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불참 ‘논란’
“형평성 보장 안돼 거수기 불과” VS “산재노동자만 골탕”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8-18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산재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신설됐다. 그런데 노·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판정위원 추천을 민주노총이 거부함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자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피해보상을 적극적으로 도와야할 민주노총이 사실상 이를 방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민주노총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공식활동을 시작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추천한 판정위원은 단 1명도 없다. 올 초부터 공단측은 판정위원을 추천해달라 했지만 민주노총은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의 직업병에 대한 산재보상 여부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곳이다. 개정 산재보상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이 업무는 공단이 자문의사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산재보상금을 지급하는 공단에서 산재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산재승인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개정 산재보상법에서는 노사와 전문가(의사협회·변호사협회·노무사회)가 추천하는 판정위원들로 하여금 업무상질병인지, 아닌지를 가리도록 했다. 공단에 따르면 현재 민주노총을 제외한 판정위원 218명이 서울을 비롯한 6개지역에 설치된 판정위원회에서 업무상질병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50여건의 업무상질병 판정이 이뤄졌다.

추락 같은 사고와 달리 직업병은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업무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노동자가 있다면 사인이 업무과다로 인한 것인지, 지병이 악화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 도구는 없다. 그래서 노·사를 각각 대변할 수 있는 판정위원과 전문가들이 산재인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 업무상판정위원회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몫인 24명의 판정위원 자리는 한달이 넘도록 공석인 상태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자문의사협의회와 똑같이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노사정 동수로 구성돼 형평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직업병에 대한 산재불승인 결정에 명분만 제공하기 때문에 판정위원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산재보상법 개정과정에서 업무상재해 승인을 (가칭)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평가원과 비슷한 제3의 기관에서 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노동계 추천 판정위원은 해고 구제 등의 역할을 하는 노동위원회의 노동자위원과 비견될 정도로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정작 산재 노동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