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산재’ 하급심 판결 뒤집혀
대법원, 지하철 기관사 산재 불인정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1-22
대법원이 지난 2003년 정신질환을 앓다가 자살한 도시철도 기관사 임아무개씨에 대해 업무상재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려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서울도시철도노조에 따르면 대법원은 임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업무상재해가 아니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사상사고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어 업무상 휴직 중이던 임씨는 2003년 8월 회사 복귀를 앞두고 여수시 돌산대교에서 바다에 투신해 자살했다. 당시 임씨는 복직에 대한 두려움 등 심리적 공황상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임씨가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 발생한 자살사고라며 산재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임씨가 사상사고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2006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임씨가 지하철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안전운행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과 승객 사상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등 극도의 심리적 광황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은 없더라도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7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임씨가 지하공간에서 일하고 주, 야간 교대근무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할지라도 1일 순수 운전시간이 4시간 42분 정도이고, 8조5교대 방식으로 한달에 3.8일의 휴무일을 가졌던 사정 등에 비춰볼 때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정할 수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이러한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
이번 판결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도시철도 노동자 공황장애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가톨릭대 김형렬 교수팀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철도 기관사 10명 중 2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공황장애는 일반인의 7배라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졌다.
이에 서울도시철도는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에게 7주간의 ‘업무복귀프로그램’을 마련했으나, 노조측은 ‘정신질환 유경험자에 대한 사실상의 퇴출프로그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