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코로나19 유행과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그리고 건강]
중국의 한 지역에서 시작된 원인 미상의 폐렴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 올해 1월이다. 불과 세 달 만에 유행은 급속하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세계보건기구는 ‘판데믹’을 선언했다. 유례없는 감염병 대유행은 노동자들의 일터와 가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노동자들은 가장 일선에서 감염병과 싸우고, 사회가 멈춰버리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중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생계와 소득을 위협받고, 일자리를 잃는 중이기도 하다. 『노동과 건강』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제1부 “바빠지고 위험해진 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는 판데믹 상황에서 업무 부담이 커지고 감염 위험에 노출된 서비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2부 ”일이 없어졌다고 월급까지 반납하라니?“에서는 감염병 그 자체보다 고용위기와 소득상실 때문에 고통에 처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우리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할지,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
지상간담회 1부
바빠지고 위험해진 노동자들의 이야기
일시 : 2020년 4월 3일(금) 오후 2시
장소 :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회의실
사회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참석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최성근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
기록: 양영실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박상빈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 김명희 : 코로나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경험들을 하시는지 듣고 싶어서 이런 대담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어요. 우선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어떤 노동자를 대변해서 활동하고 있는지 간략히 소개부터 해 주세요.
◇ 박정훈 : 저는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이구요. 저희는 크게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는 직고용 라이더들과 최근에 뜨고 있는 배달대행 라이더, 두 종류의 노동자들을 대변하려고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 확대되면서 타다드라이버 이런 쪽으로도 조직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 최성근 : 희망연대 노동조합 부위원장 최성근이라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지역 케이블방송사인 티브로드라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기도 하고요, 현장에서 설치, AS 작업을 10년 동안 했습니다.
☆ 신희철 : 희망연대 노동조합 조직국장 신희철입니다. 케이블방송통신을 비롯해서 지역의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을 만들자, ‘사회운동’ 노조를 만들자 해서 2009년 설립되었습니다. 케이블방송통신 외에도 콜센터노동자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서울시 다산콜센터 같은 곳도 건물에 층별로 세 개의 업체가 같은 업무를 하청 받아서 함께 일하는 방식이었어요. 전국에서 콜센터로는 처음으로 120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거의 10년째 활동 중이고, 케이블 방송사 중에 딜라이브 콜센터가 두 곳이 있는데 그중에 텔레웍스라는 콜센터에 노동조합이 2013년에 만들어졌고 2018년에 경기도 콜센터 노동조합, 얼마전에 CJ텔레닉스라는 CJ그룹 콜센터에도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콜센터 상담자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갑질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노동조합 만드는 것을 돕고 노동상담을 같이 하고 있어요. 최근 코로나 사태를 맞아서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들이랑 공동대책을 같이 준비하고, ‘콜센터 119’라고 해서 ‘직장갑질 119’에서 파생한 모임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 김명희 : 배달과 택배 노동의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다른가요?
◇ 박정훈 : 택배는 허브 중심으로 뿌리는 것이고, 배달은 도시 생활 물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물건을 허브에서 픽업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흩어져 있는 음식점, 최근에는 마트 이런 데서 픽업해서 실시간 배달을 하는 방식인 거죠. 장거리인 퀵서비스하고 좀 다르고, 저희는 ‘늘찬배달업’이라고 분류되요. ‘늘찬’이 ‘빠른’이라는 뜻인데, 특고 9개 직종 중 퀵서비스 아래에 늘찬배달업이 포함되어서, 산재법상으로는 특수고용노용자로 분류되요.
◆ 김명희 : 고용 형태는 어떤가요?
◇ 박정훈 : 직고용이 줄어들고 있죠. 패스트푸드점에 고용되어 근로자 신분인 라이더들은 배달하고 나서 매장으로 복귀를 하고 순서대로 배달하는 방식이라면, 특정 업소에 고용되지 않은 특수고용 라이더들은 음식 가게 근처에 있다가 픽업해서 배송하고, 업무가 끝나면 돌아올 업장 같은 것은 없어요. 길거리 자체가 사업장이죠.
◆ 김명희 : 전속성의 차이군요. 그러면 케이블 설치 같은 경우는, 대형 통신업체 자회사의 정규직 형태로 고용되는 건가요?
♧ 최성근 : 두 가지 개념이 가능해요. 지금 저희 노동조합에 속한 협력업체 직원들, 즉 비정규직이라고 말씀드리는 분들은 대부분 하청업체로 보면 정직원이에요. S사 같은 경우에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니까 자회사를 하나 만들고, 그 자회사의 정직원으로 고용한 거죠. 딜라이브 같은 곳은 똑같이 협력업체, 하청업체 직원들로 되어 있던 것을 딜라이브가 직고용한 사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설치기사들이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건당 수수료 가져가는 방식으로 일하기도 합니다. 협력업체 정직원이 아닌 외주업체에 편성이 되는 거죠. 예전에는 소사장 제도라고 했죠. 이렇게 일하는 분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일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 김명희 : 희망연대는 워낙 영세사업장이나 조직하기 어려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서 일이 쉽지 않겠어요.
