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전세계에 걸쳐 몰아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노동자의 삶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의 건강마저도 심각한 정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21세기가 되었지만 노동재해는 여전히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 원인이다. 1998년 ILO의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200만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이것은 15초마다 1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선진자본주의국가와 초국적 자본에 의해 종속된 아시아 각국 노동자들의 건강은 더욱 큰 위험에 직면하여 있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고 아시아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년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re)의 주최로 ANROAV(Asian Network for the Rights Of Occupational Accident Victims,작업성재해 희생자의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행사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과 재해노동자들이 모여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올해 ANROAV 회의를 통해서 보고 된 아시아 각국 노동재해 문제와 노동자건강권운동에 대해서 개괄해보자.
아시아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켜라 – ANROAV
현실에서 작업장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가진 나라는 많지만 법이 지켜지는 나라는 거의 없다. 얼마 되지 않는 산업안전감독관들이 수많은 기업들을 모두 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IMF와 세계은행의 직접적인 압력 하에 있는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 정부들에 의해서 도입되고 초국적기업들의 지도하에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법률에서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왔다. 대부분의 아시아 경제는 ‘수입대체’에서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왔다. 생산품은 노동자들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의 이용가능성은 기업주들에게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투자하는 대신 아프고 다친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더 쉽도록 해주었다. 가족과 함께 배고픔으로 죽지 않으려면 노동자들은 위험한 조건에서 일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조차 산업 발전 과정에서 희생당한 죽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쉽게 잊혀진다.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은 간단히 무시된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러한 작업장의 냉혈 살인자를 막아 세워야 한다. 노동자는 성장을 위한 단순한 재료로 사용될 수 없다. 발전은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의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ILO는 노동안전에 관련된 많은 회의를 개최하지만, 그 회의들은 ILO의 8개 주요 회의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ILO가 노동안전보건을 핵심적 우선순위에 포함시키도록 할 때이다.
노동조합이 열쇠를 쥐고 있고 그들 중 다수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노동조합은 노동안전보건을 최우선 과제로 보아야 하며, 임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다루는 선택적 과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체협약은 더 나은 노동환경에 대한 약속을 포함해야 하고 어떠한 노동자도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조합원이 감소하고 고용관계가 변화함으로써 노동조합에게 힘든 시기이다. 그러나 노동안전보건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노동안전보건은 조직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가 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이 시기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 경제대국으로의 성장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죽음
광부들의 죽음을 부르는 탄광
중국 탄광에서의 엄청난 숫자의 죽음에 대한 주의를 끌기 위해서, 몇 년전 ALU는 지방신문에 보도되는 중국의 탄광 사고에 대해 보고하기 시작했다. 아주 최근에 탄광사고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 되었기에, ALU는 10명 이상의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리스트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중국의 실제 사망자 수의 표면을 스크래칭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2004년 11월, 특별히 기억할만한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148명의 사망자를 냈고, 다른 하나는 166명의 사망자를 냈다.
2005년 2월 14일, 랴오닝성 푸신에서는 203명이라는 경악스러운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공산당 집권 이래 최악의 탄광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당국은 사태를 통제하는 것에 대해 너무도 무능하다. 조사가 시작되었고, 탄광에 대한 폐쇄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탄광에 투자해왔던 지방 관리들의 주장에 의해 조사활동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탄광은 다시 열렸다.
중국의 탄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끔찍할 정도로 열악하다. 마스크와 작업복도 없이 일을 하고, 맨손으로 캔 석탄을 광주리에 담아 좁은 탄광 입구로 기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폐증과 탄광 사고로 인한 사망은 보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보석가공업과 규폐증
중국에는 보석가공으로 인한 규폐증(돌이나 모래의 미세한 가루가 폐에 쌓여 폐가 굳는 질병)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열을 가하고 그라인딩과 구멍 내기 등의 작업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석시장으로 유명한 홍콩의 자본이 중국으로 넘어가 값싼 중국노동력을 이용해 원석을 가공한다.
