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또 사망
올 들어서 8명 사망…“원청 안전관리 책임 강화해야”
지난 21일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가 작업 도중 또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의장5부에서 근무하던 하청노동자 조 아무개씨와 몽골인 이주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동료에게 발견돼 인근 울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후송 도중 조씨는 이미 사망했고, 몽골인 이주노동자는 22일 현재 의식은 회복한 상태다.
조씨 등은 엔진룸에서 세척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는 점에 미루어볼 때 밀폐된 공간에서 세척작업에 쓰이는 유독물질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경찰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지 겨우 열흘도 지나지 않아 발생했고 현대중공업에서만도 올 들어 8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하청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안전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조성웅 위원장도 “이번 사고는 ‘아리노’라는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아무런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던 도중 발생한 것”이라며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원인규명은 물론 원청의 대책마련과 재발방지 약속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동건강연대 최은희 정책국장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산재사고의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들이 맡은 공정에서 발생한다”며 “하청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우선 투입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작업일수록 더욱 신경써야할 사전 안전관리는 원청이나 하청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원청에 안전관리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3.10.23 09:2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