♧ 최성근 : 그렇죠. 요즘 케이블/방송/통신업계가 인수합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조직화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다단계 하청 구조라든지 협력업체 관리자들에 의한 노조 결성 방해 등이 있어서 빛을 못보고 있어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는 노조이고, 케이블이나 콜센터처럼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이 조직화 대상이다 보니 어려운 사정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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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면 근로기준법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김명희 : 본격적으로 코로나 유행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원래 부딪치고 있었던 업무의 어려움, 고용 문제, 안전보건 이슈는 어떤 것이었는지 먼저 이야기해주세요.
◇ 박정훈 : 근본적 문제는 배달대행 라이더 같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보호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고 책임의 주체가 없고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것이 문제에요. 우리를 보면 근로기준법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소득이 필요하구나, 이래서 최저임금제도가 생겼구나. 노동조건의 일방적 변경을 계속 당하니까, 그래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금지라는 개념이 생겼구나. 이런 것들이 초기 자본주의 시대 문제들이죠. 사실 마음대로 썼다 버렸다 하는 것이 비정규직에서 넘어와 이제 플랫폼노동으로 온 것이거든요. 근로계약서도 쓸 필요 없고 해고수당도 줄 필요 없는 초단기 계약과 해지, 이게 플랫폼 자본의 목적이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제일 커요.
◆ 김명희 : 플랫폼 노동이 나타나면서 초기 자본주의, 노동법이 없던 시절의 경험들을 다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안전보건 관련해서는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한여름 폭염에 대한 문제 제기가 기억나는데….
◇ 박정훈 : 저희도 조사해보고 싶은데, 역학조사를 하거나 증명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디스크, 근골격계 문제 있을 거에요. 평소에 미세먼지, 매연도 많이 마시는데 미세먼지가 심혈관계에 충격을 준다고 하니, 그것도 걱정이고. 그 다음엔 사고와 사고 후 트라우마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하고 싶은 것은 많아요. 심리적 문제 이런 것도 살펴볼 만하지요. (늦은 시간까지 일하니까) 자기 전에 반드시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고, 불면증 이런 것도 있고, 남들 먹을 때 일해야 하니까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 소화기 질환도 있을 수 있어요. 최근에 드는 고민은, 배달 라이더들이 소득이 눈에 보이잖아요, 하루 일당이, 그러다 보니 월급처럼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보이면 쓰는 습관이 생기고, 그게 정서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성근 : (케이블 설치 노동은) 감정노동, 육체노동이 복합적입니다. 방문을 해서 서비스를 하는 노동자들은 방송/케이블뿐 아니라 다 비슷할 것 같아요. 고객 대면 서비스의 감정노동, 전화 붙잡고 얘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특히 회사의 지표관리, 해피콜 같은 게 문제죠. 일대일 대면에서 아무리 고객에게 잘해 준다 해도 고객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것이니 알 수가 없어요. 완전 월급제로 임금을 받아가는 협력사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설치 건당 포인트가 쌓여서 이게 기준 포인트를 넘기면 임금을 좀 더 받아가고 건당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를 가진 업체들은 해피콜이나 지표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임금하고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요. 육체적 부분은 특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내 사업장에서 내가 경영주고 우리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면 내부에 시설을 마련하겠지요. 위험 요소가 있다고 하면 제거를 할 수도 있고. 그런데 우리는 고객의 가정, 다른 건물에서 일하잖아요. 예를 들면 신축아파트는 내부 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괜찮은데, 옛날식 공동아파트는 지금도 아파트 옥상이 A형으로 뾰족한 데가 허다해요. 경사라도 완만하면 나을 텐데 지붕이 가파른 상황에서 케이블을 설치해야 되는 작업공간이 15층 난간이다 하면 굉장히 위험한 거죠. 아파트 베란다에 선을 유입하면서 내 몸은 베란다 바깥으로 나가서 해야 하거든요. 또 아파트 지하 공간이 캄캄해요. 거기를 기어서 내려가야 해요. 장애물이 뭐가 있는지, 동물사체가 있을 지도 모르는 곳을. 작년에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 세 분이 사망하셨어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잘못 내밀었다고 회사는 얘기하지만 업무지침에 의해서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추락해서 사망하신 분. 아파트 밖에 나가서 선을 이어야 되는데 거기서 떨어져서 몇 개월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사망하신 분. 실적 압박이 계속 들어오니까 작업을 하면서도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옥상에서 작업 중에 쓰러졌는데 몇 시간 만에 고객에 의해 발견되어 돌아가신 분. 코로나와 상관없이. 현재 노동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습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사업주, 원청이 나서야 해요. 그런 작업환경에서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고 그런 요소를 개선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데, 내 건물이 아니라고, 협조가 안 된다고 그 작업을 계속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요. 현장 기사들이 회사에 문제를 보고하거나, ‘위험하면 안 하면 되지’ 생각할 수 있는데, 고객이 요청한 일이고 클레임을 걸거나 해피콜을 주는데 노동자가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김명희 : 점수가 실제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나 봐요?
♧ 최성근 : 노동조합 활동 덕분에 좀 나아졌지만, 지표를 급여에 반영하는 한 노동자에게 강압, 강요가 일어납니다. ‘쿠사리 준다’고도 하고 ‘쪽 준다’는 표현도 쓰는데, 회의 시간에 누구 지칭해서 “야, 지표가 왜 이것밖에 안 나와?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다시 전화해 봐, 다시 확인해봐” 계속 이러는 거죠. 노동자는 나름의 노력과 열정을 다해서 처리한 일이지만, 고객이 스트레스 받아서, 혹은 감정이 안 좋았을 때 해피콜을 하면 그런 노력과 상관없이 해피콜은 마이너스가 되는 거죠. 지금도 “임금 깔 거야, 지표 때문에 수당 없어” 이런 압박이 굉장히 심해요.
