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근로자사망..조사강도 높아지나
盧대통령, 국무회의서 노동부·감사원에 특별지시
입력 : 2007.12.04 17: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타이어(000240) 근로자 집단 사망사건에 대해 “감사원에서도 짚어봐 달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에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강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국타이어 사태 관련 보도의 사실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도 이전에 근로감독과정이 적절했는지, 또 보도 후에 이에 대한 처리와 대책 마련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지난 2006년 5월 이후 1년6개월 동안 한국타이어 근로자 가운데 15명이나 심근경색·심장질환·뇌출혈 등으로 돌연사했지만, 원인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노동계에선 직원들의 돌연사 원인이 작업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작업장 안전성을 적극 해명하면서 맞서고 있다.
◇한국타이어 근로자 의문의 죽음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가운데 지난 2001년 이후 사망자는 총 22명. 2006년 5월 이후 1년6개월 동안 죽은 사람만도 무려 15명에 달한다.
이들중 상당수는 심근경색·심장질환·뇌출혈 등으로 돌연사했다. 하지만 사망에 이르게 된 정확한 요인은 아직 의문이다.
유가족들과 노동계는 석연찮은 사망 원인에 대해, 유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타이어 공장의 작업환경을 지목하면서 정확한 사인 규명과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뇌심혈관계 관련 사망자가 많다는 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무방비로 취급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은 안전하다”
한국타이어는 이같은 근로자들의 돌연사 원인이 작업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작업장은 안전하다”며 적극 해명했다.
문제가 됐던 솔벤트에 대해서도 “현재 전세계 대부분의 타이어업체들 역시 솔벤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마치 우리 회사만이 인체에 유해한 솔벤트를 사용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근로자 돌연사는 ‘집단발병’
이에따라 역학조사팀으로 나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달 28일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잇단 돌연사 역학조사 설명회를 열고, “사망원인이 공통으로 노출된 업무요인과 관련됐을 수 있는 집단발병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심혈관질환 유병률(有病率·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그 지역 인구에 대한 환자 수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 회사 직원들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표준화 비례사망비는 ’16’으로 나왔다. 이 수치는 같은 연령대의 국민이나 적절한 대조군보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6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연구원측은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업무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공통적인 유해인자가 있는가를 확인중이다. 특히 작업환경요인이나 작업요인 중에 질환 위험요인이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공장과 연구소에서 채취한 분진, 유기용제 등 시료를 분석중이다. 그 결과는 올 연말쯤에나 나올 예정이다.
한국타이어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뿐만 아니라 3개조 18명이 투입된 대전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정으로 진행중이다. 대전노동청은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사업주의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사법처리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이 역학조사에 대비해 문제의 솔벤트통을 미리 청소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이번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철저한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할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