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이유로 해고 금지’는 법전에만 있을 뿐”
신길운수 해고자 박한용씨 사연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13년간 신길운수에서 운전대를 잡은 박한용씨는 지난 2004년 10월 버스요금이 담긴 통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 1년2개월 간 요양을 다녀왔지만 회사는 그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지금까지 박한용 씨는 여전히 해고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산재를 이유로 한 해고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이유로 요양 중이거나 요양 후 30일간은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체장해를 이유로 해고할 경우 장해를 입게 된 경위와 치료기간, 노동능력 상실의 정도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만일 장해 정도가 경미해 종전 업무를 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도 단순히 산재환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박한용씨는 요양을 마치고 복귀하자 회사는 운전사인 그에게 차고지에서 일하라고 발령낸 후 결국 45일만에 해고를 통보했다. 박한용씨는 “회사가 요양 후 30일간 해고를 금지하는 법령을 교묘히 피해, 한 달 보름만에 해고통보서를 보내왔다”면서 “산재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규정은 법전에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한다.
해고 이후 회사 앞에서 복직시위를 벌이자 사측은 “복직은 있을 수 없다”면서 대신 ‘용달차를 사주겠다’, ‘3천여만원을 주겠다’는 등 금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에서까지 줄줄이 패소당하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한용 씨는 “지난달 말 판사가 선고공판을 미루고 대신 조정안을 제시했는데 ‘어차피 회사와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복직해도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지 않겠냐’면서 사측과 마찬가지로 금전적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한용씨는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안정된 직장”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무려 3년여 간을 해고자로 지내왔으니 경제적 궁핍은 이루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박씨의 입장은 단호하다.
“제가 이렇게 금전적 보상으로 ‘산재를 이유로 한 해고’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나타날 수많은 산재노동자에게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절대 그런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돼죠”
2007년06월20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