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서지역 단전실태 조사
6만원이 없어서 전기를 빼앗기다

단전·단수·단가스 가구 중 7.5%만 기초수급자

2004년 한해 동안 단전을 경험한 가구는 총 48만6,362호에 달한다. 가난한 자도 숨쉴 권리가 있듯, 가난하다고 공기와 같은 전기를 빼앗는 것은 ‘비참한 사회’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과 서울시당, 강서지역 당원들은 9월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서지역 단전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강서지역 임대아파트단지 거주자 중 2005년 상반기에 단전을 경험한 가구는 182호였다. 민주노동당은 거주자를 만날 수 없거나, 언어장애와 고령 등으로 설문조사가 어려웠던 가구를 제외한 41호의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를 했다. 전기 없는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실태를 들여다보자.

▲ 서울 강서지역 저소득층 단전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조승수 의원. <사진=조승수 의원실>

전기 없인 기본생활 어렵다

단전가구들은 2~4인 가구가 80.5%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들의 소득은 100만원 이하가 90.1%였다. 또한 세대주가 무직이거나 장애가구가 전체의 34.2%였으며, 자영업(12%), 건설일용직(12.2%), 판매서비스직(9.8%) 등 전반적으로 소득이 낮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단전을 경험한 이유 역시 경제적 상황 때문이 82.9%였으며, 단전 후 58.5%는 “생활에 많은 영향이 있다”고 말했으며, 19.8%가 다소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단전 후 가장 불편한 점은 24.4%가 의식주 등 기본 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해 음식물이 부패하는 게 7.3%, 자녀들의 학습 문제가 7.3%로 나타났다.

단전 가구 182호의 평균 연체기간은 3.7개월, 연채금액은 6만원 정도였다. 6만원을 내지 못해 전기를 빼앗긴 가구 중 기초수급자는 불과 26호였다.

사례 중에는 이런 경우도 있었다. “모자 가정으로 기초수급권자에 해당했으나, 아들이 20살을 넘기면서 수급권자에서 탈락했다. 집안에서 봉제일을 하며 살았는데, 일정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전은 이들에게서 유일한 생계수단인 ‘미싱’ 돌릴 전기마저 빼앗아 간 것이다.

연도별 단전가구 현항 (조승수 의원실 제공)

2002 2003 2004 2005. 6.
연간 단전경험 가구 48만6,606 63만4,127 48만6,362 14만7,579
월말 단전중 가구 합계 4만550 5만2,843 4만530 2만6,459

단전, 단수, 가스공급중단 가구 조사결과 (조승수 의원실 제공)

통보 조사 제외 급여 신청 기초생활
보장적합 기초생활 보장 부적합
소계 소득인정액
기준초과 부양의무자
기준초과 기타지원
소계
38만843 33만3,534 4만7,309 3,531 4만3,788 3만3,991 9,787 4,226

한전은 형광등 3개 켤 전력만 지원한다

물론 정부도 단전과 관련한 대책을 가지고 있다. 한전은 주거용인 주택용 전력사용자의 혹서기와 혹한기 등에는 전기사용계약을 유예하고 있다. 또한 단전가구에 110W로 전력사용을 제한하는 소전류제한기를 도입하고 있다.

소전류제한기의 경우 최근 경기도 광주 여중생의 촛불화재 사망사고 이후에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110W라는 전력량은 형광등 3~4개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량이다.

강서지역에서 소전류제한기를 설치한 경험이 있는 21개 가구를 실태조사 한 결과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으며,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어 자녀 학습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에 소전류제한기를 부착한 경험이 있는 가구는 전국적으로 265가구였고, 이중 163가구(61.6%)가 일주일 이내에 제한기를 철거했다. 또한 34%인 90가구는 당일 제한기를 철거했다.

TV는 120.4W를(보급률 99.9%), 냉장고는 66W를(보급률 99.8%), 세탁기는 493.7W(보급율 91.9%), 선풍기는 59W를(보급률 95.6%) 사용한다. 촛불 화재로 사망한 여중생 사고의 ‘교훈’ 이후 딱 촛불만 주는 정도의 지원을 한전은 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70억원이면 10만 빈곤가구 무상지원 가능

또한 단전·단수·단가스 가구 38만843호 중 7.5%인 3,531 가구만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급여 신청을 한 4만7,309가구 가운데 92%인 4만3,778가구가 급여 대상에서 탈락했다. 우리 사회의 단전은 중요한 ‘빈곤지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저소득층이 생활에 필수적인 전력을 제공받는 것은 사실 경제적 지원의 범주라기보다 인권의 문제다.

민주노동당은 에너지기본권 확립을 위한 에너지기본법(대표발의 조승수)을 지난 4월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은 정부·지자체·에너지공기업·에너지공급자가 공동 지원체계를 구성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빈곤가정 등에 대한 전기, 가스, 난방열을 제공하자는 법이다.

저소득층 10만가구의 필수전력(월 평균 100kWh)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돈은 70억원 수준이다. 공익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재원확보를 위해 설치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미집행여유자금(3004년의 경우 7,975억원)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10만가구의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전력지원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심재옥 민주노동당 서울시 의원
“수급기준과 현실은 멀고도 멀었다”
이번 조사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실과 서울시당, 강서지역위원회가 함께 진행한 것이다. 직접 강서지역 실태조사 과정에 뛰어들어, 단전 주민들을 만난 심재옥 서울시 의원은 “에너지 기본권 문제를 당의 지역사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매일노동뉴스

– 왜 강서구를 택해서 실태조사를 한 것인가.
“강서구는 임대아파트의 밀집지역이다. 노원구와 강서구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고 특히 강서구는 단전 가구가 밀집된 지역이다.”

– 대면조사를 했는데, 직접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실태를 보니까 더 절박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 기준이 얼마나 현실과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느꼈다. 또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정보에서 너무 소외되고 있었다. 긴급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제도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만큼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사회복지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늘려야 한다.”

– 이후 대책은.

“일단 서울시 의회에서 시정질문 등을 통해 단전·단수·단가스 가구에 대한 지원방침을 묻겠다. 에너지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례제정 등 지원대책을 강구할 생각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강서구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도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와 함께 벌여볼 계획이다. 당의 지역사업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정용상 기자 ysjung@labortoday.co.kr

2005-09-28 오전 9:52:52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