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죽음으로 몰리는가
민주노총.민주택시연맹 ‘비대위’,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 구성
정오교통 조경식 조합원이 분신한 지 이틀째인 8일 민주택시노조 정오교통분회가 전면파업을 선언한데 이어, 민주노총, 민주택시연맹, 민주노동당 등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 주목된다.
정오교통분회(분회장 방남철)는 8일 오후 5시께 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임시총회를 갖고 전면파업을 결의, 이날부터 당장 파업에 돌입했다. 또 정오교통분회는 이번 조경식 조합원 분신사태에 대해 김정우 사장 구속, 강원창 관리과장 퇴임, 특별근로감독 실시, 부가세 감면분 전면환급 등의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과 민주택시연맹은 이날 오전부터 대책회의를 갖고 민주택시연맹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분신 대책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민주노총은 오길성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대책팀을 구성하고, 제도개선 투쟁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가세 경감분 유용, 과중한 사납금 등 불합리한 제도와 실상을 사회쟁점화시키고 적극적인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해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대응책과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민주택시연맹은 9일 오후 긴급중앙위원회를 열어 분신에 따른 대응책과 총력투쟁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은 8일 단병호 당선자를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이번 분신사태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성명을 내어 “노동자가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분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신한 조경식 조합원은 8일 낮 기관지 촬영과 조직검사를 끝낸 상태이나, 여전히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등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택시연맹 등 병원 앞서 농성… 민주노총, 택시제도개선 투쟁 본격화
민주노총은 7일 정오교통 택시노동자 조경식씨 분신 사건과 관련, 상황실을 설치하고 앞으로 택시제도개선 투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 민주택시연맹 조합원들이 조씨가 치료중인 한강성심병원 앞에 농성을 위한 천막을 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마영선
또한 민주노총은 8일 오전 10시 민주택시노조연맹 등과 긴급 회의를 갖고 비상대책위 구성 및 향후 투쟁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며, 월요일인 10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의 투쟁 방침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밤 10시께 조씨가 치료중인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조합원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또한 조씨가 소속돼 있던 전국민주택시산업노조 정오교통분회(분회장 방남철)는 곧바로 비상총회를 통해 조씨가 유서에서 고발했던 도급 및 사직 강요, 노조활동 불인정, 의료보험 정산액 환급금 및 부가세 감면분 횡령 등 회사 내 각종 문제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사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조 정오교통분회 이무송씨는 “회사 내 제반 문제 해결과 함께 회사 쪽 책임자 사퇴 등도 함께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택시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 조규범 사무국장이 각 분회장들에게 이후 투쟁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마영선
한편 민주택시연맹 조합원들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강성심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분신한 조경식씨 49% 3도 화상… 기도 손상 생명 위독
오후 8시15분 현재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경식씨는 전신에 49% 화상을 입었고 기도가 크게 손상돼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 ⓒ 매일노동뉴스 마영선
병원에는 조씨의 가족들과 민주택시노조연맹 구수영 위원장 등 간부, 민주노동당 김혜경 부대표, 민주노총 서울본부 고종환 본부장,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 등이 모여 이후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맹은 조씨의 분신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는 파탄지경에 이른 택시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에서 택시 사업주들이 벌이고 있는 탄압과 각종 부당행위, 심지어 정부가 택시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근로조건 향상에 사용하라고 경감해 준 부가가치세조차도 지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고발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또 “분신사태의 책임은 그동안 택시제도 개혁과 택시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 월급제 실시, 택시업계에 만연된 불법경영과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해 왔던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맹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에 부가가치세 경감분 전액 지급과 제도개혁, 택시업계의 불법 부당행위 근절을 촉구한 데 이어 13일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6월말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7.1 택시요금 인상을 저지하고 택시제도 개혁과 생활임금 보장 대책을 촉구하며 총력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분신한 조경식씨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 3도 화상
분신한 조경식씨는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았고 3도 화상 판정을 받아 다시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택시노조연맹 구수영 위원장 등 집행부는 비상체계 돌입을 선언한 뒤 한강성심병원으로 이동, 후속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세청 규탄대회 중 택시노동자 분신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분신했다.
정오교통 소속 택시노동자인 조경식씨(44)는 7일 오후 4시부터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주최로 국세청 앞(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택시회사 부가가치세 부실운영 세금포탈 방치 국세청 규탄집회’에 참가했다가 대회 진행 도중 “부가세 경감분 지급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이날 정씨는 몸에 신나를 뿌린 상태로 집회가 진행중인 단상에 올라가 자필로 작성한 유인물을 뿌리면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단상에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