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재 래 형 사고’ 여전
감전돼서 죽고 떨어져서 죽고… 11일 하루에만 2명 사망
건설현장의 관리부실과 안전수칙 미비로 감전사나 추락사 등 재래형 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관련 업체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전력 익산지점 관내 배전공사 현장에서 시공업체인 신세기 소속 전기원노동자 모씨가 고압선로 교체작업을 하던 중 감전돼 사망했다.
안전수칙에 따르면, 고압전류가 흐르는 활선상태에서 작업해야 하는 배전공사를 할 때에는 감전을 방지하기 위해 방호장치나 장갑 등 보호장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이런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것이 전북건설산업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고영기 전기분과 위원장은 지난 10일 시작된 전국체전을 이유로 한국전력이 전북의 모든 지역에 한전 고압 배전선로작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각 시공업체에 보냈는데도 시공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다”며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키기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시공업체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한전의 공동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은 사망한 지 나흘이 지난 14일 현재까지도 사고 당시 목격자가 없어 유족과 보상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있는데도 시공업체인 신세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망자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로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사고경위는 모른다”며 사실상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1일 부산 사하구 하단동 소재 SK VIEW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목수 모씨가 폼(건물구조물외벽) 해체 작업 중 25층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지역건설일용노조 강한수 사무국장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위험하면서 기본적인 작업인 폼 설치와 해체작업인 만큼 건설현장 사고의 절반도 추락사고”라며 “이 사건도 현장 조사 결과 사망자가 작업하던 곳 바로 밑 10m, 사망자가 떨어진 방향 밑 30m에 추락방지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특히 SK건설 하단 현장의 경우 3개월 전 같은 추락사고가 있었으나 추락방지망이 있어서 사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며 “법에 정해진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이번 사건도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K건설 쪽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사고원인과 대책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런 ‘어이없는 인재’에 대한 책임과 재발방지 방안, 입장 표명에 대해 관련업체 신세기, SK건설 쪽의 ‘모르쇠’가 언제까지 통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임분 기자(sunbi@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