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 본부장 분신 5일만에 사망

유족 “장례절차 노조에 일임”…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발견

사진 – 31일 열린 고 이용석 본부장 추모대회에서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오열하고 있다. 원안은 고 이용석 본부장.

“용석아 춥지? 내 투쟁조끼를 줄게. 단체협약서를 너에게 보여줄 때가진 너를 찾아오지 않을게. 이해할 수 있지. 단체 협약서 몇 장 때문에 간 너한테, 단체협약서를 들고 반드시 찾아갈게.”

지난 달 31일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열린 고 이용석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광주본부장의 추모대회는 갑자기 영정 앞으로 뛰어 들어 눈물로 투쟁 승리를 다짐한 노조 이상엽 사무처장의 오열로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지난달 26일 비정규직차별철폐를 외치며 분신으로 항거했던 이용석 광주본부장이 서른두살 꽃다운 나이에 결국 숨을 거뒀다.

분신 기도 뒤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던 이용석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오후3시5분 사망했으며 시신은 오목교 서울중앙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고 이용석 본부장은 분신 직후 ‘비정규직차별철폐’ 구호를 외치면서 생긴 기도화상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 이날 추모대회에서 공공연맹 이승원 위원장은 “우리의 동지애와 분노를 모아 이 땅의 비정규직을 양산한 자본과 정권에게 갚아주는 날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추모대회 도중 공단정문 봉쇄에 격분한 일부 참가자들이 공단 진입을 시도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 발전노조 이동기 서인천지부장과 민주노동당원 등 3명이 연행됐으며 이지부장은 코뼈가 부러지고, 뇌가 부어 입원 치료 중이다.

이용석 본부장의 시신이 장례식장에 안치된 뒤 노조는 유족들과 만나 노조 파업투쟁이 마무리 된 뒤 노동자장으로 장례를 치를 것을 설득했으며 유족들은 장례절차를 노조에 맡기기로 하는 등 노조의견에 상당히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1일에는 고 이용석 본부자의 개인 노트북에서 이 본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유족들에 의해 발견됐다. 9월6일자로 저장된 이 편지에는 “제 자신도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노예가 되어가고 있어 아이들에게 부끄럽다”며 고인이 활동하던 공부방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고인은 “사용자도 정규직노조도 돌봐주지 않는 우리는 시대의 사생아냐”며 “인간의 평등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가르쳐 온 내가 이런 현실에 복종해 왔고 인간대접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학생들을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치겠냐”고 항변하면서 편지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3.11.03 11: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