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산재신청 서류를 준비하다 지난 5월 29일 새벽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 3일 아침에는 이틀전에야 산재신청 서류를 접수시킨 울산 염포도 54살 김모씨가 자기집에서 목을 매 숨졌고 지난해 연말에는 이미 산재를 인정받은 박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평소 고인들의 힘겨워 하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유족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인터뷰:문숙희,고 이종만씨 유족] “너무 너무 다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했어요.

그래도 회사일을 다 마치려고 노력했는데…”

산재 관련 시민단체들은 현행 산재 인정 제도가 재해 당사자의 육체적 피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재해를 입은 뒤 산재 신청을 하고 또 산재로 인정받기까지 겪는 정신적 고통이 철저히 배제돼 있어 극단적인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현미향, 울산산추련 사무국장 ] “육체적인 고통이 해소되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울러 정신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하는데 현행 제도는 그냥 상처를 치료하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재해 당사자가 산재를 입증하는 현행 제도도 사업주가 산재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산재처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그간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줄일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산재관련 시민단체들은 최근 잇따른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잘못된 법개정 운동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