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묻습니다]’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은 누구?(3)권영길
● 직장인의 노동강도에 관한 질의
1) 과로로 사망한 직장인의 증가 추이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이런 추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과로사(돌연사) 문제는 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노동자건강권운동의 노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과로로 인한 질병이나 사망’을 직업병에 포함하고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로사는 계속 증가하면서 과로사를 유발하는 심각한 노동조건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과로사의 대표적인 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질환이며, 이 관상동맥질환이 1992년에 인구 10만 명당 12.5명에서 2002년 25.2명으로 2배로 급증한 것에서도 과로사 문제의 규모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노동부의 산재통계에 따르면 과로·스트레스 등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사망자도 2000년 545명에서 2003년 820명, 2004년 78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과로사 중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과로사를 유발하는 요인이 절대적인 노동시간이나 노동강도 뿐 아니라 직무 스트레스(긴장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IMF 이후 매해 10여 명씩의 과로사망이 발생하고 있는 증권업의 경우도 그 원인은 증권사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인력감축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입니다. 구조조정이나 상시적인 고용불안 속에서 이제 과로로 인한 사망은 버스운전, 경비업무, 제조업, 은행·증권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과로사는 수치로 드러나는 사망건수 아래 수십, 수 백 배 규모의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증, 정신질환, 과로질병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크며 노동자 건강권 문제의 주요한 부분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과로사의 원인은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성과주의의 확산, 장시간 노동, 작업속도의 증가, 단위시간당 생산량의 증가, 비정규직의 급증 등입니다. 따라서 그 해결 역시 노동자의 고용안정, 노동시간 단축, 적정인력확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등으로 이는 민주노동당의 핵심적인 노동정책이기도 합니다. 과로사(과로질병)는 최근 노동자들이 처하고 있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상황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2)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는 ‘작업장 안전’에 관한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로로 인해 발생한 산업재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로와 산업재해와의 관련성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면 과로가 산업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산업구조의 변화, 고용형태의 변화, 노동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재해의 유형도 변화합니다. 과거 산업재해라고 하면 광부의 진폐증이나 제조업의 손가락 절단을 떠올리겠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제조업의 근골격계질환이 다발 산업재해(직업병) 중 하나인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위험에 대해 파악하고 신종 직업병이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은 이미 80년에 일본의 심각한 직업병문제로 부각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이후 사회 문제화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에 ‘직업병’으로 규정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과로사로 인정받은 경우만도 1만 여 건에 이르며 그 외 과로로 인한 질병은 더욱 많아 과로사(과로질병)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재해(직업병)으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는 그 원인인 ‘과로’ 상황을 없애야 합니다. 현대자동자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60.6시간, 한 달 평균 282.4 시간을 일하고, 매일 잔업 2시간, 일주일에 서너번 특근이 기본입니다. 대기업 정규직이 이러한데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은 오죽하겠습니까?IMF 이전 2명이서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되니 금융업에서 과로사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국은 몇 년에 걸쳐 OECD 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가진 나라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프랑스의 2배가 넘습니다. 실질 노동시간을 단축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적정인력을 확보하고 노동강도를 완화해야 합니다. 또한 영업직의 과당경쟁을 부르는 성과급제, 언제 짤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작업장 곳곳에 설치된 노동자 감시체계도 스트레스와 과로의 원인으로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3) IMF 외환 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서 직장인의 평균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인력을 줄이면서 적은 인력이 과거보다 많은 업무를 감당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균 노동강도의 증가 정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또 이런 현상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다릅니다.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고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귀 후보 측은 어떤 경우에 속하는지 만약 평균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여긴다면 어떤 해법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동 강도에 대한 체감 정도는 산업이나 직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성별/연령/직위 및 직장 내 관계 등에 따라 주관적 체험은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의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지만, 이러한 주관적 판단은 정책 입안에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들어 과로에 인한 질환이 늘고 있다는 것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들 수 있습니다. 과로사 유발 질환은 앞에서 이야기 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소에 좌우되는데 하나는 기술력의 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강도의 증가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력 향상은 설비 투자의 증가나 숙련의 증가 혹은 작업 조직의 전환 등의 결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와 관련하여 꾸준하게 제기된 것 중 하나는 설비 투자가 정체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최근 10년 간 노동생산성 증가의 핵심 원인은 노동강도 및 노동시간의 증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바로 앞서 제기한 것과 중복되어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안전하고, 쾌적한 조건 조성에 관한 질의
