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둘이나 죽었는데, 사장은 어디 갔나”
[현장] 창원 소재 두산메카텍 산재사고 현장 찾은 유가족들
윤성효(cjnews) 기자
유족들은 피투성이가 된 헬멧을 보자 눈물부터 쏟아냈다.
고인의 동생은 “어제부터 사장과 통화를 원하는데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두 사람이나 죽었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도 빈 소에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딸은 아버지가 쓰고 있던 헬멧을 보고 “한 가정이 죽었다, 어떻게 할 것이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22일 오전 11시경 작업장 철판이 무너지면서 조현칠(51·볼팅 작업자)씨와 정상복(53·신호수 책임자)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들은 두산메카텍 하청업체인 소속으로 부산 남항대교에 들어갈 상판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노동자 2명도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유가족들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23일 오전, 두산중공업 내 사고 현장을 찾았다.
“빈소에 회사 사람 안 오더라,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날 현장에는 두산메카텍 중간관리자 1명이 나와 유가족들을 맞이했다. 유가족들은 그 중간관리자를 부여잡고 사장과 전화통화를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 회사 직원이 사장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두산메카텍 중간관리자는 “사무실에 가봐야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면서 “저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지금까지 빈소에 회사 쪽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전화 연락도 되지 않고 있다”면서 “직원이 사장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하니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에 30여분 가량 머물렀다.일부는 빈소로 돌아가고 일부는 사고 현장에서 2㎞ 떨어진 두산메카텍 본사를 찾아갔다.
본사 정문 관리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아섰지만, 유가족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못 들어가느냐”면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웃는 직원을 발견한 유가족들이 “사람이 죽었는데 웃음이 나오느냐”며 항의해 해당 직원이 “원래 표정이 그렇다, 일부러 웃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두산메카텍 본사 건물 2층에 있는 대표이사실로 들어가 책임자 면담을 요구했다. 마침 며칠 전인 지난 19일 인사를 단행했던 터라 두산메카텍 대표이사실에는 축하화분들이 있었다.
두산메카텍 관계자는 “회사에서 모르는 체 하는 게 아니다”며 “빈소에는 들리지 못했지만 빈소 주변에 나가 있고, 관련자들은 어제부터 경찰서며 노동부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사측 “관련자 조사받는 중”… 노동계 “두산 자본의 책임”
노동계는 두산메카텍의 이날 산재사고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두산그룹 계열인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은 공지사항을 통해 “사고 발생 원인은 철저히 규명해내야 할 것이며,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두산중노조는 “중대재해는 인명을 경시한 이윤창출에 혈안인 두산 자본이 자초한 것”이라며 “생산 중심의 무분별한 작업 환경과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재해가 분명하며, 그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최근 오리엔탈정공 사내하청 노동자가 회사에서 사망하고, SPP조선의 사망사고, 21세기조선의 추락사고에 이어 또다시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조태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국장은 “사고 당사자들은 하도급 업체 소속 인부들이다, 하도급 업체들은 일당제로 일을 하기 때문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원하청과 재하청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하청 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위험에 방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 관계자는 “작업하면서 서로 신호가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방법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더 벌여봐야 하고, 조사결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