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서서 일하면 ‘골병’ 드는 이유
서비스여성노동자 건강검진 결과, 근피로도·하지정맥류 발병↑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서비스노동자 10명 중 7명은 하루에 9~11시간을 서서 근무한다. 10명 중 1명은 12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면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발 굽만 낮춰도 덜 피로하다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국민캠페인단이 실험을 해봤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의 다리 부위 근육피로도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실험결과 서서 일하는 작업이 앉아서 일하는 작업보다 10%포인트 정도 근육사용량이 많았다. 서서 일하더라도 높은 굽의 신발을 신느냐, 낮은 굽을 신느냐에 따라 또 달랐다.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고 장시간 서서 일할 경우 낮은 굽을 신는 것보다 근육피로도가 34%포인트 증가했다. 앉아서 일할 때도 낮은 굽의 신발을 신으면 근육피로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서 일하는 직업의 경우 신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두굽이 높으면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되기 때문에 척추에 부담을 준다. 4센티미터 하이힐을 신고 1시간 동안 서 있으면 허리 근육의 피로가 시작된다. 6센티미터 하이힐은 피로도를 더욱 증가시키고 8센티미터 하이힐은 피로도를 2배 이상 증가시켜 요통의 유발요인이 된다.
이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구두굽 높이는 2센티미터 정도가 가장 좋다”며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일 경우 하이힐 높이를 5센티미터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백화점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주차장을 안내해주는 주차안내요원의 경우 외관상의 이유로 최소 5센티미터 이상의 하이힐을 신을 것을 강요당하고, 아예 유니폼과 함께 지급되기도 한다.
높은 근육피로도를 느끼게 하는 장시간 입식 작업자세는 하지정맥류나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요통과 같은 질병의 발병률을 증가시킨다. 때에 따라서는 유산이나 조산·심혈관계질환·방광염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백화점 판매노동자 약 97%가 ‘하지정맥류’ 앓아
오래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가장 흔한 질병은 하지정맥류다. 다리의 핏줄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정맥 내의 판막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망가져 생긴다.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정맥혈이 거꾸로 다리 쪽으로 역류해 종아리나 허벅지에서 정맥이 확장되고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와 보이는 것이다. 초기에는 혈관이 부푸는 증상을 보이지만 점차 다리의 무거움과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고 심한 통증과 야간경련을 유발하기도 한다.
캠페인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681명의 백화점 판매노동자 가운데 약 97%가 입사 후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간우 녹색병원 산업의학과장은 하루 8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백화점·대형마트 여성노동자와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여성노동자의 하지정맥류 발병률을 조사했다. 하지정맥류 유병률은 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경우 20~30대 27.9%, 40~50대 40.0%였지만 사무직은 같은 연령대에 각각 3.7%, 16.7%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윤 과장은 “하지정맥류가 작업조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근무기간이 길수록 하지정맥류 유병률도 증가했는데 3~5년 근무자의 하지정맥류 발생 위험은 3년 근무자에 비해 8.98배 증가했고 5년 이상 일할 경우 무려 12.37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정맥류와 관련이 있는 출산경험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출산경험이 1회 이상일 경우 하지정맥류 발병 위험은 출산경험이 없을 때에 비해 5.54배 정도 증가한다. 윤 과장은 “출산경험과 같은 개인적 요인보다 얼마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가와 같은 직업적 요인이 하지정맥류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일하는 동안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서비스 여성노동자의 직업병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