그러나 몇 달 못가 노동자들에게 규폐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재빨리 문을 닫고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 공장 이름도 바꾸고 법인도 바꿔버린다. 그러면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사업주를 찾을 길이 없어지면서 보상은커녕 치료비 없이 죽어간다. 여기에 한국의 자본도 가세하고 있으나 홍콩자본이 거의 10배를 넘는다고 한다.
중국 노동자와 홍콩 활동가들의 연대
중국도 보상에 관한 법이 있기는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게로 책임을 돌리고 지방정부는 ‘모르겠다’고 외면하고 있는 상황. 노동조합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노동조합은 단지 또 하나의 행정기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를 위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석한 중국재해 당사자의 증언이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노동자들과 홍콩의 NGO단체들이 연계하고 있다. 홍콩의 자본을 추적하는 일을 홍콩의 NGO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NGO와 연결되는 중국 노동자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태국, 버마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안전보건교육
Snajiv Pandita (AMRC)
태국 매솟에서 버마인노동자들을 만나다
매솟은 버마에 인접한 태국의 도시이다. 이 곳에는 의류업, 건설업, 농업 등의 분야에서 약 10만명의 버마인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옷공장에서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무권리 상태이다.
노동안전보건 교육은 방콕에 있는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re), TLC(Thai Labour Campaign), 매솟에 있는 양치오노동센터에 의해서 조직되었다. 2005년 3월 26~27일까지 진행된 교육과정의 목적은 노동자들과 조직가들에게 직업 안전과 건강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규명하고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의 유해요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알리는 목적 또한 있었다.
매솟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상태
이 교육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주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솟 지역의 공장들은 버마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공장부지 안에 거주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한 일터와 주거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거주지역은 인구밀도가 높고 비위생적이다. 노동자들은 극히 비인간적인 좁은 거처에서 잠을 자야한다.
둘째, 대부분의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매일 12시간에서 16시간 일을 한다. 그들의 일과는 아침 8시에 시작되며, 오후 1시와 5시에 1~2시간 휴식을 취하고, 밤 10시 또는 자정에 일을 마친다. 성수기에는 때때로 새벽 5시에서 6시까지 일을 하고 2시간의 휴식 뒤에 다시 8시부터 일을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두 번의 일요일만 쉰다.
셋째, 공장 내의 조명은 매우 열악하다. 원자재들은 매우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편물공정에서 무거운 중량물을 들어 올려야 하며, 섬유 먼지는 노동자들의 호흡기에 많은 문제를 유발시킨다.
넷째,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결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열악한 환경시설과 복잡한 공장과 기숙사로 인한 위험이다. 바느질 공정을 제외하고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불편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 일부 공장 안의 온도는 여름에 30℃를 웃돈다. 세탁공정에서 노동자들은 섬유를 세척하기 위해서 화학약품과 세정제를 사용하지만, 회사에서는 장갑과 같은 개인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다. 때문에 세탁공정의 많은 노동자들이 피부자극 등에 시달린다.
다섯째, 대부분 태국인들인 관리자들에 의해 버마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가 이루어진다. 많은 관리자들이 버마 노동자들을 태국인과 다른 방식으로 취급해도 된다고 느낀다. 많은 공장에서 버마인 노동자와 태국인 관리자의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다. 일부 공장에서는 심지어 버마인 노동자들과 태국인 관리자들이 마시는 물까지 따로 관리한다. 노동자에 대한 폭력은 큰 문제이다. 몇몇 경우에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협상이나 노동자의 조직화를 시도한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추방당했다. 그리고 몇몇 경우에는 의문의 실종을 당했고 후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안전교육의 내용
인간공학 – 참여자들은 노동 형태, 일하는 자세, 반복 작업과 그것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배웠다. 참여자들은 나쁜 작업자세, 중량물 운반, 반복적 작업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질문하였다.
화학물질 – 노동자들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와 경로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소그룹으로 나누어 참여자들은 인간의 다양한 기관이 그려진 티셔츠 위에 의류공장에서 사용되는 주요 화학물질의 효과를 표현하는 ‘Toxid T-shirt’ 활동에 참여하였다.
