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제일화학 석면피해자 박정희씨
“어디가서 억울한 세월 보상받아야 하나요”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7-16

석면추방피해자·가족협회가 정부 세종로 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15일 박정희(51)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작은 언니가 20년전 석면폐암으로 죽고, 큰언니도 10년전부터 석면폐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시아버지 역시 포도처럼 생긴 허파꽈리 하나하나가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으며 저 역시 똑같은 병으로 기침이 멈출 날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하나요. 누구에게 이 억울한 세월을 보상받아야 하나요.”

‘월급 많이 준다’는 말에 지난 70년 박씨의 둘째언니 박영희씨가 제일화학에 입사했고 뒤이어 세자매가 모두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야무지고 똑똑했던 박정희씨는 반장으로 일하면서 결번을 채웠고, 그가 마음에 들었던 시아버지 전덕주씨가 자신의 아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박씨의 가계도는 석면피해자들이 하나하나 늘어갔다.

“그때는 석면이 뭔지 몰랐어요. 그저 신기한 돌덩이로 보였습니다. 가제로 된 마스크 한 장쓰고 먼지구덩이에서 도시락을 먹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박정희씨는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공단측은 박씨에게 장해등급을 줄테니 폐기능검사를 다시 받으라고 했다. 지난해만해도 제일화학에서 근무했던 이력과 석면질환이 인정되면 산재요양 판정을 내렸는데 올해부터 공단측의 입장이 달라졌다고 박씨는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산재요양 신청을 접수한 6명은 모두 산재요양 결정이 내려져 휴업급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