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정책 소득별 차별화 계기로
저소득층 치명률도 높아… 전립선암은 고소득층이 많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8일 발표한 ‘소득계층별 암 발생률 및 치명률’에 관한 연구자료는 우리나라 암 정책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는 쪽으로 바꾸는 이정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막연히 저소득층은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에 취약할 것이라고 추정해왔으나 실제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서 저소득층은 일부 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에서 고소득층에 비해 발생률도 높고 암진단 뒤 3년 이내에 숨지는 치명률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앞으로 국가 암정책의 방향이 우선적으로 중간소득 이하의 저소득층을 겨냥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은 암환자 치료 및 조기검진비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번 연구의 시사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 이상이 소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암 발생률도 높지만 3년 이내에 숨지는 치명률까지 높은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저소득층의 경우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져 암을 늦게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고, 암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높은 암 발생률은 빈약한 영양 섭취, 열악한 작업환경, 상대적으로 높은 흡연율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아 사회 전반적인 저소득층 지원대책이 필요한 반면, 치명률은 암 진단 뒤의 의료상황을 개선하면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팀은 지역적으로 제주도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병행하여, 암 진단시 제주도 밖의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고소득층과 제주도 안에서 해결하는 저소득층을 비교한 결과 의료이용의 소득계층간 불평등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또 남자 전립선암과 여자 결장암의 경우 오히려 고소득층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된 것도 암 정책을 소득에 따라 차별화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철웅 책임연구원은 “췌장암을 비롯해 폐암·간암·담낭암 처럼 생존율이 낮은 암에서는 소득계층에 따른 위험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현재의 의술로도 효과적인 치료가 어려운 암에는 일반적인 암정책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연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극히 부족한 우리로서는 소득 불평등 지수인 지니 계수를 매년 조사하는 것처럼 이른바 ‘암 불평등 지수’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이 소장은 “이번 조사의 암 발생률과 치명률을 ‘암 불평등 지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매년 암 불평등 지수를 조사해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