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발병률 유럽 높지만, 사용량은 개도국에서 증가”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08-07-02

다양한 질병이 잠복기를 갖지만, 특히 석면 관련 질병은 약 40여년이 넘는 긴 잠복기를 가지고 있다. 석면을 다루는 노동자들이 주로 겪는 질병은 폐암ㆍ중피종ㆍ능막 비대증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에서 한 해에 9만여명이 석면 중독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석면 생산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석면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기구는 1일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 심포지엄에서 “석면 관련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석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에서 5번째 석면 많이 사용하는 태국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태국의 석면 관련 질병발병상황과 정부의 대책방안이 소개됐다. 태국 보건부는 “지난 40년 동안 수입된 석면은 시멘트와 브레이크 등 제조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의 경우 보건부ㆍ산업부ㆍ노동부가 석면을 관리한다. 산업부는 석면의 수입과 저장에 관한 관리, 노동부는 노동자 건강문제, 노출허용도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지난 87년 늑막비대증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처음 발생했고 2006년에는 석면폐가 의심되는 환자가 생겼다. 올해 처음으로 석면 관련 중피종 환자가 보고되기도 했다.

관세 때문에 대체물질 사용 어려워

이에 따라 석면 관련 질병을 줄이기 위해 유리섬유와 같은 대체물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태국의 경우 자요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로 인해 대체물질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석면은 수입관세가 없지만 대체물질은 5~6%의 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문제 때문에 석면 수입관세를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석면 관련 질병, 아직은 유럽이 많아

일본의 켄 타카하시 환경역학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서구 유럽에서 석면 관련 질병 사망률이 높은 반면 아시아는 아직까지 사망률이 낮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켄 타카하시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석면 관련 질병 사망률은 35%, 일본은 3.5%였고 한국은 그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아시아에서 사망률이 낮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석면 관련 질병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은 석면에 의존했던 기간이 상대적으로 유럽국가에 비해 짧았다. 켄 타카하시 교수는 “아직 사망률이 낮은 만큼 예방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미있는 것은 석면 사용을 일찍 금지한 네덜란드와 아이슬랜드의 경우 석면 관련 질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전세계 석면 소비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석면 사용을 금지한 ILO의 권고안(ILO 컨벤션 162)을 비준한 나라는 일본(2005년)과 한국(2007년) 밖에 없다.

아시아, 전세계 석면 소비의 47% 차지

일본은 78년 처음으로 중피종이 확인됐고 84년 첫 사망자가 나왔다. 한국은 94년 처음으로 중피종 환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석면 소비가 줄어든 경우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는 일본과 한국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면서 석면 관련 질병 증가세가 줄었다고 밝혔다. 일본은 72년, 한국은 81년 산안법을 만들었다.

한편 백 교수는 “석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석면 제품을 이용해 일을 하는 배관공ㆍ용접공 같은 노동자들이 관련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제목공노련(BWI)은 80년대 후반부터 석면사용금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석면 퇴지 요구하는 국제 노동조합들

석면은 75년 500만톤 정도 생산됐다가 현재 200만톤 정도 생산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석면 소비시장이 바뀌었다는 점. 75년에는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개도국에서 석면사용량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피오나 뮤리 BWI 보건안전국장은 “브라질과 캐나다와 같은 나라의 석면업계에서는 많은 돈을 투자해 광고를 만들거나 심포지엄을 개최해 석면이 안전하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오나 국장은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석면 관련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연구와 과학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행동으로 석면사용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