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비정규직 비율 높을수록 사고 다발
안전보건 연구동향서 지적, “근로시간보다 고용형태가 산업재해 더 큰 영향”

매일노동뉴스/김미영기자

제조업 사업장 가운데 하도급의존도와 비정규직 비율이 높을수록 산업재해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규직만 고용하는 원청업체보다 사내협력업체의 산업재해율이 더 낮아 산재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소가 펴낸 ‘안전보건 연구동향’ 9월호에서 조명우 교수(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제조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실태분석’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명우 교수는 “최근 고용유연화 현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조건과 삶의 질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제도의 정책 역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산업안전보건 동향조사’에서 보고되고 있는 7천개 제조업체의 산업재해율을 분석해보니 근로시간보다 고용형태가 산업재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고용형태별로 8개 집단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산업재해율이 가장 높은 사업장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사외협력업체’로 나타났다. 이어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원청과 하청을 병행하는 업체’가 뒤를 이었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원청업체’가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그래프 참조>
이는 정규직만 고용하는 업체보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업체가 산업재해에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예상을 깨고 사내협력업체의 산업재해율이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규직만 고용하는 사외협력업체’보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사내협력업체’의 산재사고가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정규직만 고용하는 사업장 가운데에서도 사내협력업체는 원청업체보다 더 낮은 산업재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같은 결과는 소위 ‘3진아웃제’(하청업체가 계약기간 중 발생한 산재건수가 3건에 달할 경우 원청에서 재계약을 거부하는 것)로 인해 산재 보고건수를 고의로 낮추거나 은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내협력업체의 노조 조직력이 약하고 원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자의 연령대가 젊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