소음 및 기타 – 소음과 관련된 위험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 역할극을 통해 성적 학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스트레스 해소법, 작업장에서 전기의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인도, 델리에서 하수도관리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의 상태에 대한 보고서
Pranjal Jyoti Goswanmi, CEC
Dr. Ashish Mittal, OHS-MCS
델리는 많은 양의 하수를 배출한다. DJB는 약 5600Km의 시내 하수관의 쓰레기 처리와 관리를 맡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의 관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Belder’라고 알려져 있다. 거의 5,500명의 Belder들이 DJB에서 일한다. 하수는 수많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에 관련되어 있다. 노동조건 또한 해로운 물질들에 폭로되는 것을 극대화한다.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에 폭로되기 때문에 높은 사망률과 유병률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2년간 33명의 노동자가 차단된 하수관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하수도관리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상태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CEC(Centre for Education and Communication)은 하수도관리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그들이 겪는 비정상적인 건강상의 문제들의 관련성에 대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DJB에 소속되어 일하는 200명의 Belder가 조사대상이었다. 연구를 통해 나타난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서 Belder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60세인 정년까지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중 14%만이 50~59세의 집단에 속해 있었다. 이 연령대의 노동자들 중 2명이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만성질환으로 사망하였다. 82명의 일용직 노동자들 중에서, 81.7%의 노동자가 6년 이상 일을 해왔고 14.6%가 10년 이상 동안 일을 해왔다. 118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용직 노동자로서 상당 기간을 일한 후에 평생 고용의 상태가 주어졌다.
둘째, 노동자들의 59%는 한달에 10번 이상 지하에 있는 하수 맨홀에 들어가고, 그들 중 절반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지하 하수관에서 일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다치거나, 눈에 자극을 느끼거나, 피부발진을 경험했다. 41명의 노동자들은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었고, 24명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었다.
셋째, 모든 연령대에서 약 46%의 노동자들이 신체질량지수(BMI)에 의거할 때 저체중으로 나타났다. 37%는 정상적인 정도보다 헤모글로빈이 적었다. 65% 이상이 정상적인 백혈구 숫자에도 불구하고 산성백혈구 수치가 높았다. 소변검사의 결과는 신체의 기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일어났음을 보여줬다. 폐기능 검사에서 50%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상이었다. 흉부방사선촬영 결과를 통해 노동자들의 호흡기 기능의 손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째, 노동자들 중 아무도 일하는 동안의 위험에 대해서 고용주와 공식적으로 의사소통을 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응답자의 다수는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위험 요인의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예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안전밸트는 많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장갑․마스크․장화 같은 다른 안전보호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필수적인 안전보호구의 공급조차도 필요한 양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었다.
델리에서 하수관리노동자는 높은 발병률로 고통 받고 있고 그 증상들은 그들의 노동과 관련되어 있다. 비록 대다수의 응답자들에게서 어떤 치명적인 질병의 증상이 결정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신체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은 유해요인에 노출된 노동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기예방에 대한 강조가 무관심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많은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타이완, “나는 나의 아내와 딸을 RCA가 유발시킨 암에 빼앗겼다!”
Huang Hsiao-ling, TAVOI
RCA(Radio Company of America)는 1970~1992년까지 타이완에서 전자제품 공장을 설립했던 미국의 회사이다. 20년 넘게 RCA는 우물에 독성폐수와 유기용제를 쏟아 버렸고,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각종 암과 종양을 유발했으며 지역의 물과 토양을 영구적으로 오염시켰다. 공장이 있던 장소에서 2Km 떨어진 곳은 지하수에서 위험 수준의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되었다. 공장에서 일했던 2~3만 명의 노동자들 중 1,385명이 암에 걸렸고 2002년 현재 그들 중 218명이 사망하였다.