◆ 김명희 : 설치하러 갔는데 너무 황당하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거부할 수 있나요?
♧ 최성근 : 일부 노동조합 지부나 단위에서는 명문화시킨 경우도 있어요. 티브로드나 몇 곳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얼마 전 KT기사가 고객에 의해 칼로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이후에 위험 가망 고객에 대한 이석을 허용하는 단협이 만들어지긴 했는데, 지켜질 수가 없죠. 내가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도 누군가는 그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관리자, 아니면 비조합원, 누군가는 해야 하거든요. 업무를 완수해야 원청에서 봤을 때 제대로 처리했다고 판단하니까.
◆ 김명희 : 콜센터는 좀 어떤가요? 요즘처럼 사람들이 콜센터에 관심을 많이 갖는 시기가 없는 것 같은데요.
☆ 신희철 : 다른 데도 비슷하겠지만,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이번에 재조명되긴 했죠. 콜센터 노동자들은 콜센터가 정해준 규칙을 따라야 하고 “그걸 원치 않으면 나가세요, 어차피 사람들은 들어와요” 이런 식으로 노무관리를 해 왔어요. 대부분 노동조합이 없다 보니 근태관리든 임금이든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프면 쉬어야 한다지만 아파도 쉴 수 없는 조건이 아직까지 계속되는 것이죠. 연차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점심시간, 휴게시간도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콜센터가 정해진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콜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걸 채워야 해요. 못하면 남아서 일해야 하는데 연장 근무로 인정하지도 않아요. C사 사례를 보면 매달 근태를 5단계로 평가해요. 근데 마지막 등급을 받으면 임금이 마이너스예요. 그러니 마지막 등급을 안 받으려면 본인 업무가 아닌 영업도 뛰어야 해요. 하루 정해진 콜 수가 120건이라면 이걸 넘어야 인센티브를 받고 그 이하로 하면 패널티 받는 거죠. 정해진 시간에 영업도 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니까 나머지 업무를 뒤로 빼서 인정되지도 않는 연장근로를 하거나, 점심시간 1시간 중에서 10분, 20분만 쓰고 다시 돌아와요. 법에서 보장하는 점심 휴게시간도 무용지물이고, 악성 강성 민원인과 통화하면 휴식시간 10분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 10분마저도 포기해요. 콜 수를 채워야 하니까. 연차휴가도 원래 월요일과 금요일은 절대 불가예요, 주말이 지나면 전화가 많다고. 연차를 미리 신청했다가 반납하면 패널티가 가해지기도 해요. 이러다 보니 아파도 쉴 수가 없죠.
◆ 김명희 : 그동안 콜센터 진상 고객 이런 게 크게 조명되고, 대기업들은 악성 민원인 전화를 노동자가 먼저 끊을 수 있게 했다던데 현장에서 큰 변화는 없나요?
☆ 신희철 :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고 노사협의 관계가 만들어진 곳은 함부로 하지 못해요. 사용자든, 원청이든. 그런데 대부분이 다단계 하도급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데다가 노동조합이 없다보니 인사팀과 중간관리자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막 하죠. 예를 들면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은 재택근무에 맞게 가족 상황이 맞춰졌을 거 아니에요. 근데 한 달 단위로 재택근무 시간이 통보되는 데다가, 홈쇼핑 같은 경우는 방송 일정에 따라 갑자기 바뀌기도 해요. 전날 밤에 다음날 스케줄이 정해지는 거죠. 일방적 통보에요. 빨리 시작하면 아침 6시, 늦게까지 근무하면 밤 11시, 고무줄처럼 왔다갔다 해요. 가족생활 리듬이 붕괴되니까 미리 고지해 달라고 하면, “그래? 그럼 근무시간 정해져 있는 콜센터 출근조로 해라, 재택근무하지 말고” 이렇게 불이익을 주니 차마 얘기도 못하는 구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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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 점검하러 왔으니 빨리 마스크 써라
◆ 김명희 :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콜센터에서는 어떤 게 제일 많이 변했나요? 콜 수가 많이 늘었죠?
☆ 신희철 : 콜 수가 오히려 줄어든 곳도 있어요. 많아진 곳은 주로 공공기관 콜센터에요. 코로나 대책에 대한 것이나 제보, 재난기본소득 상담으로 콜이 폭주하고 있고요. 콜이 너무 많아진 곳은 그래서 15분 휴식시간을 없애버리기도 했어요. 점심 휴게시간 이외에 하루 40분을 추가로 휴게 시간을 주던 경기도 콜센터 같은 곳도 갑자기 콜이 폭주하니 ‘쉬는 시간 없습니다, 쉬는 시간 절반으로 줄입니다’ 이렇게 통보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고객의 전화를 최대한 받는 것이 상담원의 기본 업무다 보니 쉴 권리를 요구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 김명희 : 밀집 환경이라 감염 위험이 있다고 재택근무로 전환한다던데, 그러면 필요한 인프라는 회사에서 다 제공해주는 건가요?
