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매일 악몽에 시달렸다”
사상사고 경험 기관사 작업손실, 정상보다 6배 높아
매일노동뉴스/김미영 기자
“OO역에서 갑자기 선로로 뛰어든 승객을 치고 지나갔어요. 부딪히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지 몰랐어요. 그 순간 머릿속이 깜해져요. 뭘해야 될지 아무 생각도 않나요. 그날 운전도 다 끝내고, 집에 있는 데 자꾸 그 장면이 떠오르고, 두렵고 무섭더라구요. 한달 동안 거의 매일 악몽에 시달렸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일주일쯤 있다가 그 역을 지나는데, 머리가 삐쭉 서는 느낌이 들어요. 갑자기 가슴이 쿵쾅 쿵쾅 거리는데, 미치겠더라구요.”
지하철 투신자살 등 사상사고는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가톨릭대 성모병원과 도시철도공사노조에 따르면 1976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는 모두 265명. 1997년까지 연간 5~6회 가량 발생하던 사상사고 경험자는 1998년 18명, 2003년 24명 2004년 37명 지난해 29명 등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같은 사상사고 가운데 사망사고는 절반이 넘는 53.6%로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끔찍한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손으로 시신을 수습했으며, 10명 중 8명은 사고발생 후에도 계속 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 중 정신과 상담을 받은 사람은 통틀어 13명에 그쳤으나 건강검진 결과 17%가 충격적 경험을 반복해 떠올리는 과민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증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앓게 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기관사들에 비해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기관사 개인의 건강상 문제를 유발하는 동시에 결과적으로 작업손실도 크게 증가시킨다. 가톨릭대 산업의학과팀의 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장애를 가진 기관사들의 최근 한달 간 총 작업손실일수가 하루 이상인 경우는 29.5%로 정상적인 기관사(5.2%)에 비해 6배나 높았다. 작업장애일수가 하루 이상인 경우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기관사들이 정상적인 기관사보다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상사고후의 심리상태는 그 순간의 상태도 문제가 되지만 이후 지속적인 운전을 계속한다면 2차 안전사고까지 우려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실정이다.
2007년10월31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