1) 업종별 산업재해 증감 추이에 대해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60년대 이후 경제성장 지상주의는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회문제가 산업재해·직업병 문제입니다. 1980-1990년대 불려 지던 노동가요에 등장했던 ‘손무덤’이라는 가사는 하루에도 수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던 피의 역사를 딛고 대표적인 주방용품 업체로 성장했던 S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산업재해 문제는 80-90년대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 속에서 그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부 역시 1991년 ‘제1차 산재예방 6개년계획’을 시작하는 등 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결과 산재통계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산업재해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를 전후해 가속화된 정부의 노동, 노동안전보건 규제의 완화를 포함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의 수는 9만 여 명으로 재해율은 0.77%입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직전인 2002년 재해율 0.77%를 2007년 까지 0.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었으나 재해율은 전혀 줄지 않았으며 이는 참여정부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재해율 0.5%, EU 평균인 0.37%, 일본의 0.26%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재해율 0.8% 수준은 끔찍합니다. 특히 사망만인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대재해 실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조업,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해 산업재해 유형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산재 유형의 특징은 제조업, 광업에서의 추락, 낙하, 절단 등 재래형 산재도 감소하지 않는 가운데 서비스업, 금융관광업 등에서 새로운 유형의 근골격계 질환, 스트레스(과로)로 인한 질환 등 신종 직업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산재의 위험이 해결되지 않고 영세사업장, 이주, 비정규 노동자 등의 약자에게로 이전되고 있음을 각종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과정의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 문제는 기술적 규제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그간의 ‘산재예방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입니다. 이보다는 노동과정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가 책임지고 위험을 관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부분적인 사업주 책임 조항을 일반적, 포괄적 사업주 책임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만이 사업주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안전장치, 안전점검, 안전시설, 안전교육을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ILO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심각한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ⅰ)반복·악질·고의적인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기업의 살인죄를 부과하는 ‘산업재해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ⅱ)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을 막고 비정규직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 사업주의 포괄적인 안전보건 책임’을 부여할 것입니다. 또한 산재 노동자 중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많은 경우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ⅲ)일하다가 병들거나 다친 경우 일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세부적인 산재판정을 하도록 하는 ‘선보장·후평가’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2) 만약 귀 후보께서 작업장 안전시설 및 안전교육 부실에 따른 문제로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의 호소를 접한다면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던 직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하루아침에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노동자를 만나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고통 외에도 가족에 대한 책임과 걱정, 생계 문제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산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우리 사회는 산재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그 해결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재보상보험법과 그 집행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들에게 대해 너무나 부족한 서비스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산재현장->원직장 복귀’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더 이상 산재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억울하게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직업·사회재활을 통해 원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재는 기계의 안전장치 미비처럼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70% 이상입니다. 그리고 산재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을 제대로 치료받고 원직장에 복귀하는 것은 노동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몸을 회복해서 다시 예전처럼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나 민주노동당이 산재보상절차에 대해 도움을 드리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불이익에 대해서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건강을 회복하셔서 예전처럼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민주노동당은 산재노동자의 치료권을 보장하고 원직장복귀를 의무화하기 위해 산재보상보험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직장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조건을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귀 후보 측에서 이런 과제를 세 가지만 꼽는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습니까? 또 이들 세 가지 가운데 우선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우선적 과제부터 제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 책임 의무 규정을 부여해야 합니다.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보건관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현실화할 때 안전보건관리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들 비정규직은 산재 사망율이 정규직의 2배에 달하는 등 노동안전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심각하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원청 사업주(지배적 사업주)에게 고용 형태에 상관없이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나 환경에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주의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작업환경측정과 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정확성에 대한 계속되는 문제제기와 함께 외부기관에 의해 1년에 1-2회 실시되는 관리로 상시적인 사업장 안전보건관리가 확보되기 어렵다는 근본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제도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자가환경측정지원서비스’를 공공서비스로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환경에 의문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자가환경측정지원서비스를 신청하고 간단한 절차를 통해 환경위험을 알 수 있는 공공서비스체계를 구축한다면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째, ‘노동자안전대표제’를 도입하여 안전보건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관리는 주로 외부기관(작업환경측정기관, 건강검진기관, 안전보건관리대행기관)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문적 역량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에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상시적인 안전보건관리를 담당하지는 못합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과 현장노동자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작업단위(공정)별로 노동자안전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이 상시적인 안전점검과 위험요인의 파악, 개선대책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