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특수건강진단 결과 비교

이주노동자 납중독 위험 국내인의 10배
특수건강진단 결과 비교…크롬 등 중금속 노출 심각

황예랑 기자

3년 전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28)는 경기 김포 한 공장에서 밸브에 페인트칠하는 일을 1년 9개월 동안 하다가 알레르기성 천식에 걸렸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페인트가 발병 원인일 거라 생각한 그는 2006년 10월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그러나 사장이 동의해 주지 않아 곧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1년 뒤 천식으로 쓰러져 입원한 뒤에야 2006년 12월 이미 산재가 인정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만둔 회사로 통지 서류가 배달된 탓이었다. 김용규 여의도성모병원 산업의학센터 교수는 “ㄱ처럼 페인트의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천식에 걸려 직업병 환자가 되는 이주노동자가 해마다 2~3명꼴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유해환경에 노출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일 ‘이주노동자의 건강 실태 및 건강관리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혈중 납 수치 등에서 이주노동자가 국내노동자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혈중 납 수치가 직업병 판정에 적용하는 기준치를 넘은 이주노동자가 781명 가운데 38명(4.9%)인 반면, 국내노동자는 1581명 가운데 7명(0.4%)에 그쳤다. 혈중 납 수치가 높으면 빈혈, 복통, 말초신경 마비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발암 물질인 메틸마뇨산이 기준치보다 높은 이주노동자 6명도 발견됐다. 빈혈자 비율도 이주노동자가 국내노동자보다 1% 포인트 높았다. 2005년 특수건강진단 받은 이주노동자 2만5086명과 경기·인천지역 특수검진기관 3곳이 벌인 국내노동자 1만9616명의 검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다.

또 지난해 6~9월 이주노동자 538명의 건강 실태를 조사해 보니,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는 크롬 등 중금속에, 합법 체류자는 곡물 분진 등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았다. 우울증세를 보이는 빈도는 불법 체류자가 훨씬 높았다.

김규상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건강연구팀장은 “이주노동자가 40만여명에 이르러, 유해환경 노출 실태 등의 파악이 시급하다”며 “유해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질병은 오랜 시간 뒤 나타나므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추적·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