☆ 신희철 : 재택근무를 코로나 이전부터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고 하는 C사에서는 C통운, C쇼핑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재택근무를 많이 해요. 기본적인 준비, 이를테면 의자 같은 거는 당사자가 준비해야 하고요. 재택근무 해주는 것을 혜택으로 간주하고 있어요. 점심시간이든 전화 끊을 권리든 병원에 가는 것이든 본인이 알아서 하되, 실시간으로 전화 통화를 녹음하고 체크해요. 한 달에 한두 건을 시범적으로 봐서, 태도가 이상하다 싶으면 패널티를 받아요. 근무 장소만 재택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근태관리나 갑질, 쪼는 것은 계속 반복되요. 거리두기가 계속 강조되지만 그게 과연 대안일지 모르겠어요. 예전 모 홈쇼핑 업체는 재택근무자를 프리랜서로 계약했었거든요.
◆ 김명희 : 도급을 주는 거네요. 건당.
☆ 신희철 : 네. 그렇게 노동권 사각지대로 내몰리기도 하죠. 상담사들이 어쩔 수 없이 흩어져서 일을 해야 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의논하려면 공동체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던데, 그냥 다 흩어져 버리니까 모든 책임과 모든 권리를 개인에 떠넘기게 되요. 이번에 재택근무가 고착화되면 또 다른 노동권 사각지대가 생기고, 노동 강도가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김명희 : 컴퓨터도 필요하고 인터넷 연결, 전화도 필요할 텐데 그런 건 회사에서 해주는 건가요?
☆ 신희철 : 예를 들면 코로나 때문에 원래 센터로 출근한 분이 재택근무를 하잖아요? 그러면 각자 인터넷을 개인적으로 설치했어요. 근데 회사에서 나중에 한다는 말이, ‘아 그 인터넷 업체 아니고 이 업체로 해야 합니다’ 통보를 해요. 상담사들이 인터넷 중도 해약을 어떻게 합니까 하니까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이미 다른 인터넷 서비스 이용하던 걸 물러버리고 다른 데로 옮겨야 하는데, 그 책임을 상담사에게 떠넘기는 거죠.
♧ 최성근 :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기업체처럼 전용선을 쓰는 가입자는 아니라 개인 상품이다 보니 인터넷 끊기거나 장애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럴 경우 그 업무 몇 시간 중단되고, 중단되면 그에 대한 보상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자기부담으로 남는 상황이에요.
신희철 : 케이블방송 설치 기사 중에 여전히 개인 사업자인 분도 있어요. 차도 본인 차를 써야 하고 사다리 등 안전 장구도 본인이 사야 하는 거에요.
♧ 최성근 : 사다리 얘기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전봇대 작업은 고소 작업이라고 해서, 리프트가 쭉 올라가 작업하거든요. 혼자 위에서 작업하는데, 밑에서 교통사고 나거나 그 작업 차량이 차에 치이거나 전도되거나 하면 굉장히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사다리를 사용할 때는 발판이 제대로 있고 규모 있는 사다리를 사용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다리를 지급해주지 않아요. 지급해도 그걸 싣고 다닐 수 있는 공간도 없어요. 안전 요원, 차량 통제, 확인해줄 수 있는 관리자, 이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멀었죠.
☆ 신희철 : 최근에 개선된 사례이긴 한데 연동될 수 있는 게 있어요. 현장 기사, 대면 업무를 하는 기사와 비대면 업무를 하는 콜센터 상담사가 있잖아요. C콜센터의 경우, L통신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설치해달라는 고객이 전화하면 콜센터 상담사가 받아요. 근데 그 상담사는 고객이 자가격리자인지 설치 환경이 위험지역인지 알 수 없고 고객 이야기만 듣게 되는데, 콜센터 관리자들이 상담사를 쪼아요. 최대한 많은 건수를 해야 하니 빨리 연결하라고. 현장 기사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콜센터 상담사를 통해 업무가 꽂히니까, 거기가 위험한지 아닌지 알 수 없이 무작정 갔다가, 코로나 때문에 폐쇄된 곳이거나 자가격리자 가정인 경우도 있었어요. 노조에서 문제 제기했더니 며칠 전에 L통신사 원청과 C콜센터가 서로 협의해서, 콜센터 상담사들이 고객과 통화하면서 감염병 관련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당일에도 설치 일정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 안내하는 프로세스가 도입됐어요.
◆ 김명희 : 이번에 혹시 콜센터 집단감염 전에 마스크를 지급해준다든지, 손 씻는 시설과 비누를 준비해준다든지, 이런 기본적 보호 조치들 있었나요?
☆ 신희철 :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콜센터는 2월부터 계속 코로나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측이, 심지어 노조가 오래 활동한 곳에서도 노사면담을 안했어요.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또 다른 문제는, ‘재택근무 절대 불가다, 마스크 쓰고 하면 고객이 민원 제기하니 안 된다’ 이랬는데 마침 구로 콜센터 감염 사태 터지니까 그제야 마스크 알아보겠다고. 1층에 경찰들 점검하러 왔으니 빨리 마스크 쓰라고 한 곳도 있는데, 나눠준 적도 없으면서! 그런 식으로 막 수습하기 시작했죠.
◆ 김명희 : 지금은 어떤가요?
☆ 신희철 : 이제는 마스크 나눠주고 있어요. 민원인들에게 상담사들이 마스크 쓰고 하니 통화 질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안내도 나가기 시작했어요.
