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인한 간질환 악화여부 ‘논란’
서울고법 하급심 판결 뒤집어, “스트레스와 간질환 인과관계 인정안돼”
매일노동뉴스/김미영 기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질환을 악화시켰다’고 인정해 주목을 받았던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1일 서울고법 특별1부(재판장 박삼봉 부장판사)는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다가 간암으로 숨진 김아무개씨의 부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B형 간염이 악화돼 간암으로 사망했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는 그동안 과로·스트레스와 간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이례적으로 상관관계를 인정해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상준)는 “대법원이 판결근거로 삼고 있는 ‘간질환과 스트레스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대한간학회 보고서(근로복지공단 연구용역 발주)는 객관성·공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40대 이상의 간질환 환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기존 간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켰다고 추단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례적인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어도 자연적인 경과로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간질환 발생이나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므로 과로 등이 김씨의 간염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시켜 간암이 발생했다는 점을 추단하게 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과로가 김씨의 면역체계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간질환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정은 가능하나 이를 입증할 만한 의학적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암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월 같은 서울고법 특별6부(부장판사 이재홍)는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 배아무개씨가 “과로로 간질환이 악화됐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연금 부지급 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지병인 간경변증이 직무수행상 과로와 겹쳐져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어 과로와 간암 간의 관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11월02일 ⓒ민중의소리