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는 마트 계산원은 기계?..의자를 달라”
부산 모 대형마트 제빵 매장에서 빵을 굽는 이모(46.여)씨는 하루 8시간을 서서 일하는 바람에 족저근막염에 걸렸다.
이씨는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장에서 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무 지침이라서 양쪽 발 뒤꿈치가 깨지듯 아파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마트 계산원인 박모(39.여)씨도 하루 종일 계산대 앞에 서서 일하는 탓에 고질적인 허리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박씨는 “계산원 중 다리나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면서 “회사에서 서비스 교육 시간에 ‘고객은 왕이고 마트 직원은 항상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앉는 것은 물론 뒷짐을 져서도 안 되며 항상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고 교육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앉을 권리 뿐 아니라 근무 교대 전에는 자리를 뜰 수 없게 돼있어 화장실 갈 권리도 빼앗기고 있다”며 “근무를 교대하기 전 4시간 동안 용변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실 수 없고 방광염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제빵 노동자 이씨는 “앉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제때 못 가며 고객에게 억울하게 모욕을 당해도 참아야 하는 마트 노동자에게는 인격이 없다”고 잘라 말하며 “노사 교섭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사측에서는 ‘이해는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소, 호텔에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나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생에게 의자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부산경남본부는 15일 부산 해운대구 홈플러스 센텀시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77조(의자의 비치)는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사용자의 위법행위와 노동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서서 일하는 노동자는 건강권 위협, 고용불안, 감정노동 강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에게 의자를 제공해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