◆ 김명희 : 길에서 일하시는 분들, 라이더나 설치기사 분들도 마스크 사정이나 손씻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 최성근 : 고객 댁에 방문해서 손을 씻기는 어렵죠. 화장실 이용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거든요. 나와서 공중화장실이나 상가 등에서 손을 씻는 시간적 여유도 없어요. 작업 끝나고 나와서 다음 장소로 바로 이동하는 케이스가 많거든요. 코로나 이후에 손소독제 지급해줬는데, 장갑을 낀다 해도 이미 손이 더러워진 환경에서 얼마나 효과 있을까 의구심이 있어요. 또 시간 배정, 업무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은데 실적에 치이다보니….
◇ 박정훈 : (라이더들은) 손씻는 거 힘들죠. 패스트푸드는 그래도 매장 복귀를 하기 때문에 거기서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쓰고 장갑도 벗고 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비교적 천천히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근데 배달대행은 끊임없이 [오더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여유가 없죠. 쉬는 시간이나 자율적으로 쉴 때, 화장실 이용할 때나 손을 씻죠. 겨울철에는 손 씻기 더 힘들어요
◆ 김명희 : 배달대행은 고용주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라 그런 건 개인들이 마련해야 하는 건가요?
◇ 박정훈 :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가 다른 노동조합보다 좀 빠르게 움직였어요. 그래서 배민에서는 손세정제랑 마스크를 지급했어요. 근데 동네 작은 배달대행 업체나 플랫폼 회사에서는 주지 않죠.
◆ 김명희 : 마스크는 어땠나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한창 구입이 어려울 때는 줄도 길고, 설치기사 분들 중간에 가서 줄서서 마스크 사고 그럴 수는 없었을 거 같은데.
♧ 최성근 : 초반에는 지급 안 했고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대구에서 계속 확진자 나오니까 한두 차례 지급했었어요. 그때는 대량 구매도 사실 가능했고, 시간적 여유도 있었죠. 코로나 유행 시작하자마자 준비한 업체는 비축량도 좀더 있었고, 처음에는 넉넉히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니까 회사에서도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고, 우리도 그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고객을 만나 대면서비스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필요한 것이고. 마스크 구비하려면 회사에서 그만큼 노력과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어요. 마스크 사정이 어려울 때는 사람들이 회사에 이야기해도 안 되니까 노조에 짜증을 내기도 했어요. 줄서다 볼장 다보고, 줄섰는데 없다고 하면 어떡하라는 거냐, 얘기 좀 해 달라고 그러는 거죠. 하지만 우리도 방법이 없었어요. 답답한 마음만 토로하는 거죠. 이 답답함이 안전과 생명에 연관되다 보니 노조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던 거에요. 지금은 좀 나아졌는데 지난 2-3주 동안 그런 민원이 끊임없이 올라왔죠. 1층에 있는 약국으로 가라 그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손소독제도 처음엔 피부로 안 와닿았어요. 얘기해도 회사 관리자들이 시큰둥했고. 필요하다 해도, 돈이 드는 일이니까 처음 굉장히 거부감을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노조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언론에도 자꾸 나오니까 회사 사무실 내에 하나 비치하던 것을 확대해서 직원들에게 1인용을 지급하게 되었어요. 장갑도 대부분 일반 목장갑을 지급 하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라텍스 장갑 1회용 쓸 수 있도록 지급해준 경우가 있었고, 마스크도 이틀에 한번인가 하루 한번인가 주기적으로 지급해 준 경우 있었어요. 아예 지급을 안하는 것은 아니고 지급하려는 회사들은 늘어나는데 못 따라가는 업체나 지역이 여전히 많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오히려 대구 경북 쪽에는 지원이 집중되다보니 오히려 마스크 구비가 손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어요.
◆ 김명희 : 라이더는 코로나 문제 아니더라도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에 노출되는데, 평소에 각자 마스크를 구입했었나요?
◇ 박정훈 : 몇몇 사업장에서 요구를 해서 받는 경우 있었지만 예외적인 경우에요. 가령 저희 매장에서는 마스크를 줬죠.
◆ 김명희 : 위원장님 계서서 그런가 봐요?
◇ 박정훈 : 많이 이야기 했으니까. 다른 곳은 마스크 달라고 하는 상상도 못하죠. 그걸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나 권리가 있는지 인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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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쉴 수 있게 해줄게, 하지만 실적 평가는 그대로
◆ 김명희 : 코로나 유행하면서 배달이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업무량이 더 늘어난 건 사실인가요?
◇ 박정훈 : 우리한테는 요즘이 원래 비수기에요. 날 좋을 때가 비수기고, 날 안 좋을 때가 성수기인데, 올 겨울이 안 추워서 성수기 맛을 못 봤어요 다들. 근데 코로나 덕분에 비수기가 늦게 온 거죠. 2월 말, 3월 초까지는 배달량이 확 늘었고, 지금은 비수기로 접어들었죠. 3월 되고 사람들도 코로나에 대한 걱정도 줄고 밖에 나가 먹기 시작하면서 배달량이 줄어들었어요. 택배 같은 경우에는 배달 인력 숫자가 정해져 있는데 물량 올라가니까 힘들어지지만, 우리는 이걸 칠 만큼의 배달 라이더 공급도 이뤄지기 때문에 일이 그렇게 막 늘어나지는 않아요.
