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3년 8월3일
노조탄압으로 정신질환 업무상 재해 첫 인정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측의 탄압으로 정신질환이 생겼다고 주장하며 집단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한 노조원들의 요구가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울 청구성심병원 간호사 등 노조원 8명이 지난달 7일 “병원측이 수년간 노조활동을 탄압해 우울증 적응장애 전환장애 등 정신질환이 생겼다”며 산재보상을 신청한 데 대해 “5명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며 요양을 승인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공단은 임상자료가 충분치 않은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특별진찰을 받은 뒤 자문의사협의회를 열어 판단하기로 했다.
직장 내에서 집단따돌림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있었지만 노조 탄압에 따른 집단 정신질환이 산재로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청구성심병원 노조는 “사측이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업무 감시와 승진 차별, 폭언, 폭행 등을 일삼아 노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대로 사측이 부당 노동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신청자들의 질환이 업무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산재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공단의 결정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내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조속히 산재 승인 결정을 내리고 특별감독을 통해 부당 노동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공단과 노동부에 촉구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