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청주 사고, 그 후…외국인 노동자의 현주소
– 외국인노동자, 잇따른 죽음
산업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청주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현장에서는 6월부터 12월까지 3명의 중국교포가 작업도중 사망했다. 타워크레인 붕괴, 건설자제 낙하, 근로자 추락 등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불과 11개월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공가사 이어지면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12월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외국인노동자 이씨의 유가족을 만났다. 이씨는 한국에 들어와 공사장을 전전했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새롭게 일을 시작한 곳이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현장. 그는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이씨의 유가족은 “사망 후 합의된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또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업체측에서 인력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상자에 대한 협박도 있었다.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현장에서 작업도중 맨홀에 빠져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친 중국교포 김씨는 산업재해 신청은 고사하고, 강제출국시켜버리겠다는 업체측의 협박에 못이겨 단돈 66만원에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
– 이천화재참사, 보상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1월 7일 외국인노동자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당시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중국교포 김용진씨는 아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다. 보상금 지급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답답하다. 김씨는 “우리 아들은 사망한 외국인노동자라고 불려진다”며 꿈한번 펴보지 못하고 죽은 아들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이천화재 사고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중국교포 임춘월씨는 피부이식 수술만 6차례 받았다. 같이 일하던 남편은 사망했다. 가족들은 임씨의 정신적 충격을 우려해 남편의 사망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임씨는 아직 합의도 못하고 있다. 코리아냉동측은 부상자가 회복되는 대로 합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아냉동측은 이천시청에 합의됐던 유족보상금을 모두 전달했다.위로금과 장례비 그리고 산재보험금을 합하면 유족들은 평균 2억4천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외국인노동자 역시 내국인과 동등하게 보상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국내인보다 낮은 일당을 받고 일했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의 평균 보상금은 1억5천만원 정도로 비교적 적은 금액이었다.
– 이방인인가, 우리의 동료인가
90년대 초반 국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시행한 외국인노동자 산업기술연수생제도. 이후 고용허가제, 방문취업제 등의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더 많은 숫자의 외국인들이 일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노동자의 수만 59만명. 그 수가 늘면서 외국인노동자의 산재사고 또한 급증하고 있지만 실상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들인 외국인노동자지만, 그만한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차 이를 방치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김해성 대표는 “이천화재참사로 13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는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또 희생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라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촬영 편집=한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