◆ 김명희 : 지금 정부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아프면 쉬라는 건데, 몸이 애매하게 안 좋다거나 진단서가 없을 때 실제로 쉴 수 있는지 궁금해요.
♧ 최성근 : 연차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진단서 상관없이 내 월차 내가 쓰는 거니까 관리받지는 않지만. 병가는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도 예전과 달리 상당히 좋아진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코로나 의심 환자나 자가격리 지침에 의해서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는 정부가 하도 강조하니 회사도 어떻게 움직이지 못해요. 근데 업무환경 대처 매뉴얼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의심 환자를 만났다 그러면 스스로 자가격리 들어가야 한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근데 회사는 안 그래요. 네가 정말 확진이냐, 음성이냐 양성이냐 따지죠. 엊그제 동료 하나가 열이 오르니까 의심되서 병원에 갔는데 자가격리해라 판정 받고 자가격리 들어갔어요. 근데 회사가 제일 처음 하는 이야기가 ‘무급이다’ 이렇게 대응해요. 어쨌든 잘 해결되기는 했는데, 관련 매뉴얼이 없는 거에요. 이것도 실제 사례인데, 고객 가정에 설치하러 가서 초인종을 누르니까 고객이 문을 열어주면서 ‘제가 자가격리 중인데, 설치해줄 수 있으세요?’ 하는 거에요. 노조에 물어보면 우리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하지 마 이씨, 하지마!’ 하겠지만, 그게 하나의 실적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처리를 해야 하죠.
☆ 신희철 : (콜센터는) 그나마 외형적으로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요. 3월 9일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 이후 3월 10일부터 각 정부 부처, 고용노동부, 서울시 분들이 점검하겠다 그러고, 3월 12일 고용노동부가 콜센터 코로나 예방 지침을 마련했어요. 하지만 50인 미만 콜센터는 매우 영세하게 운영되는데, 비용에 관한 지원계획이 아직 안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다단계 하도급으로 운영되는 곳은 콜센터를 분리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이걸 원청이 재가를 해줘야 하는데, 원칭이 아직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콜센터 업체만 주구장창 죽어나가는 꼴이었죠. 구로 콜센터 A보험사 하청업체 같은 경우도, 원청이 자기네 책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도급업체를 날리는 식으로 활용하는 거 같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어요.
◆ 김명희 : 그럼 계약해지 하고 다른 업체로 넘길 수도 있다는 거네요.
☆ 신희철 : 네. 민주노총 콜센터노조들이 같이 입장을 내고 고용노동부와 몇 차례 면담을 했어요.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고용노동부가 콜센터 원청에게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게 강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죠. 고용노동부는 각 부처별로 콜센터 기관별로 매뉴얼 각자 알아서 만들라 했는데 고용노동부가 표준 매뉴얼 제공하라고 요구했어요. 또 하나는 콜센터 상담사와 콜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에 대해 제기한 건데요. 실적-평가 연동체계가 계속 가게 되면 못 쉬겠죠. 대외적으로는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세요, 유급휴가 갑니다’ 공지는 나가는데 평가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면 하청업체도 부담 되고, 콜센터 상담사들끼리도, 개인 평가도 있지만 팀별 평가도 있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니 아파도 끝까지 버티다 가야되는 꼴이에요. 구로 콜센터 사건 전에는 ‘의심 증상 있습니다.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하면 대구 S센터 사례처럼, ‘집에 일찍 가고 싶으신 거죠?’ 이렇게 인격적으로 비하하고 2주간 연차를 쓰는 것도 그림의 떡이라는 거죠. 서울시 다산콜센터처럼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개인평가, 콜센터 기관에 대한 평가를 전면 유보하라고 요구했어요. 3월 25일에 우리와 면담하고 27일 고용노동부가 각 부서에 공문 보낸 것을 보니, 부처별로 세부 지침은 없고 콜센터 예방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곳에 대해서 집중 감독하십시오, 이렇게만 되어 있더라구요.
◆ 김명희 : 결국 아프면 쉬는 것 까지는 오케이 된 건데, 그러면 실적 나빠져서 다음 달에 개인이나 팀에 불이익 오는 것은 여전히 그대로인 거네요. 플랫폼 노동자들은 어떤가요? 자유롭게 일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 박정훈 : 전혀 자유롭지 않죠. 출퇴근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못 쉬어요. 안 쉬기도 하고. 관리자들은 얘가 감기 걸렸는지 알 수가 없는데, 안 나오면 전화는 하겠죠.
◆ 김명희 : 연차 시스템이나 실적 평가는 어떤가요?
◇ 박정훈 : 연차는 공식적으로 없죠. 전속인 경우 근로기준법 상 연차가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중국집 같은 작은 데는 안 될 거에요, 배달대행은 그런 연차는 없되 출퇴근 관리는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안 나오면 전화하죠. 프리랜서라고 상상하시겠지만 실제는 휴무일까지 다 조정해서 정해져 있어요. 그거 관리하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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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업무 당사자인 노동자와 직접 협의해야
◆ 김명희 : 그렇다면, 코로나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뭐가 좀 마련되면 노동자들이 좀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지 제안해주실 게 있을까요?
◇ 박정훈 : 일단 이를 계기로 감기 정도라도 쉴 수 있는 상병휴가 제도가 도입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 김명희 : 당장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하기에 그런 거죠?
