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산재사망 정규직의 10배
허술한 안전관리에다 보상도 차별…산재보험 실질적용 시급

노동과세계 제267호
박수경

비정규직은 노동건강권의 사각지대인가. 잇따른 산업재해에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월21일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 아무개 씨(27)가 과로로 집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신분 때문에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하루 15시간에 가까운 과로를 견뎌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진중은 그러나 “도의적 보상을 하겠지만, 법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태도다. 회사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선 10월21일엔 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유독물에 질식사했다. 현대중에서는 올들어 8명의 하청노동자가 압착·추락·질식 등 사고나 과로로 사망했다. 올 초 삼호중공업에서도 4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모두가 하청노동자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지난 200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 숫자)은 3.09로 정규직 노동자의 0.2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재해율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1.24%로 정규직 노동자의 1.16%보다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기피하는 업무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사내하청과 비정규 노동자 대부분이 위험한 작업에 우선 투입되고 있고, 안전관리 역시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비정규직이 투입되는 작업장일수록 피로도가 높아 과로사 할 가능성이 많고, 작업의 위험도도 더 높은데도 안전관리 등은 오히려 더 허술하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원청의 안전관리 소홀과 책임회피가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조태상 산업안전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금지와 사용자의 안전보건 책임을 법·제도로 명시해야 한다”면서 “산재보험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부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 △원청에서 일괄적인 작업환경측정 및 건강진단 실시 △단체협약을 통한 기업 내 안전보건 격차해소와 연대확보 등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박수경 work0818 @ 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