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선정한 2003년 10대 노동뉴스
2003년10대뉴스>6년의 화두 ‘주5일 근무제’ 도입 1위

굵직한 사건 다수 포진…2위 화물연대 위력적 파업

올해 가장 많은 이들이 꼽은 노동뉴스는 ‘주5일 근무제의 국회통과’였다. 그러나 1위가 압도적 우세를 보인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1, 2위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굵직한 노동뉴스들이 많았음을 보여주었다.

* 지난 6년의 화두 주5일근무제

본지가 지난 16~26일 12일간 노·사·정 및 전문가 91명을 대상으로 ‘2003년 10대 노동뉴스’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명(83.5%)이 ‘주5일 근무제 국회 본회의 통과’를 꼽았다.

주5일 근무제는 지난 98년 노사정 합의에도 6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법제화된 것인 만큼 많은 노사정 및 전문가들의 비교적 고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시행 첫해인 내년에 임금보전, 연월차휴가 등을 둘러싸고 산업현장에서 노사간 마찰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노사정 관계자들의 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금속노조의 산별중앙교섭 첫 타결(8위, 50.5%)도 주5일 근무제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전국단위 산별교섭의 첫 타결 사례로 의미가 큰 데다, 올 10월부터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 상반기 뜨거웠던 노동계 투쟁

2위로는 1위에서 6명 모자란 70명(76.9%)의 지지를 얻은 ‘화물연대 2차례 파업에 물류대란’이 꼽혔다. 지난 4월 화물연대의 첫 번째 파업은 ‘물류대란’을 부른, 노사정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력적인 파업이었다.
이 파업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 비합리적인 근로조건 등을 사회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8월 2차 파업은 1차 때와는 달리 정부가 강경기조로 일관하면서 노정충돌이 불가피했으며, 이 여파로 국회 본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제를 뼈대로 한 화물운송법 개정으로 귀결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이어 철도노조의 6월 파업과 공권력 투입(17위, 18.7%)도 10위권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당시 노 정권의 노동정책 기조를 바꾼 결정타가 되기도 했다. 또 전교조의 네이스(NEIS) 반대 연가투쟁(10위, 47.3%)도 상반기 노동계 투쟁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했다.

* 노동자 잇단 죽음 하반기 투쟁 점화

3위는 응답자의 65.9%(60명)를 차지한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등 노동자 잇단 자살’이다.
김 지회장을 시작으로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이용석 광주본부 등 현장의 노동탄압과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의 폐해를 고발하며 죽어간 노동자 죽음의 행렬은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 ‘도화선’이 됐다는 면에서 특히 민주노총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1월 발생한 두산중공업지회 배달호 조합원의 분신자살(55명, 60.4%)이 4위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이들 노동자의 자살은 전 사회적으로 노조활동에 대한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 문제(7위, 48명, 52.7%)를 쟁점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이는 지난 18일 노사정간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로 이어졌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높다.

* 노대통령과 노사관계 상관관계

‘노무현 대통령 취임과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제시’도 9위(43명, 47.3%)로 올 한해 주목받는 노동뉴스로 꼽혔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제시하며, 노사 대등한 힘의 균형 위에서 발전적 노사관계를 이뤄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보였으나, 노정 정면충돌로 치달았던 6월 철도노조 파업을 기점으로 노동정책이 후퇴됐다는 지적이 높다.

5위는 ‘노사관계 로드맵’(53명, 58.2%)이 차지했다. 노무현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을 형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면서 지난 9월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 1차 보고서에 이어 12월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불법파업시 직장폐쇄 허용, 대체근로 제한 완화 등 ‘사용자 대항권 강화’라며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노사정위에서의 논의가 주목된다.

* 노사정 및 전문가 관심사 제각각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노사정 및 전문가 노동관련 사건에 대한 관심사가 확연히 달랐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주5일근무제 국회통과가 1위로 꼽혔지만, 민주노총에서는 5위에 그쳤다.
반면 민주노총은 1위 노동자 잇단 자살, 2위 화물연대 파업, 3위 금속노조 중앙산별교섭 첫 타결, 4위 전교조 네이스 반대 투쟁 등을 꼽아 올해 민주노총의 투쟁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한국노총의 경우는 한국노총 관련 뉴스가 10위권 내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공동 5위로 조흥은행 전면파업 돌입, 금속·화학노련 내년 3월 통합 추진, 9위에 사회민주당 창당, 공동 10위에 한국노총 공공3연맹 통합추진 결의 등 4개가 올랐다.

경영계와 정부는 대략 비슷한 관심사를 표명했다.
8개가 공동으로 10위권 내 들었으며,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4위), 손배·가압류 문제(5위)가 오른 반면 경영계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4위), 금속노조 중앙산별교섭 타결(8위)로 약간의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학계, 진보정당, 국회 등 전문가 그룹에서는 전체적으로 5위로 밀린 고용허가제 도입이 3위로 올라온 특징을 보였으며, 다른 부분에서는 전체적인 10대 노동뉴스와 일치했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