◇ 박정훈 : 네. 사실 감기 걸려 출근하는 거 자체가 공중보건에 안 좋은 일이잖아요. 출퇴근 시간 조정도 당연히 해야 하죠. 지하철 9호선 타보면 코로나 유행이기나 한 건지 알 수가 없어요. 특고나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경우 아플 때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려면, 어쨌든 소득보장이 되어야 해요. 근데 지금 걱정은, 다들 소득 보장 정책들을 내고 있는데 이런 거 받으려면 제가 공부를 해야 해요. 그 복잡한 용어들, 민원24 들어가서 프린트하고 해야 하잖아요. 자기 집에 컴퓨터랑 프린터 있고, 공인인증서 있으면 쉬운 일이고, 팩스까지 있으면 완벽하겠죠. 근데 그런 집이 없잖아요. 그나마 사무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나 저 같은 사람들은 어려움이 적어요. 근데 보통 노동자들에게 뭘 신청하고 심사받는 과정을 거치라고 하는 건 실효성이 적어요. 또 소득 기준 잡으라고 하는데, 프리랜서나 특고는 어떻게 잡을 건지 모르겠어요. 대부분 커트 당할 거 같아요.
◆ 김명희 : 건강보험 가입 상황은 어떤가요?
◇ 박정훈 :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좋은 점 하나는, 집안에 직장가입자 한명만 있으면 얹힐 수 있잖아요? 그걸로 대부분 해요. 의료보험 해주는 사업체는 없어요.
♧ 최성근 : 현재 상황이 특별한 케이스잖아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업무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조 차원에서 각 통신 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서 제안한 게 있어요. 다수 노동자들이 대면으로 고객을 만나야하니 그 빈도를 좀 줄여보자, 격주 근무라든지, 최소한 신규 설치 업무 등이 긴급한 게 아니면 유예하는 게 필요하지 않냐 제안했어요. 실제로 대구에서는 일부 그렇게 했어요. 그것도 한 2주 정도 시행하다가 영업이 안 올라가고 실적이 안 올라가고 하니까 다시 전원 출근, 이렇게 바뀌더라구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해피콜 같은 지표는 없어져야 해요. 지금 코로나 유행 중에도 우리는 계속 관리되고 있어요. 특히 설치, A/S, 철거에 대한 지표가 굉장히 많아요. 그 안에 당일 설치율, 재발생률, 심지어 약속변경률까지, 굉장히 많은 지표로 관리받고 있는데, 여기에 해피콜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하죠.
◆ 김명희 : 해피콜 빼고도 그만큼이나 있었군요.
♧ 최성근 : 네 그게 센터의 지표가 되요. 센터의 지표랑 직원의 지표가 죽 나와요. 나중에 어떤 사례가 나오냐 하면, 저쪽으로 인사 이동 해야 되는데 일 잘하는 사람, 영업 잘하는 사람 줄 수는 없으니까 이 지표로 줄 세워서 맨 끝에 있는 사람을 보내버려요. 이런 걸로 활용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없어져야 조금 더 내 안전을 확보하면서 작업하고, 이동할 때 손도 좀 씻고, 옷도 좀 털고,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죠. 고객 가정에 방문을 갔더니 현관입구에 기사를 세워놓고 고객이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어요. 우리를 잠재적 보균자로 생각하는 거죠. 그런 게 해소되려면 작업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해요. 지금대로라면 설치는 한 시간에 한 건, A/S는 삼십 분에 한건 이렇게 기준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업무 할당 꽂아 넣는 시스템이에요. 이게 처리가 빨리 돼야 다른 걸 할 수 있는데, 이게 한 시간 잡아놨다고 해서 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지는 환경에 따라 다르거든요. 그래서 업무 재배치라든지, 작업환경에 준하는 업무 스케줄, 그런 시스템 변화가 있어야 해요.
◆ 김명희 : 근데 그렇게 업무 조정하면 급여가 줄지 않을까요?
♧ 최성근 : 당연히 그렇죠. 그걸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확보해야한다는 거죠.
◆ 김명희 : 노조에서 그런 요구를 하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겠네요?
♧ 최성근 : 평상시 같으면 불만이 굉장히 많을 거에요. 근데 지금 같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금 가족들이 너무 불안해 하고 있어요. 남편이, 동생이, 가족이 나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들어오는지 모르니까요. 그대로 집안에 들어오게 되고. 환경 개선 없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잖아요. 불안감이 크다 보니까 기사들도 더 많은 고민을 갖게 되었습니다.