RCA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주적으로 단체를 설립했다. 이들은 아직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실시한 역학조사는 RCA 노동자들의 발암률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다른 조사에서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함으로써 화학물질에 접촉했던 그 지역 주민들에게서는 발암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심지어 공장의 오염된 공기에서 호흡했고 일하는 동안 유기용제를 만지기까지 했다.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암으로 사망했지만 업무 관련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 사건은 법정으로 갔고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RCA는 타이완 공장은 단지 자회사였을 뿐이며 RCA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과로사와 과로자살
Sugio Furuya, JOSHRC
Karoshi(과로사)는 과로로 인한 죽음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이 말은 국제적으로 사용된다. 이 말은 1970년대부터 진보적인 전문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노동조합, 그리고 법률가들에 의해서 사용되어왔고, 1980년대부터 언론들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과로사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서 성취된 일본 산업성장의 모순을 반영한다.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Karojisatsu(과로자살)이 일본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합리화와 구조조정 하에서, 노동연령층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직업병 목록에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일본의 직업병 목록은 9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1번 항목은 사고로 인한 질병을 규정하며, 9번 항목은 “기타 외관상 노동에 의해 기인한 다른 질병들”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목록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경우는 보상가능한 직업병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보상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추신경계질환과 순환계질환에 대한 인정기준은 1961년에 처음으로 마련되었는데, 이 기준은 1번 항목에 의하여 사고로 인한 뇌심혈관질환을 다루려는 의도였다. 이것은 9번 항목에 의한 직업병 보상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고, 단지 노동자가 뇌심혈관질환의 증상 바로 전 혹은 당일에 ‘사고’를 겪었을 때에만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미 병을 가지고 있던 노동자는 많은 경우에 보상에 대한 자격이 없었다. ‘사고’ 없이 ‘쌓이는 피로’는 어떤 직업병의 원인으로도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산재보험법은 노동자가 의도적 행동에 의해 사망했을 때 정부는 보험급여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과로자살은 단지 몇 건에 불과하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직업병 인정을 위한 활동
JOSHRC(일본노동안전보건센터)는 1991년 지역 안전보건단체들의 네트워크로 설립되었다. 의학 및 법률 전문가, 변호사,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노동조합, 안전감독관 등으로 이루어진 스트레스성 질환과 산재보상에 대한 연구팀이 1985년에 구성되었다. 1988년에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과로사 희생자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설립되었다. 1991년에는 과로사 감시협회가 만들어졌다.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의 일부 판결을 포함하는 과로사와 과로자살 생존자들에 의해 제기된 법정소송은 정부가 인정기준을 향상시키도록 만들어왔다.
정책적 성과와 한계
첫째, 2001년 과로사에 대한 인정기준의 실질적 완화가 이루어졌다.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이전 1개월에서 6개월 내의) ‘피로의 축적’은 뇌심혈관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으로 인한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으로 고려된다.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기준은 과도한 노동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과도한 업무량에 기여하는 요소이기에, 그 정도의 측정을 위한 기준 또한 마련되었다.
둘째, 1999년 과로자살을 포함하는 정신장애에 대한 산재인정기준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공식적으로 포함된 정신장애의 범위는 WHO의 국제질병분류(ICD)에 기초한다. 노동자의 정상적인 인지능력, 행동의 판단능력, 자살을 피할 수 있는 제약능력에 대한 유효한 훼손이 있었던 업무상의 정신장애에 기인한 심리적 상태로 촉발된 자살은 보상받을 수 있다.
셋째, 2001년 새로운 보상급여가 소개되었다. ‘2차 의료검진급여’라 불리는 이 급여를 이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체중, 혈압, 혈당량, 혈중지방수치의 4가지 범주에서 모두 비정상으로 판명된 사람들이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과로에 의한 건강문제를 방지하기 이한 관리지침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직업병 인정기준 및 절차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노동자들, 희생자들, 생존자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더 나은 사회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이상 대표적인 몇 개 아시아 국가들의 노동재해 상황과 노동자건강권 활동에 대해서 개괄하여 보았다. 아시아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시아 노동자건강권 운동의 연대가 필요함 또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넘는 자본의 광기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제 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노동문제는 다른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과 관련이 있다.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있는 노동착취의 연쇄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노동자의 생명을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다. 아시아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노동자건강권운동의 당면 과제 중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