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요양 중에 자살도 업무상 재해
서울행정법원 “업무와 질병, 사망사이 인과관계 추단되면 입증 효력”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작업 중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던 노동자가 요양기간 만료에 따른 업무복귀 압박과 허리통증을 참지 못하고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6부(재판장 전성수 부장판사)는 최근 허리 통증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숨진 이모(46)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동자의 업무와 질병에 따른 사망 사이에 인정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입증으로서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때문에 “요양을 하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졌다면 자살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신경쇠약 증세가 있던 망인은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친 후 수술과 치료를 받은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증상이 지속돼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씨가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복직에 대한 두려움 등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2년부터 현대자동차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던 망인 이씨는 2004년 9월께 박스를 들다 허리를 다쳐 요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받았다. 이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허리 통증이 완화되지 않은 채 요양기간이 끝나가자 회사 복귀에 대한 심적 부담을 느꼈고 자신의 아파트 12층에서 뛰어 내려 사망했다. 이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이씨의 자살이 업무와 무관하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2007년09월12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