☆ 신희철 : 케이블/방송도 공공성이 있잖아요. 위급한 상황에서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 끊기면 안 되고 전화를 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유행 기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자, 작업중지권 발동하자 그런 이야기도 사실 있었지만, 그건 대안이 되기 어려워요. 대신 사측에서 이러저런 안전망을 만들고, 노동자들 중에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장기사 조합원 한 분이 오늘 어느 지역에 확진자가 생겼다고 하더라, 내가 그쪽에 가야하는데, 내가 전파자 되는 건 아닌지, 이 상태로 집에 가도 되는지, 거리를 전전하게 된다, 죽고 싶다, 이렇게 SNS에 올리신 경우도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걱정하는데 무급휴직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거부됐어요. 적어도 그런 건 보장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콜센터들이 함께 대응하는 중에 나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이런저런 비용 들이고 뭐하고 한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눈앞에서 안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고, 아플 때 쉴 수 있게 보장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상담사들과 회사, 그리고 원청이 함께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협의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대전의 K은행 콜센터 경우에 구로 콜센터 사태 이후 원청이 갑자기 하청에 통보를 한 거에요. ‘몇 명 분리해서 여기 가서 근무하게 해’라고. 통보 받고 갔더니 (여기 회의실 같은) 이런 자리에 앉아야 하는 거에요. 세팅이 하나도 안 되어 있고, 가림막도 없었어요. 하청업체에 따졌더니, 하청업체도 원청이 갑자기 가라고 해서 난감하다고 해요. 나중 원청이 해명하기를 ‘준비가 아직 안 됐습니다, 개선될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인 상담사와 직접 협의해서 풀어야지 원청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하청이 업체 관리자 통보하거나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또 하나는 저희가 서울시 다산콜센터 사례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평가-실적 연동이 풀리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니까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했는데, 고용노동부는 자기네가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해요. 케이블/방송 쪽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든 다른 정부 부처든 이야기는 해보겠다, 근데 그 이상은 권한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현장 의견을 전달했다고는 하는데 실제 이행은 안 되고 있어요. 이런 게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콜센터라고 해서 반드시 다닥다닥 닭장처럼 구조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왜 이걸 하청업체가 책임을 떠넘겨 받아야 하는가 질문할 수 있죠. 그걸 이용하는 원청이 공간 마련, 자리 배치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규격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얘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또 다단계 하도급이 심각한 문제가 있고, 원청의 책임이 여전히 분명하지 않으니까 가장 좋은 것은 직접 고용이라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오고 있고요. 당장 해결되진 않겠지만, 향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분명히 하고 당사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면에서 직접고용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여전히 하고 있어요.
◆ 김명희 :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게, 전문가들이 아는 것에 한계가 있거든요. 저도 언론사에서 노동자 실태나 개선책을 묻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지만, 아니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그걸 다 알아요? ‘전문가한테 물어보지 말고 현장에 좀 물어봐라, 내가 점쟁이냐’ 이런 얘기를 여러 번 했었어요. 제가 요즘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이랑 재택근무로 다 돌리자, 이렇게 될까봐…. 노조에서도 그와 관련해서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신희철 : 재택근무 하면 노동조합이 노조 제안하러 만나기 힘들어요. 거의 한 달에 한 번 현장 콜센터 와서 교육받는 거 외에는 다 떨어져 있으니까 서로 어울리지도 못하죠. 지금 재택근무가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노동 강도 강화, 노동권 사각지대로 악용될 소지가 있죠. 그래서 재택근무를 한시적으로만 적용할 것, 상담사들 중 희망자에 한해서만 이후 운영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 박정훈 : 조합원들 중에 재택근무 좋아하는 분도 있지 않나요?
신희철 : 좋아하는 분들도 많죠. (웃음) 다산콜센터는 처음에 전부 재택근무 시키겠다고 이야기했다가, 일부는 서소문 청사에서 근무하고, 일부는 기존 콜센터, 나머지 20%만 재택근무 하게 했어요. 개인정보를 많이 이용하기도 해야 해서. 어린 자녀가 있거나, 전화번호 안내 같은 기본 업무에 한해서만 재택근무 하는 것으로 했어요. 기준을 두고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김명희 : 노동자 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차원에서도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 마무리하면서 노동건강연대에 바라는 활동이 있으면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릴께요.
◇ 박정훈 : 노동건강연대 너무 좋구요, 많이 도와주셔서요. 앞으로 플랫폼 사업 실태조사나 심리적 문제라든지,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이런 거 같이 해 보면 좋겠어요.
♧ 최성근 : 저희도 비슷해요. 저희가 라이더보다는 규모가 있고, 회사라는 상대방도 분명하고, 관계법령이 존재하긴 하잖아요. 그럼에도 안 되는 것이 상당히 많아요. 근골계 질환 같은 경우에도 관계법령에 의해 이미 실태조사를 하게 되어 있기는 한데, 너무 형식적이에요. 우리 경우는 컨베이어 라인에서 돌아가는 반복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가 복잡하고 효율성 떨어질 수 있어요. 계속 이동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회사에 맡기자니 회사는 여력 없고 할 마음도 없고, 우리가 스스로 하려니 만만치 않고, 전문 지식도 없잖아요. 그래서 노건연이랑 같이….
◆ 김명희 : 우리 노건연 되게 영세 단체에요. 아휴 어떡하지.
☆ 신희철 : 저희 노조가 콜센터 관련해서 같이 연구하자고 제안했는데 노동건강연대에서 어렵다고 했다고 들었어요.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센터에서 다산콜센터 등등을 컨설팅하고 결과 보고서를 낸 적 있었는데, 감정노동, 근골격계 질환, 쉬는 시간, 근본적인 조직체제 내의 문제 등 꼼끔히 다루었지만 대외비라서 우리가 활용할 수 없어요. 요 몇 년간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현장에 대해 연구한 자료가 부족해서, 그런 걸 노동건강연대에서 같이 하면 좋겠는데….
◆ 김명희 : 노건연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다들 바쁘신데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 주셨어요. 앞으로 연대활동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